[인터뷰]반도체 전문가 유웅환 "국내 테스트베드 활용해 시스템 반도체 키워야"
유웅환 한국벤처투자 대표 인터뷰
시스템 반도체 잡아야 주도권 갖는다
타 산업계와의 활발한 협업 시도 필수
인재 확보 위해선 美 '소프트파워' 참고
사이클 산업인 반도체 시장이 내년에 본격적인 상승 국면을 맞는다. 특히 국내 업계가 주력하는 메모리 반도체 시장 성장세가 뚜렷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지난해부터 어려움을 겪던 국내 업체들이 큰 시름을 덜게 된 것이다.
그렇다고 마냥 안심할 순 없다. 국가 간 패권 경쟁으로 치달은 글로벌 반도체 경쟁에서 주도권을 쥐려면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 국내 반도체 산업의 약한 고리인 시스템 반도체 및 관련 생태계를 육성하면서 다수 인재를 확보하는 등 고차 방정식을 풀어야 한다.
미국 인텔과 삼성전자 등을 거친 28년 경력의 반도체 전문가 유웅환 한국벤처투자 대표는 "시스템 반도체를 다루면 시스템에 들어가는 전체 컴포넌트(부품) 스펙을 정하는 주도권을 갖는다"며 "메모리는 하나의 부품이고 시스템을 모르고서는 개발할 수 없기에 국내 시스템 반도체 산업 확대가 필수"라고 짚었다.
국내 시스템 반도체 생태계 및 관련 시장을 키우기 위해선 장기 안목 관점에서의 국가·민간 투자가 활성화해야 한다고 봤다. 또 국내에 통신, 모빌리티, IT 등 내로라하는 산업이 크게 발달한 만큼 반도체 기업들이 타 산업계와의 협력 시도를 늘려야 한다고 설명했다.
유 대표는 "한국은 테스트베드로서 최적의 장소"라며 "인프라가 있고 사람들도 잘 따라오며 피드백도 빠른 편"이라고 말했다. 또 "협력을 통해 자율주행처럼 향후 주목받을 산업을 예측, 필요한 반도체를 먼저 제시해야 한다"며 "스펙(표준)을 먼저 내놔야 경쟁사를 따돌리고 주도권을 가져올 수 있다"고 강조했다.
국내 반도체 인력 수준을 높이고 부족한 인재를 늘리는 과정에선 미국 실리콘밸리 사례를 참고해야 한다고 했다. 실리콘밸리처럼 한국에도 '소프트파워'를 형성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이때 소프트파워는 인재를 소중히 여기면서 적절한 성과·보상 체계를 만들고 도전적이고 자유로운 조직 문화를 조성하는 것이다.
유 대표는 인텔에 입사해 10년간 설계 분야 엔지니어로 일하면서 소프트파워의 힘을 체감했다. 이 과정에서 스톡옵션으로 4만주(현 20억원 상당)를 받기도 했다. 그는 "미국은 베네핏(Benefit) 구조가 잘 설계돼 있어 주인의식이 자연스레 생긴다"며 "구글, 애플에 있는 후배들도 이 이야기를 한다"고 말했다.
유 대표는 "반도체 꿈을 갖는 사람들이 에너지를 투입한 만큼 정당한 보상을 해주고 내일을 더 기대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며 "직원들이 하는 일에 가치를 부여하고 이를 인정해주는 사회 분위기가 형성되면 인재는 자연히 모이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1971년생인 유 대표는 광운대 컴퓨터공학 학사와 한국과학기술원(KAIST) 전기전자공학 석·박사를 취득한 뒤 2001년 인텔에 입사해 10년간 일했다. 이후 2011년 삼성전자 영입 제안으로 국내에 복귀, 이후 삼성전자뿐 아니라 현대자동차와 SK텔레콤 등을 두루 거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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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3월부터 5월까지는 제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인수위원으로 활동, 반도체 정책 보고서를 작성했다. 그해 9월부터는 한국벤처투자 대표로 일하고 있다. 지난달 실리콘밸리 경험과 국내 반도체 산업에 필요한 조언 등을 담은 저서 '반도체 열전'을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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