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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죠, 배터리]'中 흑연' 통제, 日 반도체 소재처럼 극복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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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보죠, 배터리'는 차세대 첨단산업의 중심으로 떠오른 배터리 산업을 들여다보는 연재물입니다. 배터리 제조 생태계를 차지하려는 전세계 정부·기업의 기민한 움직임과 전략, 갈등 관계를 살펴봅니다. 더 안전하고, 더 멀리가는 배터리를 만들기 위한 기술 경쟁도 놓치지 않겠습니다. 독자, 투자자들의 곁에서 배터리 산업의 이해를 보태고 돕는 '보조' 기능을 하려고 합니다. 쉽게 다가갈 수 있는 배터리 이야기를 들려드리겠습니다.
포스코퓨처엠의 흑연 소재. [이미지출처=연합뉴스]

포스코퓨처엠의 흑연 소재.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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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배터리 음극재의 원료인 흑연 수출을 옥죈다. 중국의 흑연 수출 통제는 2019년 일본 정부가 반도체 소재의 한국 수출 제한 조치를 떠오르게 한다. 우리 핵심 산업을 흔드려는 주변국의 전략이 반복되고 있다.


중국 정부는 올해 12월 1일부터 ▲고순도·고강도·고밀도 인조흑연 재료와 제품 ▲천연 인상흑연과 제품 등을 수출 통제하기로 했다. 중국 상무부 대변인은 "(흑연 제품 등이)군수 용도로 전환 가능하므로 국가 안보 등을 이유로 통제 품목으로 지정된 것이며, 특정 국가를 겨냥한 것이 아니다"라고 밝혔지만 흑연 수입의 90% 이상을 중국에 의존하는 한국 산업계에 피해는 불가피하다.

中 장악 흑연 공급망…韓은 특히나 취약

흑연은 탄소 원자들이 얇은 판 모양으로 겹겹이 쌓인 구조를 띤다. 판과 판 사이에 리튬 이온을 저장하거나 방출하는 역할을 할 수 있어 음극재의 원료로 쓰인다. 음극재는 리튬 배터리 원가 비중의 10~15%를 차지한다. 음극재는 흑연의 종류에 따라 크게 천연흑연계와 인조흑연계로 나뉜다.


천연흑연은 광산에서 직접 채굴해 가격 경쟁력이 높은 반면 이를 사용한 배터리는 충전 효율이 떨어지고 수명이 짧다. 인조흑연은 제철 과정에서 나오는 코크스(cokes·석탄을 가공해 만드는 고체 연료)를 사용해 생산한다. 고온 상태에서 가공해 전력이 많이 필요해 가격이 비싸다. 충전 효율이 높다는 장점도 있다. 광산에서 채굴할 필요가 없어 원료 수급은 천연흑연보다 자유롭다. 중국이 이번에 수출을 통제하려는 흑연은 천연흑연, 인조흑연 제품과 그 원료다.


중국은 배터리 산업 내 흑연의 중요성을 파악하고 일찌감치 광산을 개발하고 제련 공장을 지었다. 전력 비용과 인건비가 비교적 저렴한 덕에 다른 나라보다 가격 경쟁력에서 앞섰다. 때문에 글로벌 흑연 공급망을 장악할 수 있었다. 지난해 세계 흑연 생산량(채굴량) 가운데 중국 비중은 82%다. 중국이 차지한 흑연 가공 비중은 지난해 기준 70.4%다. 생산과 가공 모두 중국이 틀어쥐고 있다. 지리적으로 가까운 한국의 중국 흑연 의존도는 특히나 높다. 올해 1~9월 천연흑연의 97.7%, 인조흑연 94.3%는 중국에서 수입했다.(관세청·한국무역협회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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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극재 공급망 확충 전 틈새 노린 中…배터리 패권 전략

중국의 흑연 수출 통제를 한국 산업계는 극복할 수 있을까. 2019년 일본의 수출 제한 사례를 살펴보자. 일본 정부는 2019년 7월 일본 의존도가 높았던 불화수소(2018년 당시 41.9%)·포토레지스트(93.2%)·불화폴리이미드(44.7%) 3개 품목의 한국 수출을 제한하기 시작했다. 당시 해당 반도체 소재들이 없으면 반도체를 만들 수 없을 것이란 얘기가 나왔다.


하지만 국내 기업들이 잇따라 해당 소재의 국산화에 성공했고 일본 업체의 빈자리를 미국·중국 기업들의 제품이 대체하기도 했다. 일본 정부 역시, 수출 절차를 까다롭게 했을 뿐 전면적인 수출 금지 조치까지 가진 못했다. 자국 소재 기업에게도 악영향을 끼칠 수 있기 때문이었다. 중국의 흑연 수출 통제도 흑연 공급망 내재화 여부·대체재 탐색·수출 통제 실효성 등 측면에서 향후 영향을 살펴봐야 한다.


우리 업계가 궁극적으로 추구해야할 것은 흑연(음극재) 공급망을 내재화하는 것이다. 국내 배터리 업계는 광산에서 채굴해 가공한 천연흑연 대신 에너지밀도와 충전속도를 개선한 인조흑연 음극재, 실리콘 음극재로 중국 수입 비중을 줄이려 한다. 인조흑연과 실리콘은 원료 수급이 용이하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음극재를 양산하는 기업은 포스코퓨처엠이다. 중국에서 수입한 흑연을 음극재로 가공해 LG에너지솔루션·SK온·삼성SDI 등 배터리사에 납품하는데 중국산의 빈자리를 채울만큼 공급량을 확대하지는 못하고 있다. 포스코퓨처엠은 흑연 생산량을 현재 연 8만2000t(천연흑연 7만4000t, 인조흑연 8000t)에서 2030년 37만t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대주전자재료(3000t)·SK머티리얼즈(2000t) 등이 실리콘 음극재 생산을 시작했고 LG화학·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SKC 등도 연구개발과 투자를 통해 실리콘 음극재 양산을 계획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 기업들은 2~3년 후에야 음극재 생산을 늘릴 계획이다. 북미 시장에서 대규모 공장들이 가동을 시작하는 때다. 중국의 이번 수출 통제 조치는 한국·미국 등이 음극재 공급망을 확보하기전 '배터리 패권'을 선점하겠다는 전략을 보여줬다는 평가다. 수출 통제가 본격화한다면 단기적인 충격은 불가피하다. 수급 불안은 흑연의 가격 인상을 이끌 수 있다. 중국산 배터리의 과잉 공급으로 인해 배터리 판가 하락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배터리 생산 비용 증가는 국내 배터리 기업에게 부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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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산차질까지 갈까…日처럼 수출 실효성 떨어질 가능성도

경계해야할 것은 중국의 조치로 인한 배터리 생산 차질이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전 세계 흑연 광산 45개 중 30개가 중국이 차지하고 있다"며 "결국 중국은 흑연을 움켜쥐고 해외 공급을 줄임으로써 다른 국가의 배터리 공장 가동률은 낮추고 자국의 가동률은 높이겠다는 전략"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원소재를 확보하지 못한 배터리 회사들은 난처한 상황"이라며 "다소 늦었지만 배터리 공급망 다변화를 위해 힘쓸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일본의 반도체 소재 수출 통제 처럼 생산 차질까지 이어지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중국산 흑연의 대체국가, 대체재가 있다. 반도체 사례가 중국이었다면 이번엔 일본이다. 히타치와 미츠비시 등이 천연흑연·인조흑연 음극재를 생산한다. 국내 배터리 3사는 포스코퓨처엠을 비롯해 일본산, 중국산 음극재 역시 수급하고 있다. 수급을 다변화 했기 때문에 충격은 다소 완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중국의 수출 통제가 결국 실효성 없는 방향으로 흐를 수도 있다. 전기차·배터리 수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중국 기업 입장에서는 흑연 제품 전반의 수출 통제가 오히려 악재가 될 수 있다. 흑연 제품 전반의 수출을 허가하지 않는다면 미국, 유럽이 또다른 무역 장벽을 쌓을 수도 있다.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될 가능성도 있다. 일본 반도체 소재 기업들의 수출이 결국 줄었던 것처럼 '제살 깎아먹기'와 같은 조치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정동훈 기자 hoon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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