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들어 철강 수입 단기 급증
건설 경기 침체 수요 부진
원자재 가격 상승 발목

철강업계가 장기침체를 걱정하기 시작했다. 수요와 공급 모두 상황이 좋지 않다. 내년 상반기에도 회복을 예상하기가 어렵다는 회의적인 목소리도 나온다. '2050 탄소중립' 전환을 위한 대규모 투자가 절실한 상황에서 침체로 인한 수익 감소는 뼈아프다.


국내 조강생산량은 1~8월 누적 기준 4497만t으로, 전년 동기 4599t 대비 2.2% 감소했다. 철강 수요의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건설 경기 침체로 공급이 늘어나지 않고 있다. 반면 올들어 국내 시장에 중국과 일본산 철강 수입은 급증하고 있다.

"엔저에 일본산까지 넘쳐난다"…3중고에 빠진 철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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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기간 국내 철강 수입 물량 중에 중국산은 44.5%, 일본산은 38.8%로, 두 국가가 83.3%를 차지했다. 전년 동기 73.5%(중국 34.8%, 일본 38.8%) 대비 크게 늘었다.

중국은 코로나19 엔데믹(풍토병화) 이후 기대보다 못한 리오프닝 효과로 자체 철강 수요가 줄었다. 그러나 조강생산량은 오히려 늘어났고 내수 부진에 따른 초과 생산 물량을 한국 등 주변국에 수출해 처리하는 중이다.


일본 철강업체들은 엔화 약세를 이용해 적극적으로 수출에 나서고 있다. 4월 1003원까지 올랐던 엔화는 29일 현재 903원으로 떨어졌다. 3년 전 1100원이 넘었다는 것을 생각하면 20% 하락한 셈이다. 일본 수입 물량은 열연강판(전년 동기 대비 42.5% 증가)을 중심으로 늘어나고 있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지난 12일 보고서를 통해 "엔화 약세와 일본 철강재 국내 유입 확대는 단기적으로 국내 철강사들의 입지를 약화시킬 것"이라며 "중장기적으로는 철강재 수급부담 및 가격 하방 압력 확대를 통해 국내 철강업에 구조적 리스크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국내 철강재 수출도 감소하고 있다. 1~8월 철강재와 2차 가공품, 원·부자재 제품 전체를 의미하는 전철강의 수출량은 1920만t으로 전년 동기 대비 3.4% 줄었다. 금액 기준으로는 11.1%나 감소한 237억달러에 그쳤다.


중국과 일본까지 뛰어들어 국내 공급 물량은 늘어났지만, 국내 철강 수요는 좀처럼 개선될 여지가 보이지 않는다.


엄기천 포스코 마케팅전략실장은 지난 24일 실적발표에서 "4분기에도 시황은 좋아지지 않고 약세 기조를 예상한다"며 "내년 1분기까지 약세 기조가 이어지고 지정학적 위기 상황과 고유가, 고금리 등으로 내년 1분기에 가봐야 중장기 전망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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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재 가격 상승도 철강업체의 발목을 잡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원자재가격정보를 보면 주원료인 철광석 가격은 26일 기준 t당 119달러로 1년 전(88달러) 대비 35% 올랐다. 같은 기간 제철용 원료탄 가격도 t당 299달러에서 348달러로 16% 상승했다.


철강업계의 단기적인 수익 부진은 '탈탄소화'라는 목표를 위한 투자 부담을 더 키우는 요인이 되고 있다. 세계철강협회는 철강산업의 탈탄소화를 위해 최소 3조5000억달러, 한화로 4723조원이 필요하다고 추산하고 있다. 포스코나 현대제철 모두 2050년 탄소중립을 목표로 수소 환원 제철 등에 투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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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강업계는 당분간 수요가 늘고 있는 자동차와 조선 등 업황이 좋은 산업에 판매를 확대한다는 전략이다. 업계 관계자는 "기술적으로 차별화할 수 있는 고가 프리미엄 제품에 집중하면서 수익성을 확보하려 한다"면서 "단기간 상황이 반전될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오현길 기자 ohk041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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