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 부적합·이중 수혜에도…국내서 또 보조금 받는 中 첨단산업
韓 보조금 정책 이대로 괜찮나
'친환경 정책' 전기차 보조금
재활용 안되는 LFP 배터리도 간접 지원
자국 기업에 직접 보조금 주는 中
드론·로봇 등 첨단산업 육성
국내서 또다시 구매 보조금 수혜
국산은 '기울어진 운동장'서 분투
국내 산업 생태계 보호 못하는 보조금 정책
중국산 첨단산업 제품이 국내에 물밀듯이 밀려들고 있다. 자국 내에서 막대한 보조금을 등에 업고 기술력과 규모를 키운 것이 중국 제품이다. 문제는 이들이 생산한 제품이 국내에서 또다시 친환경·첨단산업 관련 보조금 혜택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탄소 중립을 위한 전기차 보조금은 친환경에 부적합한 중국산 LFP(리튬인산철)배터리를 지원하고 있고 자국 내 보조금·세액공제 혜택을 받고 수출된 중국 제품이 국내에서 또 보조금을 받는 '이중 수혜' 문제도 발생하고 있다. 각국의 자국 우선주의 정책이 점점 더 과감해지고 있는 시점에서 우리 정부는 "통상·외교 문제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식의 태도를 보인다면 국내 산업 생태계를 보호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재활용 힘든 '中 LFP' 장착한 전기차도 1000만원대 보조금
20일 기준 중국산 LFP를 탑재하고 국내에 출시됐거나 출시를 앞둔 전기차는 모두 6종이다. 현대차 코나 일렉트릭, 기아 니로 EV, 레이 EV(출시예정), KG모빌리티 토레스 EVX 등은 모두 중국산 배터리를 장착했다. 테슬라 모델Y RWD, 메르세데스-벤츠 EQE 등에도 중국산 배터리가 장착돼 있다. 차량 가격이 8500만원 이상으로 보조금을 받지 못하는 벤츠 외에는 모두 국내 전기차 보조금 혜택을 받는다. 전기차 보조금은 국가 보조금 50%에 지방비 50%를 더해 지원한다. 국비는 전국 어느 곳이나 같지만 지방비는 지자체마다 예산과 충전 시설 구비 등이 다르다는 이유로 편차가 크다. 가격이 가장 저렴한 레이 EV는 국비 보조금을 512만원 받고 지방비를 합쳐 서울에서는 647만원, 대구나 인천에선 775만원 정도를 받을 수 있다. 전기차 보조금을 많이 주는 전남 광양에서 레이 전기차를 사면 출고가 대비 1100만원 이상 저렴하게 살 수 있다. LFP를 탑재한 다른 전기차의 구매 보조금 역시 1000만원 안팎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들 차량에 탑재되는 중국산 LFP 배터리는 국내 보조금을 통해 간접 지원을 받게 되는 것이다. 보조금을 토대로 가격경쟁력을 더한 이들 전기차가 잘 팔리면 더 많은 중국산 배터리가 서해를 건널 것이다.
관건은 LFP배터리가 과연 친환경·탄소 중립을 위한 보조금 정책에 적합한지 여부다. 최근 각국 정부는 배터리의 친환경성을 폐배터리의 재활용에서 찾는다. 다 쓴 배터리에서 리튬·니켈 등의 원료를 잘 회수할 수 있어야 탄소를 덜 배출한다는 것이다. 이 효율이 높아져야만 새로운 광산을 만들거나 고지대 염호에서 원료를 추출하면서 생기는 환경 파괴와 탄소 배출도 줄어든다. 궁극적으로 배터리 생산→사용→회수→재활용→배터리 재생산으로 이어지는 '순환 경제'가 가능해야 한다는 것이다.
LFP배터리는 수명을 다한 폐배터리의 재활용이 제한적이다. 현재는 폐배터리를 분쇄해 블랙파우더(리튬·니켈 등을 함유한 검은색 가루)를 만들고 이 가루를 산성 물질에 담가 금속을 뽑아내는 '습식기술'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이 기술을 통해서는 LFP에서 리튬 정도만 회수할 수 있다. 철·인산·흑연 등은 회수할 수 없다. 하지만 NCM(니켈·코발트·망간) 배터리는 리튬은 물론 니켈·코발트·망간 등 값비싼 원료도 회수가 가능하다.
원료 회수율이 떨어지니 LFP 배터리의 재활용은 경제성이 떨어진다. 배터리 종류별로 ㎾h당 회수 금속 가치는 NCM811(니켈 비중 80%)이 68달러, NCA(니켈·코발트·알루미늄)가 71달러다. LFP는 ㎾h당 가치가 45달러에 불과하다. 가치가 떨어지면 배터리 재활용을 위해 기업들이 설비투자를 하지 않는다.다. 이 때문에 중국에서는 LFP 폐배터리를 재활용하지 않고 매립해 환경오염 문제가 심각하다. 현재 국내에서 LFP 배터리를 재활용하는 기업은 없다. 다만 성일하이텍과 같은 기업이 '건식'기술을 활용해 LFP 폐배터리에서 리튬·구리·철 등 원료를 대부분 회수할 수 있는 공장을 짓겠다는 계획이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실제로 중국에서 LFP 폐배터리를 처리하지 못하고 매립하고 있어 환경문제가 되고 있다"며 "국내에 풀린 LFP폐배터리가 제대로 재활용되지 못하면 국토가 좁은 우리나라에서는 매립하지도 못한다"고 말했다. 이어 "폐배터리 처리 비용과 환경 오염 문제까지 생각한다면 LFP배터리가 NCM에 비해서 과연 저렴한가도 따져봐야 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주요국은 친환경성을 중심으로 폐배터리 재활용 규제를 강화하고 있는 추세다. 유럽연합(EU)은 올해 6월 2031년부터 전기차 배터리 생산단계부터 리튬·니켈 6%는 재활용 원료를 써야한다는 내용의 새로운 배터리법을 승인하기도 했다.
국내에서도 배터리 재활용 비율이 떨어지는 LFP배터리에 대해서는 전기차 보조금을 차등 지급하거나 배제하는 등 규제가 필요하단 지적도 나온다. 다만 전문가들은 우리 내수시장은 작지만 글로벌 시장 규모가 큰만큼 국내 시장 규제에 대해 신중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패권 국가들의 정책이 강도가 높다 보니 우리 경제가 이를 따르지 않기 힘들다고 말했다.
韓서 보조금 '이중 수혜' 받는 中 미래산업…유럽은 선전포고했다
로봇·드론 등 차세대 첨단 제조 산업으로 꼽히는 산업계에서는 중국산 제품들이 보조금 이중 수혜를 받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최근 가장 눈에 띈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서빙로봇 업계가 대표적인 사례다. 지난해 말 기준 국내 주요 서빙로봇 대수는 약 5000대 규모인데 이중 70%는 중국산이 차지하고 있다. LG전자와 KT 등의 서빙로봇이 있지만 아직은 점유율이 높지 않다.
중국은 2015년부터 로봇을 10대 핵심 산업으로 지정하고 구매자는 물론 제조업체에 직접적인 보조금 혜택을 안겨줬다. 중국 로봇 기업들이 덩치를 키울 수 있었던 비결이다. 베이징·상하이 등의 로봇 산업 단지에 입주한 기업들에게는 투자금의 10%를 환급하고 매출의 20%에 이르는 금액은 보조금으로 지급했다. 이렇게 큰 중국 로봇기업들이 수출하는 서빙로봇은 국내에서 또다시 보조금 혜택을 받는다. 공급가액의 70%를 구매자에게 보조금으로 주는 중소벤처기업부의 '스마트상점 기술보급 사업' 등을 통해서다. 중국 제조업체에게 직접 보조금을 주지 않지만 구조적으론 중국 기업이 자국과 해외에서 모두 보조금을 통해 점유율을 확대하고 미래 산업을 선점하고 있다.
DJI로 대표되는 중국 드론 기업들이 국내 산업을 장악하고 있는 것도 로봇 산업과 유사하다. 국내 농업용 드론 보급 규모는 6000여대로 DJI 등 중국업체가 시장의 70%를 점유하고 있다. 농업용 드론 가격이 1700만원(10ℓ 방제용)에서 2000만원(20ℓ 방제용) 이상 수준으로 고가이기 때문에 지방 자치단체가 농민이나 영농법인에판매가의 50% 수준의 보조금을 지원하고 있다. 광역단체는 지원 대상 수량을 정하고 농업용 드론 가격의 15%를 지원하고, 시·군 등 기초단체가 제품을 선정하고 35%를 지원하는 방식이다.
광역·기초자치단체의 지원비는 대부분 중국 업체 제품 구매에 사용되고 있다. 충남의 한 기초지자체는 올해 정부 농업용 드론 지원 사업으로 드론 18대에 관한 보조금을 지급했는데 17대는 중국산 수입 완제품, 나머지 1대는 중국산 국내 조립 생산 제품이었다. 보조금 1억8000만원 전액이 중국 제품 구매에 쓰였다. 중국 드론 업체들은 구매 보조금과 더불어 세금 인하·생산 보조금 등 각종 보조금·공제 혜택을 통해 산업 경쟁력을 얻고 있다.
유럽연합(EU)은 이같은 보조금 '이중 수혜', 보조금을 통한 시장왜곡을 경계하며 유럽 외 지역 국가의 보조금 정책과 전쟁을 선포했다. 특히 첨단산업에 막대한 보조금 정책을 펼치고 있는 중국을 겨냥하고 있다. EU는 올해 1월 역외보조금 규제를 발효시켰고 7월부터 해당 규제를 시행했다. 해당 규제 법안은 EU 집행위원회가 시장 왜곡이 존재한다고 판단되는 경우, 관련 계약체결 금지 명령을 내릴 수도 있다. 보조금 환급, 일시적 역내 활동 제한, 특정 투자 금지 또는 특정 자산의 매각 등의 시정조치도 내릴 수 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이달 13일(현지시간) 프랑스 스트라스부르 유럽의회에서 한 연례 정책연설에서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반(反)보조금 조사에 착수하겠다”며 “글로벌 시장에서 값싼 중국산 전기차가 넘쳐 나고 있다. 막대한 국가 보조금 덕분에 가격이 낮게 책정돼 시장을 왜곡시킨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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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보조금 정책도 역외에서 보조금을 받은 제품은 총액을 고려해 국내 보조금을 차등 지급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과 교수는 "중국 정부의 차세대 첨단 산업 정책의 특징은 기업에 직접 보조급을 지급하는 것인데 이 때문에 가장 지리적으로 가까우면서 산업적 특성이 비슷한 국내 산업계가 타격을 받고 있다"며 "(국내 보조금 정책이)중국산 제품의 가격 경쟁력을 높여줘 날개를 달아주는 꼴은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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