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수능 우려에 변별력 확보가 화두

정부가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에서 ‘킬러 문항’(초고난도 문항)을 배제한다고 밝히면서 시험을 앞둔 수험생들과 학부모들의 혼란이 커지고 있다. 9월6일 시행되는 모의평가와 11월16일 수능의 출제 경향이나 난이도를 예상하기 더 어려워지면서다.


19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의 한 학원 앞에 교육 내용이 안내돼 있다. 사진=연합뉴스

19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의 한 학원 앞에 교육 내용이 안내돼 있다. 사진=연합뉴스

AD
원본보기 아이콘

당정은 19일 국회에서 '학교 교육 경쟁력 제고 및 사교육 경감 관련 당정 협의회'를 열고, '킬러 문항'이 시험 변별력을 높이는 쉬운 방법이지만 학생들을 사교육으로 내모는 근본 원인이라는 데 의견을 같이하고, '공정 수능'을 위해 공교육 과정에서 다루지 않은 내용은 출제를 배제하기로 했다.

◆尹 발언 후폭풍…국장 경질·평가원장 사임=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5일 공교육 교과 과정 밖에서 복잡하게 출제되는 킬러 문항을 두고 "수십만 명의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부적절하고 불공정한 행태"라며 "약자인 우리 아이들을 가지고 장난치는 것"이라고 비판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은 일찍이 지난 3월부터 이런 문항을 배제하라고 여러 차례 지시한 바 있으나, 6월 모의고사(모의평가)에서 다시 킬러 문항이 등장하면서 논란이 빚어졌다.


다음날인 16일에 6월 모의평가 난이도 조절 실패를 이유로 대학입시 업무를 맡았던 이윤홍 교육부 인재정책기획관이 경질됐다. 이어 이규민 한국교육과정평가원 원장이 19일 자리에서 물러나겠다는 뜻을 밝혔다. 윤 대통령이 '공교육 교과과정 밖 수능 출제 배제' 지시를 내린 지 나흘 만에 2명이 자리에서 물러났다. 교육부는 교육과정을 벗어난 수능 출제 논란을 언급하며 평가원에 대해 12년 만에 대대적인 감사를 예고하기도 했다.

◆물수능 우려 속 변별력 확보가 최대 화두=정부가 거듭 '교육과정 밖 킬러 문항 출제 배제 방침'을 강조하면서 올해 수능의 출제 유형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먼저 '과도한 배경지식을 요구하거나 대학 전공 수준의 국어 비문학 문항', '학교에서 가르칠 수 없는 과목 융합형 문제'와 같은 문제 유형이 사라지게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해당 유형들은 윤 대통령이 예로 들었을 뿐 '킬러 문항' 규정하는 관련 법령 등이 없다는 것이 문제점으로 지목된다. 수험생들이나 교사들이 난도가 높은 문제를 소위 '킬러 문항'이라고 통상적으로 지칭한 것이 전부다.


결국에는 올해 수능에서는 윤 대통령이 언급한 문제 유형에 해당하는 킬러 문항 대신 준킬러 문항이 대다수를 차지할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다.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29일 국회 교육위원회 국민의힘 의원들과 가진 실무 당정협의회에서 "좋은 평가자들이 좋은 문항을 내면 (변별력 확보는)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말했다.


◆수험생·학부모 “왜 하필 이 시점에”=이미 6월 모의평가까지 치른 상황에서 수능 기조가 바뀐다는 소식에 수험생들은 혼란에 빠졌다. 수능이 불과 5개월 남은 시점에 출제 유형이나 난이도가 크게 변할 수 있어서 대응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정부의 갑작스러운 변화 예고에 당혹스럽다는 의견도 잇따르고 있다.


고3 수험생 자녀를 두고 있는 강미자씨(49)는 “지금 이 시점에 이런 발표를 하는 이유를 모르겠다”면서 “구체적이지도 않은 수능 방향을 발표하면서 자녀도 학습 계획을 새로 짜야 하겠다면서 울상이다”라고 토로했다. 수험생 김다솜양(17)도 “6월과 9월 모의고사 문제 형식에 맞춰 공부하고 오답 노트를 정리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출제 유형이 바뀔 수 있다고 해 당황스럽다”면서 “학원에서도 아직 정확한 출제 방향 등을 파악 중이라고만 얘기해 막막할 뿐”이라고 말했다.

AD

입시업계 전문가들도 수능 개편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는 이번 발표를 두고 시점이 잘못됐다고 지적한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당초 3월 학기가 시작될 때 방향을 제시했거나, 수능 직후 나온 결과를 살펴보고 '문제가 있다'고 판단됐을 때 이러한 지시를 내렸으면 더 좋았을 것이라고 본다”면서 “수험생들은 올해 수능이 쉽다, 어렵다 미리 판단하지 말고 교과서를 잘 봐야 한다”고 말했다.


유병돈 기자 tamond@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함께 보면 좋은 기사

새로보기

내 안의 인사이트 깨우기

취향저격 맞춤뉴스

많이 본 뉴스

당신을 위한 추천 콘텐츠

놓칠 수 없는 이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