랜들 구스비 "백인 중심 클래식에서 유색인종 뿌리 찾는 것이 내 사명"
한국계 바이올리니스트 랜들 구스비
20일 광주, 22일 서울서 첫 내한 공연
"제가 이 자리에 있는 건 어머니 헌신 덕분"
"어머니의 나라에서 연주하게 돼 굉장히 흥분된다. 어머니, 그리고 가족이 아니었다면 오늘의 나는 있을 수 없었다."
바이올리니스트 랜들 구스비가 19일 서울 용산구 리움미술관에서 열린 앨범 발매 및 첫 내한 공연 기자간담회에서 앨범 수록곡을 연주하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19일 오후 서울 용산구 한남동 리움미술관 무대에 선 바이올리니스트 랜들 구스비(27)는 서툰 한국말로 자신을 소개하며 인사를 건넸다.
20일과 22일 각각 광주 아시아문화의전당과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 첫 내한 독주회를 앞둔 그는 최근 미국과 유럽이 주목하는 연주자로 이름을 알리고 있다.
그는 2021년 데카(DECCA)에서 발매한 데뷔 앨범 ‘루츠(Roots)’를 통해 자신의 문화적 뿌리를 찾아가는 음악을 선보여 화제가 됐다. 자신을 '절반은 한국인'이라 소개한 그는 재일동포 3세 한국인 어머니와 아프리카계 미국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났다. 이런 배경을 기반으로 그는 흑인과 아시안 작곡가에 대한 깊은 관심을 보여왔다. 최근에는 야니크 네제 세갱이 지휘하는 필라델피아오케스트라와 그는 브루흐 바이올린협주곡 1번과 흑인 여성 작곡가 플로렌스 프라이스의 협주곡을 담은 음반을 발매하며 뿌리에 대한 애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번 내한 공연에서 구스비는 자신의 뿌리와 관련된 작품을 들려줄 예정이다. 라벨의 바이올린 소나타 2번과 함께 흑인 클래식 작곡가의 ‘대부’로 불리는 윌리엄 그랜트 스틸의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위한 모음곡, 베토벤의 바이올린 소나타 9번 ‘크로이처’ 등을 연주한다.
"베토벤의 크로이처는 그가 절친한 흑인 바이올리니스트 조지 브지지타워에게 헌정하려고 쓴 곡인데, 둘 사이가 틀어지면서 나중에 결별하고 루돌프 크로이처에게 헌정한 곡"이라고 소개한 그는 "나는 이 작품을 '브리지타워 소나타'라고 부르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또, 라벨의 소나타 2악장엔 미국 음악인 블루스가 담겨 있는데 이와 연관된 작곡가가 그랜트 스틸이다. 그의 작품에선 블루스의 색채가 강하게 나타난다"며 "앞으로 흑인 작곡가는 물론, 한국과 일본, 인도 등 아시아 작곡가들의 곡을 찾아 연주하면서 클래식 음악의 지평을 넓히고 싶다"는 포부를 전했다.
구스비는 "미국에서 클래식은 돈 많고 나이 든 사람의 전유물처럼 여겨지는데, 앞으로 더 다양한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클래식을 즐길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싶다"고 밝혔다.
"어머니의 헌신과 희생에 가치 있게 보답하고 싶다”고 말한 그는 "나와 문화적으로 연결된 한국 청중 앞에서 연주하는 건 아주 흥미진진한 일"이라며 기대감도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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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담회에 앞서 그는 이날 바흐의 무반주 파르티타 1번을 연주했다. 미술관 무대에 애절한 바이올린 선율이 흩어졌다. 삼성문화재단이 그에게 제공한 1708년산 스트라디바리우스 명기 ‘엑스슈트라우스’의 소리는 밝으면서도 날카로웠다. 그는 골프를 즐기는데, 자신이 좋아하는 타이거 우즈를 따 이 악기에 '타이거'란 이름을 붙여줬다며 "2집 앨범까지는 과르니에리 델 제수를 사용했는데 어두운 매력이 돋보였다면 스트라디바리우스는 밝은 음색이 특징인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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