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활한 협상꾼"…北김영철 상대한 예비역 장성의 회고
예비역 육군준장 문성묵 한국국가전략硏 센터장
남북 장성급 군사회담에서 北 김영철 직접 상대
"교활하고 공격적…목적 위해 비굴하게 굴기도"
천안함 폭침사건의 배후로 지목된 '대남 강경파' 김영철 전 노동당 대남비서가 통일전선부 고문 직책으로 복귀했다. 남북 장성급 군사회담에서 그를 직접 상대했던 문성묵 한국국가전략연구원 통일전략센터장은 "권모술수에 능한 협상꾼"이라고 회상했다. 공격적인 언사를 내뱉다가도, 원하는 바를 얻으려 비굴하게 사정하는 등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인사라는 평가다.
'예비역 육군 준장' 문 센터장은 20일 아시아경제와의 통화에서 "김영철은 굉장히 머리가 좋으면서 권모술수에 능한 협상꾼"이라며 "나쁘게 말하자면 아주 교활한 '쥐' 같은 인상으로 기억된다"고 말했다. 문 센터장은 국방부 북한정책과장(대령)이던 2006~2007년 남북 장성급 군사회담에서 남측 차석대표로 나서 북측 대표로 나온 김영철 당시 인민군 중장을 직접 상대한 바 있다.
남북 장성급 군사회담을 앞둔 2006년 3월 실무대표회담에 나선 문성묵 당시 육군 대령(오른쪽)과 북측 박기용 상좌. 문성묵 당시 국방부 북한정책과장은 남측 차석대표로, 김영철 북측 수석대표를 상대했다.
문 센터장은 김영철과 직접 맞붙은 기억도 있다. 2007년 12월 북측은 군사회담이 열린 판문점에서 사전 합의되지 않은 자료를 기자들 앞에 띄웠고, 화면을 가리려 남북 수행원 간 몸싸움까지 벌어졌다. 북한은 김일성 시대부터 북방한계선(NLL) 무력화를 고집해 왔는데, 문제의 자료에도 NLL의 부당성을 주장하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고 한다. 문성묵 당시 남측 차석대표는 "이게 뭐하는 짓이냐"고 소리쳤고, 결국 김영철은 화면을 끄라고 지시했다.
문 센터장은 "오랜 시간 대남 업무를 수행해온 만큼 많은 지식과 경험을 갖추고 상대방을 능수능란하게 다루는 협상꾼"이라며 "윽박지르고 협박을 하다가도, 원하는 바가 있으면 '나 좀 도와달라'며 비굴하게 사정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영철은 김일성-김정일-김정은 3대에 걸쳐 신뢰받는 몇 안 되는 인사 가운데 하나"라며 "1946년생으로 나이가 꽤 많은 만큼 일선에 나서기보다는 고문으로서 나름의 조언자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천안함부터 연평도까지…"김정은도 많이 의지해"
1989년 남북 고위급 예비회담 때 인민무력부 부국장 직책으로 등장한 김영철은 직설적인 화법으로 이목을 끌었고, 이듬해 본회담까지 참가하면서 김일성의 총애를 증명했다. 이 당시 활약으로 김일성과 독대까지 하고, 김동수라는 본명을 김영철로 개명했다는 일화도 전해진다. 애초 김영철은 회담에서 쓴 가명인데, 김일성이 회담 때 활약상을 흡족히 여겨 마치 최고지도자로부터 하사받은 이름처럼 됐다는 것이다.
김영철은 김정일 시대에도 2000년 남북 정상회담 북측 수석대표를 지냈으며 여러 회담과 개성공단 및 금강산 관광사업 등 굵직한 대남 현안에 관여했다. 김정일-김정은 정권 승계작업이 이뤄지던 2009년부터 인민군 정찰총국을 지휘했고, 이듬해 3월 천안함 피격사건을 주도했다. 그해 10월에는 연평도에 기습 포격까지 감행하며 김정은 집권 초기 리더십을 세우는 데 기여했다. 이후 2013년 3월 '정전협정 백지화'를 선언하며 불바다를 운운했던 것도 김영철이이었다.
문 센터장은 이 같은 이력을 언급하며 "김정은도 김영철을 굉장히 많이 의지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며 "2018년 판문점 회담 때도 김정은과 나란히 등장했다"고 되짚었다. 실제로 김영철은 2018년 남북미 대화가 이어질 때까지만 해도 김정은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하며 승승장구했다. 당시 미국이 북측 협상단을 이끈 김영철을 '기피 인물'로 꼽으면서 "대화가 안 되니 인사를 교체해달라"고 할 정도로 꺾이지 않는 원칙주의로 북한 지도부의 신임을 받았다.
그러나 2019년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이 빈손으로 끝나면서부터 내리막을 걸었다. 2021년 대남비서 자리가 사라지면서 통전부장으로 사실상 강등됐고, 지난해 6월에는 자신의 '아바타'로 평가되던 후배 리선권에게 통전부장 자리마저 념겨줬다. 그런 그가 1년 만에 통전부 고문으로 다시 돌아왔다는 것은 대남·대미 업무에 복귀하는 수순으로 보인다. 손 꼽히는 '강경 인사'인 만큼 대남·대미 대결 메시지를 발신하는 확성기 역할을 맡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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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센터장은 "북한이 향후 강경 메시지를 낼 때 김영철의 성향이 십분 활용될 가능성은 있다"면서도 "북한은 최고지도자의 뜻과 당의 노선에 따라 움직일 뿐이지, 개인의 성향이 전술이나 정책을 좌지우지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잘못됐다. 김영철의 복귀가 새로운 정책을 예고한다고 보는 것은 오류"라고 했다. 이어 "김정은 정권에서 충성을 다한 인물에 대해 어느 정도 예우를 갖추는 모습으로, 다른 군부의 충성을 유도하는 측면도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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