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가 오는 30일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신규 사외이사 선임과 정관 개정안을 완료할 예정이라고 한다. 차기 최고경영자(CEO)는 다음 달까지 선임한다. KT의 최고경영자 공백은 이미 잘 알려진 대로다. 지난해 12월 국민연금의 반대로 구현모 전 대표가 연임을 포기했고 3월 초 이사회에서 낙점받은 윤경림 후보도 사퇴 압박과 배임 의혹 등으로 물러났다. 그 뒤로 지금까지 경영 공백이 이어지고 있다.
KT는 특별히 경영권을 행사하는 최대주주가 없는 소유분산기업이다. 정부는 보유한 지분을 2002년 5월 모두 매각했다. 완전 민영화된 지도 이미 20년이 지났다. 그러나 정권이 바뀔 때마다 KT는 최고경영자에 대한 퇴진 압력과 검찰 수사가 반복된다. KT 이사회가 CEO 견제라는 측면에서 부족했던 것은 이론의 여지가 없다. 대주주가 없는 기업에서 흔히 지적되는 것은 기존 경영진의 참호구축(CEO entrenchment) 현상이다. 소유분산 기업의 최고경영자가 이사회의 감시나 견제 없이 독단적으로 경영권을 행사하는 경우 견제와 감독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는 지배구조에 대한 비판이 제기된다. 따지고 보면 경영권을 가진 대주주가 있다고 해서 지배주주의 인사 전횡에 문제가 없는 것도 아니다. 10%도 되지 않는 지분을 가지고 전체 주주의 뜻인 것처럼 행세하는 건 옳지 않다. 대주주가 모든 주주와 언제나 이해관계가 같은 것도 아니다. 상속이나 증여를 생각하는 대주주라면 주가가 올라가는 걸 바라지 않는 경우도 많다.
사실 경영진 선임에 최선의 모델이 따로 있다고 생각하기는 어렵다. 언제나 가장 뛰어난 사람을 뽑을 수 있는 보장된 제도란 없다. 중요한 것은 결과보다는 과정 자체가 아닐까 싶다. 문제나 갈등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적절한 규칙을 준수하는 것을 의미하는 절차적 정당성은 반드시 최선의 결과를 보장하기 때문에 필요한 게 아니다. 사람을 뽑는 일은 원래 쉽지 않다. 미국이나 우리나라나 모든 국민이 참여해 공개적이고 투명한 과정을 거쳐 최고지도자를 선출하지만 그 과정을 통해 뽑은 지도자가 항상 최선의 인물은 아니었다.
어떤 선택도 실패할 수 있다. 그러나 최소한 그 과정은 많은 이해관계자가 승복할 수 있는 수준이어야 한다. 우리가 민주적인 절차에 집착하는 것은 민주주의가 언제나 가장 훌륭한 결과를 낳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국가지도자를 뽑는다면 주권자인 국민이 그 과정을 납득할 수 있어야 하고 기업의 경영자를 뽑는다면 기업의 주인인 주주가 그 과정을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한다. 사회적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갈등은 대부분 절차의 정당성이 부족한 데에서 비롯된다. 공정하고 투명한 선출방식이 필요한 것은 이 때문이다. 정치권력이 대주주가 없는 기업의 경영자 선임에 개입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은 것도 자칫 무능한 경영자를 선임할 수 있기 때문이 아니다. 기업의 의사결정 구조에 주주 대표성을 접목하려는 노력은 필요하다. 하지만 정부가 민영화된 소유분산기업에 대한 관치의 수단으로 국민연금을 활용하는 것은 기업지배구조 개선에 도움이 되지 못한다.
말 그대로 인사가 만사(萬事)다. 최선의 결과가 보장된 이상적인 제도란 없다. 과정이 공정하고 투명하며 합리적이면 된다. 모든 인사가 그렇다. KT가 최고경영자의 자격요건에서 ICT 전문성이라는 항목을 삭제하기로 했다. 굳이 의심을 불러일으켜 논란을 만드는 일은 하지 않는 편이 좋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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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철 경제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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