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제천시에는 2025년 1월 공공 산후조리원이 문을 연다. 지상 2층, 13실 규모다. 지방소멸대응기금 42억원, 제천시 시비 28억원 등 70억원이 투입된다. 충북 최초 공공 산후조리원이다. 충북에는 청주 10곳, 충주 1곳 등 11곳의 민간 산후조리원이 있다. 다른 9곳의 시군에는 없다. 보은·옥천·영동 주민들은 대전 등지로 원정출산·원정산후조리를 할 수 밖에 없다. 제천·단양주민들은 강원도 원주까지 갔다. 제천의 경우 전체 출생아 가운데 절반이 다른 지역 산부인과에서 태어났다.
보건복지부 통계를 보면 2022년 12월 말 기준 전국 산후조리원(휴·폐업 제외)은 475곳이다. 이중 공공은 17곳에 불과하다. 서울(송파), 경기(여주), 울산, 충남(홍성)이 각각 1곳이고 전남(5곳), 강원(4곳), 경북(2곳), 경남(1곳), 제주(1곳) 등이다. 보건복지부가 2020년에 출산한 산모 312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를 보면, 10명 중 8명(복수응답)은 산후조리원을 이용했고 조리 기간은 평균 30.2일, 평균비용은 243만원이었다. 적지 않은 금액이다. 이 때문에 응답자들 대부분은 산후조리원 비용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근 정치권과 지역에서 공공 산후조리원이 화두가 되고 있다. 국회 인구위기특별위원회 위원장인 김영선 국민의힘 의원이 같은당 의원들과 365일·24시간 전일제 공공 산후조리원 설립 의무화를 담은 ‘모자보건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개정안은 지자체의 공공 산후조리원 설치를 의무화하는 햔편, 설치ㆍ운용비를 국비에서 보조하고 취약계층의 이용부담을 전면 또는 감면하도록 했다. 서울시의회는 시립 산후조리원을 만들자는 조례안을 통과시켰고 전북도는 조례를 통해 10개 시군에 공공 산후조리원을 건립하기로 했다.
목적이 아무리 좋아도 법과 제도를 만들고 운영하는 데 있어서는 신중함이 필요하다. 우선 비용 문제다. 하반기 개원 예정인 서대문구 공공 산후조리원(12실, 연간 288명 이용)의 향후 5년간 투자규모는 138억원이다. 100% 구 예산이다. 제천시 모델로 하면 전국 229개 지자체에 공공 산후조리원 1개를 설치하는 데 1조5000억원 이상이 든다. 서울 송파구 공공 산후조리원은 인기가 높지만 매년 10억원 이상의 적자를 내고 있다. 일부 지자체들도 공공 산후조리원 건립을 검토했다가 비용 문제로 철회한 곳도 있다.
민간 산후조리원이 보편화한 상황에서 도시, 농촌 가리지 않고 공공 산후조리원을 짓는 것은 중복, 과잉투자 가능성이 있다. 산후조리시장을 주도해온 민간의 반발도 예상된다. 대구 수성구의 한 구의원은 "교육 중심지에 공공 산후조리원이 없다"며 신설을 주장하기도 했다. 현재 대구에는 22개의 산후조리원이 있고 수성구에만 7곳의 민간 산후조리원이 영업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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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후조리원과 같은 사회보장제도를 신설할 경우에는 정부(보건복지부)와 협의를 거쳐야 한다. 성남시의 경우 2015년 시 재원으로 공공 산후조리원 3곳을 건립하는 방안을 추진했다. 중앙정부는 당시 성남시 관내 민간 산후조리원 운영 현황(24곳, 현재는 21곳)과 입소율(61.2%, 2014년 12월 기준) 등을 고려해 불가 판정을 내렸다. ‘산후조리+보육’을 도와주는 공공 산후조리원이 초저출산과 지방의 인구소멸에 대응하기 위한 대책은 맞다. 하지만 재정여건, 지역특성, 민간과의 경쟁 등을 고려하고 소외지역, 인구소멸지역, 취약계층, 사회적약자에게 우선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경호 바이오헬스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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