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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단]달라진 중국, 새로운 관계설정을 생각할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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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단]달라진 중국, 새로운 관계설정을 생각할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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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8년 덩샤오핑에 의해 개혁개방이 시작된 이후 40년간 흐름을 유지하던 중국은 2010년대 중반 이후 근본적 변화를 도모하고 있다. 중국이 달라지고 있다는 점은 명확하다. 중국의 개혁개방 목표는 경제발전이 아닌 ‘사회주의 혁명의 완수를 위한 물적 토대 구축’이었다는 점을 우리는 떠올려 볼 필요가 있다. 대약진운동과 문화혁명으로 망가진 중국을 물려받은 덩샤오핑이 해야 할 일은 사회주의로의 이행을 위해 필요한 물적 토대를 다시 구축하는 것이었다. 이런 관점은 ‘우리가 하고 있는 사업은 사회주의이며 최종 목표는 공산주의’라고 이야기하면서 ‘대외개방이나 개혁의 목적은 사회주의경제를 발전시키기 위한 것’이라는 1985년 3월 덩샤오핑의 발언에서 명확하게 드러난다. 우여곡절은 있었지만, 중국은 40년 넘게 성공적으로 물적 토대를 축적해왔으며 이제는 세계 2위의 경제력을 갖춘 국가가 되었다.


중국의 입장에서 보면 이제 당초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여건이 조성된 것이다. 중국이 추구하는 미래는 중국은 세계를 필요로 하지 않지만, 세계는 중국을 필요로 하는 그런 모습이다. 중국은 이를 위해 식량자급률을 높이고 필수적인 자원과 에너지의 안정적 도입을 위한 다중의 안전판들을 갖춰놓기 시작했다. 태양광을 비롯한 재생에너지는 중국이 필요로 하는 자급 자족적 경제구조 달성에 핵심적 존재로 간주하였다. 한국과 일본의 산업정책을 면밀히 벤치마킹한 산업전략의 성공을 통해 중국은 서방의 경로를 따라가는 것보다 기술적 도약과 혁신을 통해 패러다임의 변화를 가져오는 것이 더 쉽고 궁극적으로는 서방과의 분리에서 유리함을 파악하였다. 물론 이 과정에서 기술의 도용과 무단복제, 경쟁국과 외국 경쟁기업의 배제를 위한 다양한 수단의 동원, 자국 산업 육성을 위한 차별적 지원이 이루어졌다. 자신들만의 새로운 체제와 질서를 만들고자 하지만 그 길이 자살적인 고립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중국 지도부는 잘 알고 있다. 많은 국가들에 중국이 서구 주도 질서의 대안으로 여겨질 수 있어야 하며, 중국의 뜻을 따르도록 하기 위해서는 그에 걸맞은 경제력과 기술력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 중국 지도부의 관점이다. 이런 점에서 등장한 것이 ‘중국 제조2025’ 같은 산업전략이었다.

중국의 예상과 달랐던 점은 미국의 급속한 변화였다. 중국이 달성하려던 분야에 대해 벽을 쌓고 동맹국을 묶어 중국을 포위하는 전략을 미국이 본격적으로 추진하면서 중국은 최종 목표 달성을 얼마 남겨놓지 않고 큰 장애에 봉착하게 되었다. 중국 입장에서 보면 지금 상황은 어떤 길을 걸을 것인가를 판단해야 하는 순간이며, 미국 역시 숨을 고르고 다음을 준비할 시간이 필요한 시점을 맞이하게 되었다. 양측의 고위급 회담 추진이나 미국의 '리스킹(de-risking)' 같은 유화적 발언의 배경에는 이런 구도가 자리하고 있다.


우리 입장에서 보자면 지난 30년간의 중국과의 관계와는 다른 근본적인 변화에 직면하고 있다. 중국이 세계화의 흐름 속에서 얻을 수 있는 것을 대부분 달성한 상황에서 보자면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의 중요성은 그 이전과 비교해보면 안보적 측면을 제외하고는 확연히 낮아졌다. 대한민국은 할 수 있고 중국은 못 하는 것은 메모리 반도체 빼고는 없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중국이 우리에게 공세적이며 고압적 태도로 일관하는 것은 우호적으로 대할 필연적 이유가 소멸하였기 때문이다. 우리는 과거의 기억을 잊고, 달라진 중국과의 관계 설정과 적응을 본격적으로 준비해야 하는 시점에 있는 것이다.


최준영 법무법인 율촌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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