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장애를 가진 80대 노모를 살해한 아들에게 징역 10년형이 확정됐다.


법원은 10년 전부터 앓고 있던 정신질환 때문에 피고인이 범행 당시 심신미약 상태였던 점을 인정했지만, 심신상실 상태였다는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시각장애 87세 노모 살해한 정신질환 아들… 대법, 징역 10년 확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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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존속살해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징역 10년을 선고한 원심을 최근 확정했다.


A씨는 2013년 4월 말 병원에서 정신질환이 있다는 판정을 받고 지난해 2월까지 통원치료를 받았다. 그는 유방암을 앓고 시각장애 1급으로 앞을 보지 못하는 데다 거동까지 불편한 어머니(사망 당시 87세)를 누나들이 돌보지 않아 자신이 힘들게 혼자 돌봐야 하는 상황에 늘 불만을 갖고 있었다.

그러던 중 2022년 3월 27일 오후 자신이 어머니와 살고 있는 경기 의왕시 아파트를 방문한 교회 목사님과 누나들, 이모 등이 자신을 위로하기는커녕 오히려 자신을 정신질환자 취급하며 자신에게 안수기도를 하려고 하자 '개 같은 년들아, 다 죽여버리겠다'라고 말하며 강하게 저항했다.


그리고 A씨는 자신이 혼자 어머니를 돌봐야 하는 상황을 벗어나기 위해 어머니를 살해하기로 마음먹고 같은 날 저녁 안방 침대에 누워있던 어머니의 얼굴과 가슴 부위 등을 주먹과 발로 여러 차례 때리고, 침대 밖 바닥으로 떨어진 어머니를 다시 주먹과 발로 때려 그 자리에서 숨지게 했다.


존속살해 혐의로 기소된 A씨 측은 재판에서 "피고인은 정신질환을 앓고 있어 당시 상황이 기억나지 않으나, 피해자를 살해하지 않았고, 설사 피고인이 피해자를 살해했다고 하더라도, 정신질환으로 인한 심신상실 상태에서 범행한 것이어서 피고인은 책임이 조각된다"고 주장했다.


먼저 첫 번째 어머니를 살해하지 않았다는 주장에 대해 1심 재판부는 A씨가 범행 직후 경찰에게 했던 발언이나 태도 등을 토대로 고의를 갖고 저지른 살해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A씨는 긴급체포된 뒤 경찰서로 이동하는 호송차량에서 "아무도 돌봐주는 사람이 없어 힘들었고, 엄마를 천국에 보낸 후 나도 죽으려고 했다"라고 말했고, 경찰서에 인치됐을 때는 "가족들이 나를 돌봐주지도 않고, 엄마는 유방암 3기로 인해 건강도 안 좋고, 눈도 안 보이는데 내가 매일 지옥에 있는 것 아니냐? 나는 여기 더이상 버틸 수가 없어서 주먹으로 엄마를 천국에 보내드렸다"라고 말하며 범행사실을 시인했다.


또 경찰 조사에서는 "나 때문에 어머니가 사망했다. 내가 잘못을 해서, 내가 잘 보내 드렸지, 다들 재산 뺏어가려고 하고"라고 진술하기도 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경찰 조사를 받을 당시 부당하게 범인으로 추궁당하고 있다는 등 억울함을 호소한 사실은 없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사건 당일 A씨가 누나 등에게 소리치며 난동을 부린 것에 대해 10년 가까이 정신질환으로 병원 치료를 받아왔던 A씨가 범행 전 한달가량 치료약 복용을 중단해 병세가 악화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밖에도 재판부는 사망한 어머니의 오른쪽 얼굴에 폭행 흔적이 집중돼 있는데 긴급체포 당시 A씨의 왼손에 이와 부합하는 상처가 발견된 점과 어머니가 사망했다는 사실을 알고도 A씨가 다른 가족에게 연락하거나 수사기관에 신고하지 않은 점도 A씨의 범행 증거로 들었다.


심신상실 주장에 대해 재판부는 정신감정의의 감정 결과 등을 근거로 "피고인이 이 사건 범행 당시 심신미약의 상태를 넘어서 심신상실의 상태에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결론 내렸다.


재판부는 경찰 조사 내용 등을 토대로 "피고인이 범행 전후 상황을 충분히 기억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또 재판부는 "피고인은 경찰 조사에서 '어머니에 대해 미안한 마음에 이불을 덮어줬다', '계속 버텼는데 너무 힘들었다'라고 진술했다"라며 "행위의 위법성을 인식하고 이 사건 범행을 한 것으로 보이고, 자기의 행위를 통제할 수 있는 능력이 완전히 결여됐던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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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심 재판부와 대법원 역시 이 같은 1심 재판부의 유죄 판단이나 양형 판단에 문제가 없다고 봤다.


최석진 법조전문기자 csj040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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