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미래]英 템스강 프로젝트 책임자 "시민이 찾으면 관광객도 온다"
일루미네이티드 리버 프로젝트 책임자
사라 가벤타와의 영상통화 인터뷰
"템스강은 자연 초고속도로다. 자연을 보호하는 한편 시민들이 강을 사랑할 수 있도록 걷기 프로그램을 만들고, 배를 타고 가면서는 예술작품을 만날 수 있도록 했다. 이제는 런던을 24시간 돌아가는 도시, 걸을 수 있는 도시, 활기찬 도시라는 것을 보여주게 됐다."
영국 템스강 위 다리(교량)의 조명 개선 사업을 담당하는 사라 가벤타(Sarah Gaventa) 일루미네이티드 리버(Illuminated River) 프로젝트 재단 책임자(Director)는 지난달 17일 영상통화로 진행된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혔다. 프로젝트에 대해 대화할 수 있어 기쁘다고 말한 가벤타 책임자는 "템스강의 전경을 개선시키고자 한 이유는 그 무엇도 아닌 런던 시민을 위해서였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공공 공간은 그 지역 시민들이 좋아해야 관광객들도 사랑할 수 있는 공간이 될 수 있다"고 역설했다. 2021년 9번째 다리에 조명을 밝히는 일을 완료했지만 강과 시민의 접근성을 더욱 높이기 위한 가벤타 책임자의 프로젝트는 아직도 현재 진행 중이다.
다음은 가벤타 책임자와의 일문일답.
템스강 앞에서 사라 가벤타(Sarah Gaventa) 일루미네이티드 리버 프로젝트 재단 책임자가 시민들에게 프로젝트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사진=Illuminated River
원본보기 아이콘-일루미네이티드 리버 프로젝트에 대해 설명해 달라.
▲일루미네이티드 리버 프로젝트는 런던에서 중요한 템스강과 그 위에 놓인 다리를 바라보고 이들을 기념하기 위해 진행하는 프로젝트이다. 사실 이 프로젝트는 2012년 런던 올림픽 때 로스차일드 가문의 '런던 중심부를 가로지르는 문화 프로젝트를 만들자'는 열망에서 나온 것이다. 템스강은 런던이라는 도시를 정의하는 강이고, 그 중심부에는 많은 다리가 있지만, 모든 도시가 그렇듯이 산업화 이후 우리는 강을 등지고 살아왔다. 여행과 산업, 어업 등의 공간이었던 강은 더 이상 시민들이 보지 않는 공간이 됐고 악취를 풍기기도 했다.
일루미네이티드 프로젝트는 하나의 범런던 문화 프로젝트라고 말할 수 있다. 환경을 고려해 빛과 예술을 이용해 강이 아닌 다리를 비추고자 했다. 강에서 서식하는 물고기들은 빛공해 속에서 어둠을 유지하고 싶어하기 때문이다. 다리는 불빛으로 비추면서 강은 어둡게 남겨두는 것을 통해 강의 아름다움을 강조했다. 이러한 변화는 사람들이 단순히 역으로 이동하거나, 혹은 출근을 위해 다리를 그냥 건너는 것이 아니라 강에 머물고 강을 바라보고, 멋진 풍경을 볼 수 있게 하는 기회로 작용했다. 물론 이미 조명들이 달려있는 다리도 있었지만, 이는 예술적 감각으로 조성된 것이 아니라 도로를 만드는 사람들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었다. 그곳에서 나오는 빛들이 오히려 강을 오염시키고 있었던 것이다.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또 하나 아주 중요하다고 생각한 것은 '어떻게 템스강을 이야기하고 지역사회를 참여시키는가'였다. 우리는 프로젝트를 사랑하는 모든 사회구성원들과 함께 일했다. 이 프로젝트는 공공의 영역에서 이뤄졌고 도시 내 다양한 시민들과의 협상도 필요했다. 가령, 런던에서는 어떤 사람들은 보수적이고 어떤 사람들은 진보적인 정치성향을 갖고 있기 때문에 우리는 모두가 함께 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했다.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런던이라는 도시에서 템스강이 가지는 의미를 무엇이라고 정의했나.
▲자연 초고속도로(wildlife superhighway)라고 생각했다. 강에는 수백 종의 생물들이 살고 있음에도 우리는 강이 매우 불투명하기 때문에 무엇이 살고 있는지 보기 어렵다. 반면 생명들이 살고 있는 강 위로는 화물과 사람들이 이동하고 강 위에서는 통근 보트도 운영하고 있다. 템스강의 어원 역시 ‘어두운 강’을 의미합니다. 우리는 어원이 의미하는 것처럼 이 자연 초고속도로의 야생성을 ‘어둠’으로써 유지하고 싶었다. 그래서 모든 조명을 새벽 두 시가 되면 끄도록 했다. 우리는 자연을 보호하는 역할도 하고 있는 것이다.
-프로젝트가 지역사회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어떤 시도를 했나.
▲우리는 시민들이 강에 모여 강을 사랑할 수 있도록 만들기 위해 걷기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템스강은 가장 큰 공공 공간이기 때문에 사람들이 강을 이해하고 즐길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었다. 또 하나는 무료 보트 투어였다. 시민들에게 강에 대한 첫 경험을 선사해주는 것이다. 우리는 오는 9월에 10대의 나이에 아프고 나이든 부모님들을 돌보는 '영 케어러'들을 템스강에 데려가는 계획도 세우고 있다.
강변에서는 조명이 켜진 다리들을 볼 수 있지만, 배를 타고 다리 밑으로 가면 머리 위로 예술작품을 볼 수 있다. 우리는 통근 보트 회사와 협력해 일주일에 두 번 사람들이 일루미네이티드 리버를 볼 수 있도록 하는 저렴한 티켓을 만들었다. 이런 것들을 고려한다면, 일루미네이티드 리버 프로젝트는 일루미네이티드 브릿지(다리) 프로젝트라고 해야될지도 모르겠다. 우리는 다리를 조명으로 비추지, 강을 조명으로 비추진 않으니까. 그런데 이름은 제가 합류하기 전에 정해졌더라.(웃음)
-프로젝트의 가장 중요한 의미 중 하나가 템스강을 시민들에게 돌려주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프로젝트 이전에는 강과 시민들의 관계가 어땠다고 보았나.
▲강 주변에서 대를 이어 살아온 시민들은 오히려 강을 등지고 살아왔다. 그래서 우리는 지역 학교와 협력해 강에 대해 이야기하고, 다리까지 행진하는 등 지역사회와 강을 연결시키려고 노력하는 중이다. 강 주변에 사는 시민들에게는 보트 투어를 체험하게 한다든가 걷기 투어 무료 티켓을 제공하면서 강에 대해 설명했다. 우리는 캐넌 스트리트와 런던 다리 사이에 거주하는 시민들에게 반발을 얻기도 했다. 소통을 통해 그들이 집에 빛이 들어오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는 것을 파악할 수 있었고, 프로젝트로 인해 우려했던 일이 발생할 일은 절대 없을 것이라고 그들과 약속했다. 프로젝트는 시민들에게 이익을 줘야하는 것이지, 마이너스가 되면 안된다.
또 우리는 우리가 가진 역량으로 시민들의 문제 해결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생각했다. 템스강 바로 옆 남부 대성당이 그 예다. 성당의 조명은 눈에 띄지 않아 주변의 화려하고 새로운 조명들로 인해 잘 보이지 않았다. 성당보다 텅 빈 사무실이 오히려 더 빛났다. 우리는 디자인 팀과 조명 엔지니어에게 성당 조명개선을 위해 비용을 지불했다. 우리가 아는 조명의 역할, 지식을 공유하면서 프로젝트에 시민들을 참여시키고 프로젝트 팀의 기술이 지역사회의 문제해결에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다. 프로젝트에 매우 반대했던 시민들도 이제는 프로젝트를 사랑하게 됐다. 제가 우리 팀에게 강조한 말은, 우리의 프로젝트가 강 주변의 삶이나 업무 활동에 스트레스를 줘서는 안된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우리는 시민들과 나눌 수 있었던 토론들에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
-일루미네이티드 프로젝트가 완공된지 2주년이 됐다. 이 프로젝트가 런던을 어떻게 변화시켰는지 말해 달라.
▲이 프로젝트는 관광객이 아닌 런던 사람들을 위해서 진행됐지만 더 많은 사람들이 강을 확실히 즐기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우리의 프로젝트는 선택받은 관광의 영역이 됐다. 보트 투어에 참여하는 사람들도 대부분이 관광객들이다. 밤에 할 수 있는 활동이 꽤나 제한적인데 사람들이 밤에 무언가를 하고싶어하는 공간이 됐다는 점에서 이 프로젝트는 매우 흥미롭다. 런던을 24시간 돌아가는 도시, 걸을 수 있는 도시, 활기찬 도시라는 것을 보여주는 것은 어떤 산업에 있어서는 매우 유용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사람들의 체류 시간을 분석한 데이터가 있는데, 사람들이 모나리자를 감상하는데 20초가 걸렸다면 일루미네이티드 리버를 감상한 시간은 20분이었다. 사람들이 밖에서 많은 시간을 지낸다는 것은 밖에서 음식을 사먹는다는 것과도 같다. 멋진 다리의 모습을 전망할 수 있는 주차장을 음식을 파는 공간으로 변화시키기도 했다.
예상치 못한 영향을 미쳤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은 코로나19 때문이었다. 프로젝트는 시민들의 정신건강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많은 사람들이 당시 다리를 보러 왔는데, 이는 당시 외출할 수 있는 장소가 제한돼 있었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강가에서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있게 만들었다는 것이 이 프로젝트의 유산이다. 우리는 앉을 공간을 더 많이 마련하고 조명을 개선하고 지역 당국과 협력하면서 시민들이 템스강을 안전하게 느끼도록 만들었다.
-프로젝트를 통해서 더 나아갈 방향성이 있다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이 프로젝트는 아직도 확장 가능성이 있다. 이루고 싶은 것은 강 주변의 건물들의 불빛을 줄여 빛 공해를 줄이는 것이다. 런던을 위한 빛 전략을 세우고 빛을 이용해 런던의 밤을 장식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빈 사무실의 조명을 끔으로써 우리가 보고싶은 건물과 유산을 강조하는 것이다.
-템스강의 미래에 대한 생각을 들려달라.
▲사람들이 더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공간이 되길 기원한다. 저는 템스강에 있는 공공 야외수영장을 바라보고 있는 것을 좋아한다. 사람들은 누구나 이 수영장을 이용할 수 있다. 이처럼 템스강 소득이 적건 많건 누구나 템스강을 즐기고 이용할 수 있게 만들고 싶다. 더 많은 시민들이 참여할 수 있고 접근성이 좋은 공간을 만들고 싶은 것이다. 언젠가는 그렇게 될 수 있을거라고 본다.
-서울의 한강 역시 변화를 꾀하고 있다. 한강에 대한 조언을 해준다면.
▲변화하는 한강의 모습을 서울 시민들이 좋아하지 않는다면 다른 이들도 좋지 않을 것이다. 한강 프로젝트에 시민들을 참여시켜야 한다. 관광객뿐만 아니라 서울 시민에게도 이익이 되는 점들을 발견해야 한다.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시민들과의 대화하고 그들의 말을 경청하는 것이다. 시민들이 참여하지 않는다면 프로젝트 진행은 어려워진다. 섣불리 달려들기보다는 작은 것들부터 시작해야 한다. 비전을 가지고 만들어 나간다면 모든 사람들이 프로젝트를 지지하는 결과를 볼 수 있을 것이다.
사라 가벤타(Sarah Gaventa)는 누구? 일루미네이티드 리버 재단의 책임자. 영국 왕립 건축가협회(RIBA)와 조경 연구소의 연구원인 그는 공공 공간 및 공공 예술 전문가이자 큐레이터다. 이전에는 영국 건축·공간환경위원회(CABE)의 책임자로도 일했으며, 엘리펀트 앤 캐슬(런던의 남부에 위치한 지역) 재생 포럼의 의장으로도 5년동안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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