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금감원 SG증권발 폭락 사태 책임론에 진땀
정치권, 사후 처벌 강화 등 재발 방지책 담은 법안 처리 속도

라덕연 일당의 주가 조작 사건이 터진 지 한달여 시간이 흐르는 동안 금융당국(금융위원회)·감독당국(금융감독원)에 비난의 화살이 쏟아졌다. 이상징후를 제때 포착하지 못한 책임론이 거세가 일면서 재발 방지책 마련 요구가 봇물을 이뤘다. 한 달 동안 진땀을 내며 내놓은 대책은 차액결제거래(CFD) 제도 개선과 CFD 계좌 전수조사를 통한 시장시스템 개편, 유사투자자문업자 일제 점검과 단속반 설치 등이다.


다만 시장에서는 주가 조작을 근본적으로 막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실효성 논란이 제기되면서 관련 범죄를 사전에 감시할 수 있는 시스템 구축에 더욱 힘을 쓰고, 강한 처벌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정치권에서는 불공정거래 행위 처벌 강화 등 다양한 재발 방지책 법안 마련에 속도를 내고 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지난 11일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지난 11일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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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금감원·거래소 뭇매

지난달 24일 소시에테제네랄(SG)증권발 폭락 사태로 8개 종목이 무더기 하한가를 기록하면서 라덕연 일당의 주가 조작 사건이 세상이 드러났다. 당시 제보를 받은 언론사가 취재 내용을 금융위에 전달하면서 조사가 시작됐다. 문제는 제보가 있기 전까지 한국거래소 시장감시위원회의 감시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감독 본연의 업무를 수행해야 할 금감원 역시 눈치조차 채지 못했다. 이들은 수법이 교묘해 적발하기 어려웠다고 항변했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이미 지난해부터 일부 증권사 연구원들이 일부 종목의 주가 상승에 대해 이상징후 경고음을 울렸던 터라 이들을 향한 공분은 클 수밖에 없었다. 특히 주가 조작 세력이 CFD 계좌를 활용했는데, 이미 CFD 계좌의 문제점을 보완해야 한다는 시장과 정치권의 경고음도 무시한 터라 비난이 거셌다. 검찰과 금융당국이 합동수사팀을 구성하면서 본격적으로 수사에 나선 가운데 금융당국·정치권도 대책 마련에 속도를 내고 있다.

공매도 의혹, 대주주 관련성 조사

금융당국은 김익래 전 다우키움그룹 회장의 사전 인지 여부와 공매도 세력 연루 가능성 등을 들여다보고 있다. 김 전 회장은 지난 20일 블록딜로 다우데이타 주식 140만주(3.65%)를 주당 4만3245원에 처분해 605억원을 확보했다. 김영민 서울도시가스 회장도 지난 17일 블록딜로 주당 45만6950원에 10만주를 팔았다고 공시했다. 매도 금액은 456억9500만원에 이른다. 이중명 전 아난티 회장도 주가 조작 세력에 연루돼 자신도 피해를 보고 다른 투자자도 끌어들인 의혹을 받고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주가 상승과 폭락 과정에서 연관성이 포착된 인물 모두를 살펴보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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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 CFD 제도 개선

금융위는 주가 폭락 사태의 진원지로 거론되는 CFD 제도 손질에 착수했다. 당초 주가 조작 조사를 마무리한 후 CFD 제도 보완점이 있다면 들여다보겠단 입장이었으나 통계와 감독의 사각지대에 놓인 CFD 제도 개선을 등한시했다는 책임론이 커지면서 부담을 느낀 것으로 풀이된다.


CFD는 시장 변동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반대매매가 즉각적으로 이뤄지는 데다, 투자자들의 익명성이 보장돼 각종 불공정거래 행위에 악용될 여지가 크다. 이에 따라 금융위는 ▲CFD 증거금 최소 비율(현행 40%) 상향 ▲전문투자자 자격 요건 강화 ▲CFD 만기 도입 및 잔고 공시 등에 중점을 두고 제도 개선을 추진 중이다. 다만 거론되는 제도 개선안으로는 CFD 계좌가 범죄에 악용되는 걸 효과적으로 차단할 수 있을지 실효성 논란이 있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만기나 반대매매 시점, 공시 강화 외에는 건드릴 부분이 마땅치 않은 상황"이라면서 "제도 개선만으로는 주가 조작을 근본적으로 막을 수 없기 때문에 주가 조작 범죄의 감시와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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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래소, 시장시스템 개편·강화

거래소는 지능적인 시세조종 등의 불공정거래 행위를 막기 위해 시장시스템 개편에 나설 방침이다. 거래소가 단기 점검에 집중하다 보니 긴 호흡으로 이뤄지는 신종 주가 조작 적발에선 허점을 드러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커서다. 이를 위해 금융당국과 함께 현재 CFD 계좌 전수조사를 진행 중이다. 이번 계좌 조사 대상은 2020년 1월부터 2023년 4월 말까지 기준 총 3400개다. 점검 결과에 따라 필요한 경우 CFD 계좌 개설이 본격화된 2016년까지 점검 기간을 확대하기로 했다. 금융당국과 거래소는 이번 전수조사에서 매매 등 거래 패턴을 분석해 작전 세력의 기법을 파악하고, 이런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시스템적으로 막겠다는 계획이다. 손병두 한국거래소 이사장은 "당국으로부터 CFD 계좌를 전부 받아 매매 패턴을 분석하고 감시시스템을 개선해 이런 사태가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시장시스템 개선 방향은 주가 조작 혐의 포착 능력을 강화하기 위해 시세조종 포착 기간을 확대하고, 시세조종 혐의 집단의 분류 기준을 개선하는 게 핵심이다. 현재 거래소는 불공정거래 혐의 종목 선정 때 대부분 단기간에 급등한 종목만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이상거래 종목 적출 때 대부분 100일 이내의 주가 상승률 및 관여율(호가·시세·체결) 등이 대상이다. 단기 상승폭은 적지만 실적 개선이 있거나 테마주로 분류돼 장기간에 걸쳐 주가가 상승한 종목은 제대로 적출하지 못하는 문제가 있었다. 앞으로 거래소는 장기간 시세를 조종하는 신종 불공정거래 유형에 적시 대응할 수 있도록 혐의 종목 선정 기준을 100일 이하의 단기에서 반기 또는 연 단위로 확대한다.


시세조종 혐의 집단에 대한 분류 기준도 개선한다. 가령 SG증권발 주가 폭락 사태는 혐의자들이 IP 추적을 피하기 위해 명의인의 집이나 직장 주소지 등 각기 다른 곳에서 거래하는 바람에 거래소가 이를 정상적인 거래로 오인해 계좌 간 연계성을 확인하기 어려웠다. 거래소는 지역적 유사성 외에 서로 다른 계좌 간 거래 종목이 다수 중복되는 등 계좌 간 유사한 매매 패턴을 보이는 경우에도 동일한 혐의 집단으로 분류하는 기준을 새로 만들 예정이다.


금감원, 유사투자자문업자 불법 행위 단속

금감원은 '유사투자자문업자 등 불법행위 단속반(가칭)'을 설치하고 집중 신고 기간도 운영한다. 해당 단속반은 신고와 제보를 활성화해 불법행위 단서를 적극적으로 수집하고 암행·일제점검에 착수할 방침이다. 금감원은 이 과정에서 불법 혐의 업체 적발 때 수사기관에 통보하고 불공정거래 혐의를 확인 때 즉각 조사에 들어갈 계획이다.


금감원이 유사투자자문업의 불법 행위 단속에 나선 이유는 라 대표가 투자자들과 자금을 끌어모으는 창구로 투자자문사를 활용했기 때문이다. 라 대표는 2014년 7월 유사투자자문업 머니사이언스인베스트를 설립한 것을 시작으로, 에베레스트파트너스, 호안, 알앤케이투자자문 등 여러 업체를 설립하고 폐업하기를 반복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 중 에베레스트파트너스와 호안 등은 금융당국에 등록하지 않은 미등록 업체다.


금감원 금융소비자포털 '파인'에 따르면 유사투자자문업체수는 5월 현재 2139개에 이른다. 2020년 말의 1254개와 비교하면 2년 반 만에 70%가량 늘어난 셈이다. 금감원은 오프라인 시장정보 수집·분석 기능 강화, 관련 인력 확충 등 예정이다. 그러면서 불공정거래 조사 관련 조직·기능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고, 금융위·수사기관과 유기적으로 협력해 불공정거래를 신속하게 단속·처벌할 방침이다.


제2의 라덕연 사태 방지법 논의 급물살

당정은 주가 조작 등 증권범죄 관련 법안 논의에 속도를 내고 있다. 자본시장법 개정안은 자본시장 불공정거래 때 과징금 강화가 핵심 내용이다. 사후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서다. 개정안에는 3대 불공정거래 행위(미공개정보 이용, 시세조종, 부정거래) 때 부당이익액의 2배를 과징금으로 부과하는 내용을 담았다. 기업 소유주(오너)의 주식 먹튀를 방지하는 방안, 한번만 주가 조작에 가담해도 최대 10년간 주식 거래를 제한하는 방안 등 증권범죄 제재 수단 다양화도 마련 중이다. 또 남부지검 금융범죄 합동수사단의 임시 직제를 '합수부'로 정식 직제화하기로 했다. 주가 조작 신고 포상금 한도도 현행 최고 20억원에서 40억원으로 상향한다. 국회 정무위원회는 16일 오전 법안심사제1소위원회를 열고 이 같은 법안을 논의했고, 6월 소위원회에서 연관 법안을 모아 다룰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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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 SG증권발 주가폭락 사태로 자본시장 질서에 경종이 울리고 있습니다. 독자 여러분의 제보가 진상파악에 큰 힘이 될 것입니다. 투자피해 사례와 함께 라덕연 측의 주가조작 및 자산은닉 정황, 다우데이타·서울가스 대주주의 대량매도 관련 내막 등 어떤 내용의 제보든 환영합니다(jebo1@asiae.co.kr). 아시아경제는 투명한 자본시장 질서 확립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이선애 기자 lsa@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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