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개혁,
尹 정부, 1년간 가장 못한 정책 ‘연금개혁’
건전재정 ‘당장 실현하기 어렵다’에 공감대
경제정책 수립→실현까지…느린 속도 문제
“국민소통 더 많이…반대파와도 대화해야”

윤석열 정부는 확대재정과 공공부문의 역할을 강조했던 이전 정부와 달리 출범 1년 동안 건전재정과 민간부문을 내세웠다. 국가가 인식하는 한국 경제의 문제점과 해결책도 180도 바뀌었다. 각계 전문가들에게 윤 정부 경제팀의 진단과 도출한 해법이 얼마나 바람직한지, 제대로 실행됐는지 물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민간활력 제고에 집중하고 체질개선에 필요한 장기개혁의 운을 띄운 것에 대해서 호평했다. 하지만 경제정책을 수립해놓고 정작 실현하지 못한 게 한계라고 지적했다. 국회 상황과 국민 여론을 고려하면 정치력을 발휘하고 소통을 늘렸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는 게 이유다. 남은 임기 동안 경제정책을 성공적으로 완수하려면, 반대세력을 포함해 국민들과의 대화를 늘려야 한다고 조언했다.

文 '공공선도'에서 尹 '민간활력'으로
[尹정부 1년]⑬기업프랜들리, 경제안보 호평...느린 실행속도 '문제'
AD
원본보기 아이콘

윤 대통령은 지난해 6월16일 첫 새정부 경제정책방향(경방)을 발표하면서 ‘저성장 극복과 성장-복지 선순환’이라는 목표를 제시했다. 경방은 정부가 국민에게 경제분야의 목표와 운용기조, 중점 추진정책을 알리는 절차다. 정부가 중요하게 바라보는 대내외 문제점이 무엇인지도 파악할 수 있다.


이전 정권에서 찾아보기 어려웠던 규제타파와 노동개혁 이슈를 전면에 등장시킨 점은 전문가들의 높은 점수를 받았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실장은 “글로벌 공급망 재편과 같은 대외 여건 변화에 적극적이고 신속히 대응했다는 점은 높이 평가한다”며 “기업 프랜들리 정책으로 성장의 원천인 기업의 활력을 높이기 위한 노력도 긍정적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성공했다고 판단하기는 이르지만 노동개혁은 시작을 잘했다”고 얘기했다. 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과 명예교수 역시 “잘한 것은 노동 불합리를 타파하려 시도한 점”이라고 답했다.

고용과 임금, 노동, 저성장 등에서의 문제인식도 완전히 달라졌다. 윤 정부는 한국경제의 병폐 중 하나로 ‘지체된 산업구조 전환’과 ‘과도한 규제 및 정부개입’을 거론했다. 양극화와 대기업 지원 집중을 꼽았던 문 정부와 딴판이다. 주요 경제과제도 ‘소득주도성장, 일자리중심경제’에서 ‘민간중심 역동경제, 체질개선 도약경제’로 바꿨다. 또 문 정부가 대안으로 ‘최저임금 1만원’과 ‘기업 지배구조 개선’을 얘기했다면, 윤 정부는 ‘법인세 인하’와 ‘과감한 기업규제 철폐’를 앞세웠다.


기업의 투자활력을 높여 경제를 살리겠다는 생각은 지난해 3월30일 국회를 통과한 ‘K칩스법(조세특례제한법 일부개정안)’ 처리 과정에 고스란히 드러나 있다. 해당 법안은 국가전략기술에 대한 세액공제 혜택을 대폭 늘리는 게 골자다. 처음에는 대기업 세액공제를 6%에서 8%로 확대하는 방안이 담겼는데, 윤 대통령이 직접 “세제지원을 추가 확대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기 바란다”고 지시했다. 이에 대·중견기업의 경우 혜택이 15%까지 높아졌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우리가 미국보다 법인세가 높은 수준인데 (K칩스법은) 당연히 통과됐어야 했다”면서 “기업에 세제혜택을 줘서 경기를 살리는 효과가 있다”고 봤다. 신 교수 역시 “K칩스법은 꼭 필요했다”고 분석했다. 다만 한 국책연구기관 관계자는 “정부가 특정 산업을 선택해 지원하는 게 바람직하진 않다”며 “민간에 맡기겠다는 기조와도 부합하지 않으니 (기업을) 보완하는 수준에서 해야했다”는 의견을 냈다.


[尹정부 1년]⑬기업프랜들리, 경제안보 호평...느린 실행속도 '문제' 원본보기 아이콘

엇갈린 건전재정 평가…'올해 어렵다'에는 공감대

예산·재정운용 기조는 180도 뒤바뀌었다. 윤 정부는 이전 정부의 확대재정 기조를 건전재정으로 전면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국가채무 등 재정총량 관리목표를 설정하고, 다각적인 재정혁신 방안도 마련키로 했다. 기획재정부도 지난해 9월 2023년 예산을 본예산 대비 5.2% 증가한 639조원으로 잡았는데, 2차 추가경정예산까지 고려하면 13년 만에 나라살림이 줄어들었다.


전문가들은 건전재정 기조에 대해 각기 다른 의견을 내놨다. 신지호 청년정책조정위원회 부위원장은 “윤석열 정부가 가장 잘한 것이 건전재정으로 돌아선 것”이라면서 “600조원 정도이던 국가채무가 문재인 정부 5년으로 1000조원이 넘게 됐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나라의 빚이 결국은 청년들이 나중에 떠안아야 빚”이라고 지적했다. 강인수 숙명여대 경제학과 교수도 “총선을 앞두고 예타면제 범위 확대 등이 이뤄진 것을 보면 재정건전성 확보는 중요한 문제”라면서 “재정준칙 도입은 필요하다”고 공감했다.


반면 현재 경제상황을 봐야 한다는 반론도 있었다. 주 실장은 “재정의 경기 역행적 기능을 고려한다면 오히려 재정을 확대해 경기 진작을 도모해야 하는 상황”이라면서 “올해만큼은 재정건전이라는 목표를 유보하는 게 옳다”고 설명했다. 강성진 교수는 “재정건전도 불경기에는 적자를 용인해야 한다”며 “요즘처럼 스태그플레이션 우려가 있는 상황이라면 ‘재정의 건전’이 아니라 ‘지출확대 자제’ 자세가 필요하다”고 얘기했다


다만 건전재정 목표의 달성이 어려울 거라는 데에는 의견을 같이했다. 여소야대의 정치지형과 불경기로 인한 세수여건 악화 때문이다. 강인수 교수는 “지난 정부에서도 재정준칙 도입이 논의됐지만 성과가 거의 없었다”면서 “현재 추진 중인 내용도 여소야대 국면에서 법제화가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주 실장은 “올해 경기 침체로 세수부족이 예상돼 건전재정 목표를 달성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신 교수도 “세수 감소 추세에서 건전재정이 매우 어려워졌다”고 판단했다.

정책 미실현·느린속도 문제…'연금개혁'은 낙제점

필요한 경제정책을 계획한 대로 처리하지 못한 점은 아쉬운 부분으로 꼽혔다. 법인세 인하가 대표적이다. 정부는 출범 초기부터 법인세 최고세율을 현행 25%에서 3%포인트 낮추겠다고 공약했지만, ‘초부자 감세’로 맞선 더불어민주당의 반대로 구간별 1%포인트 인하에 그쳤다. 재정준칙도 여야 의원들 사이에서 공감대가 형성됐지만, 사회적경제기본법(사경법) 처리 논란으로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정치상황과 별개로 정부의 추진방식 때문에 좌초된 경제정책도 있다. 고용노동부가 추진한 근로시간 개편안은 ‘주 69시간’이 가능해진다는 논란에 휩싸이면서 사실상 유보됐다. 정부는 주40 시간제를 확실히 안착시킬 제도라는 입장이지만, 장기휴가가 현실적으로 가능하냐는 반발이 컸다. 지난 3월 27일에는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요새 MZ세대(밀레니얼+Z세대)는 '부회장 나와라, 회장 나와라' 할 정도로 권리의식이 굉장히 뛰어나다”고 말해 비판받기도 했다. 김 교수는 “해외는 근로시간을 줄여나가고 있는데 정부가 노동정책을 더 깊게 고민했어야 했다”고 말했다.


가장 실망스러운 경제정책으로는 3대 개혁 중 하나인 연금개혁이 선정됐다. 정부의 의지가 보이지 않는다는 평가와 지지부진한 논의로 개혁이 공회전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국정과제점검회의에서 “인기 없는 일이지만 회피하지 않겠다”고 했지만 “(연금개혁은) 이번 정부 말이나 다음 정부 초 완성판이 나오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연금개혁 시기가 지나치게 늦어진다는 비판이 일었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도 올 초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 민간자문위의 보험료 인사안이 보도되자 “정부안이 아니다”라고만 했다.


강인수 교수는 “구체화된 내용도 없고 공론화도 거의 진행하지 못했다”며 “지금처럼 간헐적 논의만 진행될 경우 별다른 성과 없이 끝날 가능성이 매우 커 보인다”고 전망했다. 강성진 교수도 “방향은 좋으나 실천적이지 못한 한계가 있다”며 “정책을 강력하게 드라이브할 정책수행자와 국민 공감대를 명확히 얻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김종진 일하는시민연구소장 역시 “연금개혁이 녹록지 않아 보인다”며 “자칫 발표도 못 하고 지연·지체되면서 논쟁만 할 수도 있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국민소통 더 많이…반대파와도 대화하라”

속도가 더디거나 지지기반이 약한 경제정책을 성공적으로 완수하려면 지금보다 대화와 소통을 더 늘리라는 주문이 잇따랐다. 중요한 경제정책은 대부분 국회의 동의를 받아야 하는데, 국회의 정치지형을 생각하면 야당의 동의와 협력이 필요하다. 3대 개혁도 정부가 나서서 대화하지 않으면 추진 동력 확보가 어려울 거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주 실장은 “개혁은 모든 이해관계자의 공감이 있어야 하고 대화와 타협을 통해 상호 양보가 있어야 가능하다”며 “임기 내 개혁을 완수하기 위해서는 현실적으로 가능하고 세밀한 추진 로드맵이 구축돼야 하나 그런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AD

특히 노동개혁의 경우 정치적 성향과 노동·산업·학계를 불문하고, 노조의 참여가 있어야 한다는 조언이 나왔다. 임금과 같은 노동자의 처우 관련 문제는 노사 합의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김 소장은 “경제정책의 핵심은 민생이고 그중 하나가 일자리 문제인데 노사정이 모이려면 사회적 대화의 복원이 필요하다”면서 “노사정이 갈등을 소모하기만 한다면 쉽게 추진하기 힘든 게 경제정책”이라고 조언했다. 강인수 교수는 “노동개혁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국민들과의 소통을 확대하고, 국민의 지지를 기반으로 보다 과감하게 이행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얘기했다.


여성과 청년, 취약계층의 지원을 두텁게 하고 불합리한 관행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었다. 이정한 한국여성경제인협회는 “한국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율은 59.9%, OECD 38개국 중 31위로 하위권”이라며 “여성기업이 새로운 기술을 접목해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체계적인 로드맵과 지원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언급했다. 신 부위원장은 “휴가는 있는데 사실상 쓰지 못하는 기업 내 문화와 실태, 공짜 야근 위험에 노출되는 문제점들을 정리하고 근절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尹정부 1년]⑬기업프랜들리, 경제안보 호평...느린 실행속도 '문제' 원본보기 아이콘

세종=송승섭 기자 tmdtjq8506@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함께 보면 좋은 기사

새로보기

내 안의 인사이트 깨우기

취향저격 맞춤뉴스

많이 본 뉴스

당신을 위한 추천 콘텐츠

놓칠 수 없는 이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