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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가 in]18년만에 '직원 평가제도' 바꾸는 한은…호봉제는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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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서·팀 집단평가 대신 개인 성과평가 우선
한은 특유의 경직적인 조직문화 탈피 노력
하지만 성과와 무관한 호봉제는 계속 유지

한국은행이 18년 만에 직원들에 대한 평가 제도를 전면 개편한다. 주관이 많이 개입되는 역량평가와 속한 부서의 실적에 좌우되는 집단업적평가를 폐지하고, 개인 성과 평가 비중을 크게 늘리는 것이 핵심이다. 한은 특유의 수동적이고 집단적인 조직 문화에서 벗어나 직원의 능력과 성과를 가장 우선시하는 분위기를 만들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대대적인 제도 개편에도 불구하고, 성과와 연동되지 않는 호봉제 중심의 임금체계는 그대로 유지되기 때문에 경영 혁신의 효과가 반감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21일 한은에 따르면 내년 초 실시되는 올해 직원 인사평가부터 개인 실적 기반의 새로운 평가제도가 도입된다. 박승 총재 시절인 2005년 직원 평가제도가 전면 개편(2006년 시행)된 이후 18년 만에 있는 변화다. 한은은 약 10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조만간 직원 평가 시스템도 새로 구축할 예정이다. 한은 관계자는 "이번 평가제도 개선은 2005년 상대평가를 확대하는 내용의 개편 이후 처음"이라며 "직원 육성 위주의 미래 지향적인 제도를 만들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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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서 실적보다는 '개인 성과'가 우선

현재 한은의 직원 평가는 정성적인 역량평가와 정량적인 성과평가로 구분되는데, 내년부터는 역량평가 점수를 폐지하고 객관적인 성과평가만 남긴다. 또 엄격한 상대평가 체제를 완화하고, 점수가 아닌 5개 등급으로 성적을 부여한다. 기존에는 상대평가 체제에서 직원마다 점수를 주다 보니 한 부서에서 전체 직원의 평균 점수를 80점으로 맞춰야 했다. 이 때문에 잘하는 직원이 여러 명이어도 모두 좋은 점수를 줄 수 없었는데 앞으로는 평균 80점에 얽매이지 않아도 돼 성과가 좋은 직원이 여럿이어도 높은 등급을 받을 가능성이 커진다.


이와 함께 부서·팀에 대한 집단업적평가를 없애 조직이 아닌 개인의 성과에 더욱 집중하게 한다. 아울러 평가 면담을 강화해 단순히 평가만 받고 끝나는 게 아니라 지속적인 개인의 성장을 돕는다. 인사평가는 성과급과 인사, 승진 등에 영향을 주는 만큼 불만이 쌓이기 쉬운데, 평가 면담을 강화하면 잘한 점과 개선할 점을 소통할 수 있어 직원의 수용성을 높일 것으로 한은은 보고 있다. 이외에도 부하직원이 상사의 리더십 역량을 구체적으로 리뷰하는 '상향식 평가'도 강화해 관리자 스스로 부족한 점을 보완할 수 있게 한다.


이번 개편은 한은이 수년째 추진하고 있는 중장기 경영혁신의 일환이다. 한은은 지난해 6월 조직, 인사, 업무수행 절차, 인사운영 등 대대적인 조직 개선 내용을 담은 '경영인사 혁신방안'을 발표한 바 있다. 당시 한은은 "직원들의 수용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평가제도를 개편하고 운영함으로써 업무성과에 대한 인정과 직원들의 동기부여를 강화하겠다"며 "한은 직원으로서 소속감과 자긍심을 높임으로써 직무 만족도도 높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8월 서울 동대문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열린 '2022 금융권 공동채용 박람회'/강진형 기자aymsdream@

지난해 8월 서울 동대문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열린 '2022 금융권 공동채용 박람회'/강진형 기자aymsdr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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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력·성과 중심…떠나는 MZ 마음 잡을까

이처럼 한은이 경영 혁신에 사활을 거는 것은 '한은사(寺)'라고 불릴 정도로 정적이고 보수적인 문화가 조직 경쟁력을 깎아 먹고 있다는 위기감이 확산하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 '신의 직장'이라고 불릴 정도로 선호도가 높았던 한은은 이미 수년 전부터 MZ세대(밀레니얼+Z세대) 직원의 이탈이 이어지며 흔들리는 중이다. 한은 내부에선 안정만 추구하는 조직 문화와 낮은 임금 상승률, 수직적인 업무 구조 등 탓에 젊은 직원들의 박탈감이 상당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은은 앞으로 개인이 일하고 성과를 낸 만큼 객관적으로 평가하는 시스템이 자리 잡을 경우 업무 효율성이 높아짐과 동시에, 젊은 직원들의 사기도 좋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한은 관계자는 "직원 평가제도 개편이 조직 문화에 영향을 미쳐서 지금보다 덜 경직적으로 되고, 직원들도 의견을 더 자유롭게 펼칠 수 있게 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특히 한은은 이창용 총재 취임 이후 정부와 지역사회의 정책 결정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싱크탱크'로 거듭나겠다는 목표를 세웠는데, 여기에도 능력·성과 중심의 문화가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달 23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달 23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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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과와 무관한 호봉제…제도개편 효과 있나

다만 평가 시스템만 바뀔 뿐 연차가 쌓일수록 자동으로 기본급이 올라가는 '호봉제' 중심의 임금체계는 그대로여서 반쪽짜리 개편이란 지적도 나온다. 한은은 현재 3급 이상 직원은 성과에 따라 임금에 차등을 두는 성과연봉제를 도입해 운영 중이지만 그 이하는 모두 호봉제다. 호봉제는 안정적인 임금상승을 보장해 고참급 직원들의 만족도가 높지만, 성과보다는 근속연수에 의존하다 보니 젊은 직원들의 불만이 크고, 성과 창출에도 비효율적이란 평가가 다수다.


이에 윤석열 정부도 노동개혁의 일환으로 공공·민간기업의 호봉제를 직무성과급으로 바꾸는 임금체계 개편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조직의 임금체계는 직원 평가제도와 밀접하게 연관되기 때문에 동시에 수정·보완되는 경우가 많다. 한은 역시 경영혁신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의뢰해 받은 글로벌 컨설팅기업인 머서의 컨설팅 보고서에 '성과평가를 강화한다'는 내용이 담겨 일각에선 한은이 호봉제를 단계적으로 폐기하려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한은은 임금체계 개편은 검토조차 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한은도 실적, 업무에 따라 일부 임금에 차등이 있지만 그 비중이 매우 작다. 평가제도가 바뀌어도 기존의 연공서열형 임금체계와 낮은 임금 상승률이 계속된다면 경직적인 문화를 탈피하는 데 한계가 있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은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임금체계에 변화를 가져갈 계획이 없다"며 "직무성과급은 저희만 추진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라 사회 분위기 자체가 바뀌어야 하는 문제이기 때문에 쉽지 않다"고 말했다.





문제원 기자 nest263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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