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만 발언, 대립위험 높일 것…억지 강화해야”-브루킹스연구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5일 중국 방문을 마친 뒤 전용기 간담회와 언론 인터뷰에서 140억달러 규모의 대만에 대한 무기 판매에 대해 중국과의 관계에서 ‘협상 칩’으로 활용할 수 있음을 시사한 것에 대해 많은 비판 여론이 나오고 있다.
특히 브루킹스연구소의 라이언 하스(Ryan Hass) 존 L. 손턴 중국센터 소장은 16일(현지시간) ‘트럼프의 위험한 대만 도박(Trump’s dangerous Taiwan gamble)’이란 제목의 글에서 “트럼프의 발언이 중국과 대만의 대립 위험을 낮추는 게 아니라 오히려 높일 것”이라며 “중국으로부터 이익을 끌어내지 못한 채 신뢰만 내주고 있고 이것은 단순한 정책 변화가 아니라 억지에서 거래로의 전환”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트럼프가 충돌 위험을 줄이는 길은 대만을 거래 대상으로 넘기는 것이 아니라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을 지키는 데 확고히 집중하고, 해협 양안 지도자들이 언젠가 차이를 해결할 수 있는 길을 열어두는 것”이라며 “이를 위해서는 억지를 강화하고, 해협 양안 어느 쪽이든 평화와 안정을 위협하는 일방적 움직임에 저항하며, 중국과 대만 양쪽에서 영향력을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음은 주요 내용을 요약, 정리한 것이다.
방중을 앞두고 많은 미국 의원과 논평가들이 트럼프가 시 주석과의 회담에서 대만을 협상 카드로 다룰 위험이 있다고 공개적으로 경고했지만, 트럼프 행정부 인사들은 그런 우려를 일축했다.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 등은 미국 외교정책에서 가장 민감한 전쟁과 평화의 현안 중 하나인 대만 문제에 대한 미국의 접근 방식에는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주 베이징에서 트럼프가 시진핑과 대화한 뒤 몇 시간 사이에, 트럼프는 자신의 생각을 좀 더 깊이 들여다볼 수 있는 발언을 내놨다. 트럼프는 자신이 “누군가(대만)가 독립하는 것을 바라지 않는다”고 분명히 했고, 대만은 중국과 함께 “조금 진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미군이 “9500마일을 이동해 전쟁을 치르는 것”이 타당한지 의문을 제기했다. 또 트럼프는 대만에 대한 140억달러 규모의 미국 무기 판매 패키지를 시 주석과의 협상에서 지렛대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의 발언이 낳은 종합적 효과는 대만 독립에 대한 그의 견해가 베이징의 선호에 더 가깝고, 대만이 충돌을 도발하지 않을 더 큰 책임을 지고 있으며, 대만에 대한 미국의 안보 지원이 중국과 협상 가능한 사안이라는 인상을 준 것이었다. 트럼프의 발언은 미국의 대다수 전문가와 관리들, 심지어 그의 행정부 내부 인사들의 견해와도 거리를 보였다. 이들은 긴장 고조의 주된 원인이 대만이나 미국의 행동이 아니라 중국이 대만에 대한 압박을 꾸준히 높여온 데 있다고 판단한다. 그렇게 함으로써 트럼프는 충돌 위험을 낮춘 것이 아니다. 오히려 높였다. 대만 문제에 대한 시 주석의 프레임에 트럼프가 공개적으로 공감하는 모습은 베이징이 타이베이에 대한 압박을 강화하도록 부추길 것이다. 이는 대립 위험을 낮추는 것이 아니라 높일 것이다.
40년 넘게 대만과 양안 문제에 대한 미국의 오래된 정책은 세계에서 가장 중대한 잠재적 화약고 중 하나를 억제하는 데 기여해 왔다. 미국의 일관된 접근은 워싱턴이 불가능해 보이는 일을 해내는 데도 도움을 줬다. 베이징과 촘촘한 관계를 형성하는 동시에 타이베이와도 깊은 연결을 유지한 것이다. 대만과의 긴밀한 비공식 관계는 미국이 인공지능과 다른 첨단기술 분야에서 야심을 추진하는 데 매우 중요하다는 점이 입증됐다. 대만이 고급 반도체 생산에서 사실상 세계적 독점에 가까운 지위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워싱턴은 대만에 대한 통제권을 주장하려는 베이징의 변함없는 결의와, 이를 실행할 중국의 군사적·경제적 수단이 커지는 상황에서도 이 모든 것을 해냈다.
이런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워싱턴 정책 틀에서 가장 핵심적인 요소는 특정 군사 능력이나 영리한 외교 전략이 아니었다고 볼 수 있다. 그것은 신뢰할 수 있는 군사적 억지력에 뒷받침된,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을 지키려는 미국의 일관되고 예측 가능하며 단호한 집중이었다.
트럼프가 미국이 양안 문제에 대한 오랜 접근을 계속 유지할 것인지에 의문을 제기함으로써, 그는 베이징이 워싱턴과 타이베이 양쪽에 거센 압박을 가하도록 하고 있다. 대만에 대한 미국의 입장을 두고 베이징과 협상할 수 있다는 트럼프의 공개적 태도는, 투우사가 황소 앞에서 붉은 깃발을 흔드는 것과 같은 외교적 효과를 낼 것이다. 이는 베이징으로 하여금 대만 안보에 대한 미국의 약속을 느슨하게 하는 측면에서 무엇을 얻어낼 수 있는지 그 경계를 시험하려는 노력을 강화하게 만들 것이다.
베이징의 목표는 미국이 양안 관계에 관여하지 못하도록 물러나게 하는 것이다. 중국 지도부는 베이징이 워싱턴을 비켜서게 만들고 타이베이를 일대일로 상대하는 지점에 이르면, 대만의 2300만명에게 중국이 정한 조건의 통일을 받아들이도록 자신의 의지를 강요할 수 있다고 본다.
그동안 베이징은 트럼프의 최근 발언을 활용해 대만의 2300만명에게 트럼프가 그들보다 시 주석과의 관계를 더 중시한다는 신호를 보낼 것이다. 중국의 선전기구는 대만 사람들이 강대국 게임의 단순한 말에 불과하다는 서사를 구축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일 것이다. 트럼프가 대만을 두고 베이징과 거래할 여지를 더 넓힐수록, 중국의 식욕은 먹을수록 더 커질 것이다. 베이징 입장에서 대만이 중국의 확고한 통제 아래 들어오기 전까지 멈춤은 없다.
대만을 향한 중국의 공세가 강화되는 이런 흐름은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을 보존하려는 미국의 지속적 이익에 반한다. 트럼프는 대만 독립에 대한 중국의 반대에 공감하는 모습을 보여 베이징의 욕구를 달랜 것이 아니라, 베이징이 더 많은 것을 요구하도록 부추겼다.
트럼프는 베이징으로부터 이익을 끌어내지 못한 채 신뢰만 내주고 있다. 이것은 단순한 정책 변화가 아니다. 이는 억지에서 거래로의 전환이다. 그것도 억지를 약화하는 일방적 양보를 제공하는 것 말고는 성립할 거래가 없는 영역에서의 전환이다. 트럼프가 대만에 대한 무기 판매를 지렛대로 다루겠다는 자신의 생각을 실제 행동으로 옮긴다면, 그는 대만뿐 아니라 전 세계 미국 동맹국들 사이에서 미국의 안보 공약에 대한 신뢰를 무너뜨릴 것이다.
미국이 대만에 대한 무기 판매를 베이징과의 협상 지렛대로 활용하려는 어떤 시도도 대만 내 미국의 영향력을 약화할 것이다. 대만 지도자들이 미국이 베이징과의 관계를 우선시하고, 중국과의 목표를 위해 대만을 희생할 의향이 있다고 결론 내린다면, 그들은 자연스럽게 미국의 이익과 우려에 귀를 기울일 유인이 줄어들 것이다. 트럼프가 최근 발언에서 시사한 것처럼 대만이 대만해협에서 대립이나 충돌을 촉발할 핵심 위험 지점이라고 진정으로 믿는다면, 그는 타이베이에 대한 미국의 영향력을 약화하기보다 강화하려 해야 한다.
대만해협의 현상 유지를 위해서는 트럼프가 대만해협 어느 쪽이든 일방적으로 현상을 바꾸려는 행동에 단호히 반대하는 것은 필요하다. 트럼프가 대만에 대만해협에서 문제를 일으키지 말라고 촉구하는 것은 괜찮다. 다만 동시에 중국이 목표를 추구하는 과정에서 강압이나 폭력을 쓰는 것에 대해서도 단호히 맞서야 한다.
미국은 양안의 차이를 해결하기 위해 타이베이와 베이징 지도자 사이의 직접 대화를 환영하고 장려해야 한다. 그렇게 하는 것은 미국의 이익이 중국의 야망과 충돌하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한다. 양안 대화를 장려하면 중국의 에너지를 대만 2300만명의 이익에 호소하는 방향으로 돌리는 데 도움이 된다. 대만의 미래와 중국과의 관계를 결정하는 중심축은 트럼프가 아니라 대만 사람들이다. 베이징이 대만을 중국 본토와 통합하고 궁극적으로 통일하려 한다면, 대만 사람들과 그들이 선출한 지도자들의 지지를 끌어낼 수 있는 미래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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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전쟁을 피하려는 트럼프의 본능은 타당하지만, 시 주석의 선호를 달래는 방식으로 전쟁을 피하려는 접근은 위험하다. 트럼프가 충돌 위험을 줄이는 길은 대만을 거래 대상으로 넘기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을 지키는 데 확고히 집중하고, 해협 양안 지도자들이 언젠가 차이를 해결할 수 있는 길을 열어두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억지를 강화하고, 중국과 대만 어느 쪽이든 평화와 안정을 위협하는 일방적 움직임을 막으며, 중국과 대만 양쪽에서 영향력을 유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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