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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동시각]물가보다 2배 오른 사교육비의 내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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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학원비 꼼수 인상 기승
실질적인 '공교육 질' 높여야

[초동시각]물가보다 2배 오른 사교육비의 내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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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원비 인상이 유행인가 봐요."


지난해 사교육비 총액이 26조원으로 역대 최대를 찍으면서 학부모들의 성토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사교육비 상승률은 전년 대비 10.8%로 소비자물가 상승률(5.1%)의 두배에 달했다. 사실 사상 최대를 찍은 사교육비 인상은 이미 예고된 터였다. 최근 만난 한 워킹맘은 불과 몇 달 전 교육비를 올렸던 학원이 새 학기가 시작되면서 또다시 인상에 나섰다고 울분을 토했다. 아이 둘을 키우는 워킹맘인 그는 학원비 인상의 전형적인 패턴을 떠올렸다. 지난해 첫째가 초등학교에 입학한 그의 경험상, 시작은 국제유가 때문이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기름값이 치솟으면서 셔틀버스를 운영하는 학원은 차량비 인상을 알렸다. 지난해 상반기 국제유가가 사상 최고치를 찍으면서 인상을 하지 않고서는 도저히 차량 운행을 할 수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서막에 불과했다. 셔틀을 이용하는 학생에게 동일한 차량비를 받던 학원은 급기야 주간 이용 횟수에 따라 차량비를 차등 적용한다고 알리면서 올해 또 인상을 통보했다.

3년 전 코로나19 사태는 학원비 인상에 불을 지폈다. 공교육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면서 사교육 쏠림현상이 가속화됐다. 코로나로 대면수업을 할 수 없었던 학원들은 발빠르게 온라인 체제로 전환하면서 ‘적지 않은’ 온라인 수업료를 추가했다. 이 과정에서 인공지능(AI)·메타버스를 적용한 신개념 학습방법이라는 과장된 어구가 동원됐다. 학원들은 오프라인 수업, 온라인 수업, 교재비, 기타 비용 등 항목을 세분화하는 꼼수를 총동원하면서 주저 없이 인상에 열을 올렸다. 교육당국이 장기간 동결했던 ‘교습비 조정기준’ 인상에 나선 것도 학원비 인상을 부채질했다. 가파른 물가상승과 인건비 인상을 내세워 ‘거침없이 하이킥’하는 사교육비로 학부모들의 등골이 휘고 있지만, 정부는 대답이 없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최근 3월 물가상승률이 4%대 초중반으로 내려오고 2분기엔 3%대 물가 상승률 수준도 가능하다며 물가 둔화를 자신했다. 하지만 물가가 전반적으로 급격히 오른 데다 이미 빠른 속도로 인상된 학원비에 휘청이는 학부모들은 물가 상승세 둔화가 전혀 체감되지 않는다. 이달 초 한국은행이 발표한 ‘물가 여건 변화 및 주요 리스크 점검’ 보고서에 따르면 변동성이 큰 식료품·에너지 물가(비근원 물가) 변화는 시차를 두고 근원 물가에 영향을 미쳤다. 특히 3개월 뒤 교육비·외식비 등 개인 서비스 물가에 미치는 영향력이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다. 사교육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 특성상 교육비는 사실상 고정지출에 가까워 줄이기 쉽지 않다는 점을 고려하면 가계의 부담이 훨씬 커질 수밖에 없다.


전반적인 물가 상승이 교육비 상승을 부추긴 것은 사실이지만 ‘사교육비 폭탄’의 근본 원인은 바로 ‘공교육의 질’에 있다. 공교육의 질에 실망한 학부모들이 사교육에 눈을 돌리는 현상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유치원보다 빨리 끝나는 초등학교에 학부모들의 첫 번째 '멘붕'이 일어난다. "아이들은 놀면서 자라야 한다"며 초등학생 하교시간은 유치원보다 이르지만, 실제 노는 아이는 거의 없다. 정부는 돌봄교실을 확충한다지만, 돌봄의 질에 실망한 학부모들은 다시 학원 문을 두드린다. 한 맞벌이 부부는 "퇴근할 때까지 초등학생 아이를 맡겨둘 곳이 마땅치 않아 학원에 의존하고 있다"면서 "잇단 학원비 인상에도 ‘울며 겨자먹기’로 보낼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지난해 초등학생의 사교육비 총액과 참여율이 중·고등학생보다 압도적으로 높다는 사실은 우리 교육계의 슬픈 자화상이다. 고소득층의 사교육비가 저소득층보다 절대적으로 높으면서 사교육비 규모에도 양극화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

사교육비가 2년 연속 사상 최대 기록을 갈아치우자 교육부는 9년 만에 부랴부랴 관련 대책 마련에 나서기로 했다. 이번 대책에는 이미 늦어도 한참 늦은 ‘공교육 질’ 높이기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이 담겨야 한다. 단순히 학부모 불만을 잠재우기 위한 임시방편이 아니라 윤석열 대통령이 3대 개혁으로 내세운 교육 개혁의 불씨를 살릴 수 있는, 영혼 있는 대책이 담기길 바란다.





서소정 기자 ss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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