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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범기업 빠진 배상안에 시민사회 “日우익 주장 받아들여..역사 퇴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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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사늑약 준하는 '외교보호권 포기' 조치..시민단체 반발
피해자 사죄, 배상 없는 해법..철회해야
담화계승 수준의 사과 부족해..구체적 책임 인정 없어

정부가 6일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들에 대한 배상해법과 관련해 한국 기업이 낸 기부금으로 대신 배상하는 ‘제3자 변제’안을 공식화하면서 피해자 지원단체들이 강하게 반발했다.


시민단체들은 이번 정부의 배상안이 “‘식민지배는 합법’이라는 일본 주장에 더욱 힘을 실어주는 2차가해”라고 비판했다. 우리 측이 요구해온 '진정성 있는 사과'에 대한 일본 측의 반응도 과거 담화 계승수준에 머물러 있어 책임 인정의 수위가 약하다고 봤다.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과 23개 시민사회단체는 6일 광주 동구 5·18민주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법 주권의 포기'이자 반민족적 매국 행위”라고 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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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사늑약에 준하는 '외교보호권 포기' 조치..시민단체 반발


이들 단체는 “118년 전 을사늑약이 일본의 강압에 의해 외교권을 강탈 당한 것이었다면 이번에는 정부 스스로 자국민에 대한 '외교 보호권'을 포기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일본 피고 기업에 대한 배상 책임을 한국이 뒤집어쓰겠다는 정부의 이번 발표는 일본의 완벽한 외교적 승리라고 덧붙였다.

이들 단체는 “정부의 강제동원 해법은 '1965년 한일협정으로 모든 것이 끝났다'는 일본의 주장이 사실상 그대로 관철된 것”이라며 “이번 해법 발표는 일제의 '식민지배는 합법'이라는 일본의 주장에 더욱 힘을 실어 주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피해자들에게 씻을 수 없는 굴욕감만 안긴 2차 가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 이들 단체는 “일본은 사과 한마디 없고 일본제철과 미쓰비시는 배상금을 한 푼도 내지 않는데 왜 난데 없이 한국 기업들이 배상책임을 떠안아야 하느냐”고 반문했다.


12일 국회에서 열린 강제징용 해법 논의를 위한 공개토론회에 참석한 참가자들이 피켓을 들고 있다./윤동주 기자 doso7@

12일 국회에서 열린 강제징용 해법 논의를 위한 공개토론회에 참석한 참가자들이 피켓을 들고 있다./윤동주 기자 doso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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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 사죄, 배상 없는 해법..철회해야


피해자를 향한 사죄와 배상이 없다면 그 어떤 해법도 인정할 수 없다며 철회를 요구하기도 했다. 민족문제연구소, 민주노총 등 611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한일역사정의평화행동은 이날 오전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 앞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정부에 강제동원 피해배상 해법을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박석운 전국민중행동 대표는 "윤석열 정부는 국민들의 확정된 법적 권리를 짓밟고 일제 전범 기업의 책임을 면죄해주는 친일매국 협상을 강행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윤석열 대통령과 박진 외교부 장관은 우리 실정법의 최종 해석 권한을 가진 대법원의 판결에 위반하는 직무집행을 했다. 참담하다"고 말했다.


최대근 전국민주노총서비스연맹 통일위원장도 "오늘의 역사를 철저히 기억해야 한다. 윤석열 정부는 무릎 꿇고 사죄해야 할 것"이라고 규탄했다. 김재하 전국민중행동 공동대표는 "104년 전 이완용과 을사오적이 일본총독과 했던 경술국치 선언과 다를 바 없다"며 "국내기업이 수혜를 입어서 돈을 내야 한다는 것도 어처구니없다. 국민으로서 수치스럽기 그지없다"고 말했다.



정부가 일제 강제징용 피해배상 해법 공식 발표를 앞두고 있는 6일 서울 용산역 광장에 설치된 강제징용노동자상 앞을 시민들이 지나가고 있다. 사진=강진형 기자aymsdream@

정부가 일제 강제징용 피해배상 해법 공식 발표를 앞두고 있는 6일 서울 용산역 광장에 설치된 강제징용노동자상 앞을 시민들이 지나가고 있다. 사진=강진형 기자aymsdr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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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화계승 수준의 사과 부족해..구체적 책임 인정 없어


정의기억연대도 이날 성명을 내고 “전범국가와 전범기업에 면죄부를 준 것”이라면서 “처참한 역사 인식을 바탕으로 다시 미래세대의 발목을 잡는 심각한 역사적 퇴행을 자행했다”고 비판했다.


일본 정부가 ‘김대중·오부치 선언’을 계승하는 수준에서 사과를 마무리한 점에 대해서도 패착에 가깝다고 봤다. 정의기억연대 측은 “일제의 반인도적 불법행위에 대한 구체적인 책임 인정이나 강제동원에 대한 사과와는 거리가 멀다”면서 “(이번 정부 배상안은) 일본 우익과 일본 정부의 주장을 고스란히 받아들인 꼴로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보다 못한 패착”이라고 했다.


정의기억연대는 이번 ‘제3자 배상안’에 대해 “대한민국 민중들이 어렵게 쟁취한 민족자존과 해방, 민주주의의 역사를 근본적으로 부정하면서 대한민국의 존립 근거와 헌법질서를 무너뜨렸다”면서 “오늘 2023년 3월 6일은 대한민국 헌정 사상 최악의 날, 제2의 국치일로 기록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민중의 피와 삶을 지우고 사법주권을 포기하면서까지 진행된 국가 간 ‘주고받기식’ 협상의 말로는 미래의 또 다른 교훈으로 남게 될 것”이라고 했다.





구채은 기자 faktu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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