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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을읽다]'강철 제국' 고대 히타이트 멸망의 미스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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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코넬대 연구팀, 발굴 및 기록 연구 결과
'갑작스런 3년간 대가뭄' 흔적 확인
"수도 괴멸·제국 붕괴 원인됐을 듯"

역사상 최초의 철제 무기를 사용해 소아시아를 제패했던 고대 히타이트 제국. 한때 이집트와 맞먹을 정도로 번성했지만 원인 모르게 갑작스러운 멸망으로 의문을 남겼었다. 그동안 가뭄으로 인한 기근과 적의 침입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을 것이라는 추측만 나왔었다. 그런데 일군의 고고학자들이 실제 해당 시기에 갑작스럽게 발생한 3년간의 대가뭄의 흔적을 확인해 주목받고 있다.


튀르키예 앙카라 지역에서 발견된 고대 히타이트 제국 시절의 고분. 미국 코넬대 연구팀은 이 무덤에서 발견된 고대 목재를 분석해 기원전 1190년대 경 3년간 연속 대가뭄이 발생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사진출처=코넬대 홈페이지

튀르키예 앙카라 지역에서 발견된 고대 히타이트 제국 시절의 고분. 미국 코넬대 연구팀은 이 무덤에서 발견된 고대 목재를 분석해 기원전 1190년대 경 3년간 연속 대가뭄이 발생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사진출처=코넬대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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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코넬대 연구팀은 지난 8일 국제학술지 네이처(nature)에 이같은 내용의 논문을 실었다. 히타이트 제국은 기원전 1700년~1200년 경 현재 튀르키예ㆍ시리아 등이 위치해 있는 소아시아 아나톨리아 북중부의 하투샤를 중심으로 형성됐다. 특히 세계 최초로 철제 무기와 전차를 사용해 순식간에 소아시아를 정복했다. 그러나 기원전 약 1180년 쯤 갑작스레 역사의 무대에서 사라져 의문을 남겼었다.

연구팀은 고대 유적에서 발굴된 고목재들의 나이테를 분석하고 기후 관측 데이터를 종합해 히타이트 제국이 멸망했던 기원전 1198~1196년 사이에 중앙 아나톨리아 일대에서 3년간 대가뭄이 이어졌다는 것을 확인했다. 이것이 히타이트 왕국의 수도였던 하투샤를 괴멸시켰고 나아가 문명 자체를 멸망시켰을 수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구체적으로 하투샤에서 230km 서쪽 고르디온 유적지에서 발굴된 고대 목재 18개에서 나온 나이테 샘플 23개를 조사했다. 이 나무들은 기원전 1775~748년 사이에 자랐던 것들로 추정됐다. 나무들은 보통 봄과 여름에 강우량이 급속히 감소하면서 성장이 줄어 들어 나이테의 간격이 매우 좁은 특성을 갖고 있다. 연구팀은 이를 통해 대가뭄이 일어난 시대를 추정할 수 있었다. 연구팀은 또 고르디온 일대에서 측정된 1929~2009년 사이의 근대 기후 관측 기록도 확인했다. 이 결과 이 지역에선 대략 15년마다 한 번씩 연간 강수량이 250mm 이하를 기록하는 등 보리나 밀을 재배하기도 어려울 정도의 가뭄이 빈번하게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이같은 고대 목재 나이테 분석 결과와 기후 관측 기록을 종합해 분석한 결과 기원전 1198~1196년 사이에 3년 연속 수도 하투샤 일대에 대가뭄이 발생했으며, 이것이 대제국의 갑작스러운 멸망에 기여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 코넬대 연구팀의 고대 히타이트 제국 무덤 고대 목재 분석 결과. 사진출처=코넬대 홈페이지

미국 코넬대 연구팀의 고대 히타이트 제국 무덤 고대 목재 분석 결과. 사진출처=코넬대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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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히타이트 인들도 도시 인근에 저수지를 만드는 등 나름대로 가뭄에 대비하고 있었다. 하지만 적들의 침입이 겹친 가운데 2년 이상 대가뭄이 계속되면서 식량 공급을 위축시켰고 결과적으로 제국의 경제ㆍ정치에 치명타를 입혀 멸망을 재촉했다. 결국 대가뭄을 견디지 못한 히타이트인들은 수도를 하투샤에서 타르훈타사로 옮겼으며, 이후 멸망의 길을 걸었다는 게 고고학자들의 분석이다. 히타이트인들이 새 수도를 삼았던 타르훈타사의 위치는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다.

반론도 있다. 아무리 대가뭄이라도 2~3년 정도로 제국이 멸망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또 이때부터 약 200년간 스페인, 지중해, 터키에서 인도를 아우르는 지역에서 대가뭄이 계속됐다. 유독 히타이트 제국의 멸망만 가뭄과 연관시키는 것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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