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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비비] '세계 최초' 버려야 '갤럭시'가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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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는 '세계 최초' 버리고
보이지 않는 기술 내재화, 편의 챙겨야

[시시비비] '세계 최초' 버려야 '갤럭시'가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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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명진규 콘텐츠매니저] 10대들이 아이폰만 선호한다는 소식이 꽤 아팠나 보다. 안방서도 아이폰에 점유율을 빼앗기고 있다는 점이 위기로 다가왔을 것이다.


삼성전자가 프리미엄 스마트폰 경쟁력을 높이겠다며 하나둘씩 복안을 꺼내 놓는다. 경영진은 시장점유율보다 브랜드 가치를 높이라고 주문하고 나섰다. 모바일 사업부는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를 자체 개발하기 시작했다. 2억 화소 카메라를 탑재하고, 역대 최고 성능을 갖춘 ‘갤럭시S23’을 조기에 선보여 기선제압에 나서겠다고도 한다. 삼성전자가 기술적 성취를 자랑할 때마다 전가의 보도(傳家之寶)처럼 붙이는 ‘세계 최초(World 1st)’라는 수식어도 어딘가에 곁들여질 것이다.

2억 화소 카메라는 분명 대단한 성취지만 개발자 적인 발상에 가깝다. 사진 1장의 해상도는 약 1만7000×1만2000에 달한다. 문제는 해상도가 높은 사진을 촬영해도 사진을 보는 화면은 스마트폰이라는 점이다. 스마트폰 해상도는 1440×2340 수준이다. 4K TV로 사진을 본다고 가정해도 해상도 3840×2160이 고작이다. 굳이 2억 화소 카메라가 필요 없다. 전형적인 오버 스펙이다. 2억 화소 카메라로 촬영한 사진은 메모리 카드 용량만 더 차지할 뿐이다.


애플은 아이폰13까지 1200만 화소 카메라를 고집했다. 아이폰14 프로에 처음으로 4800만 화소 카메라를 탑재했다. 소비자들이 사진을 아이폰, 아이패드 정도에서 본다는 이유에서다. 대신 사진 파일을 압축하는 기술인 HEIC(고효율이미지파일포맷)에는 일찌감치 투자했다. 애플은 2017년 아이폰11의 표준 사진 파일 형식으로 HEIC를 채택했다. 늘어난 사진 용량을 해결하기 위해서다. 경쟁사들은 외장메모리를 채택하고 있어 용량이 큰 문제는 되지 않았다. 삼성전자는 3년이 지나서야 HEIC 파일을 지원하기 시작했다.


이런 차이는 두 회사의 쫓고 쫓기는 관계를 고착시키고 있다. 삼성전자는 보이는 곳에서는 유난히 ‘세계 최초’에 집착한다. 하지만 보이지 않는 곳에서는 여전히 애플의 뒤를 쫓을 뿐이다. 애플은 2011년 음성비서 서비스 ‘시리’를 선보였다. 삼성전자도 여러 가지 서비스를 개발했지만 제대로 상품화한 것은 2017년 ‘빅스비’를 선보이면서다. 블루투스 이어폰 역시 삼성전자가 오래전부터 해오던 사업이지만 애플이 2016년 ‘에어팟’을 출시하며 승기를 잡았다. 제대로 된 반격에 나선 것은 2019년 ‘갤럭시 버즈’를 내놓으면서다.

애플이 설계한 ‘바이오닉’ 프로세서는 당초 삼성전자가 반도체 설계회사 인트린시티와 협력해 개발한 ‘A4’ 칩세트가 시작점이다. 애플은 2010년 인트린시티를 1300억원에 인수한 뒤 ‘A5’부터 직접 만들기 시작했다. 지금은 ‘m 시리즈’ 프로세서를 개발해 맥북에도 사용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이제서야 "자체 프로세서를 개발하겠다"고 나섰다. 애플과의 격차는 13년에 달한다. 삼성전자가 자랑하던 ‘초격차’라는 말이 무색하다.


앞서 열거한 기술과 제품, 서비스 중 애플이 ‘세계 최초’라는 수식어를 붙인 것은 없다. 이제는 삼성전자도 보이는 곳에서의 ‘세계 최초’를 버려야 한다. 그래야 삼성전자가 살아남는다.




명진규 산업부문 조사팀 콘텐츠매니저 ae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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