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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어때]15년간 썼다…주중엔 기사를, 주말엔 에세이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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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서믿음 기자] “기사의 문장은 효율적이지만 어디까지나 신문을 위한 글이야. 자신만의 글을 계속 쓰는 연습을 해야 해. 그러지 않으면 문장이 망가져.”


종합일간지 북스팀 팀장인 저자가 기자 초년생 시절부터 가슴에 새긴 말이다. 선배의 말에 과잉 동의된 나머지 가슴에 “콕 박혔다.” 이후 평일에는 기자로, 주말에는 에세이스트로 양분된 삶을 영위했다. 경력 20여년이 되자 이제는 평일 저녁에도 쓸 여력이 생겼는데, 그 덕에 이 책이 세상에 나왔다.

[이 책 어때]15년간 썼다…주중엔 기사를, 주말엔 에세이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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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쓰는 직업’)처럼 책에는 20년 차 신문기자의 읽고 쓰는 삶을 담았다. 책면은 언론사마다 다르지만, 대개 한주의 끝자락에 들어간다. 금요일자 혹은 토요일자. 이 책은 책면이 나오기까지 물밑에서 움직이는 일명 ‘책 기자’의 고군분투를 소개한다.

금·월·화요일에 걸쳐 한 주에 들어오는 책 수는 대략 100여권. 화요일에 회의를 거쳐 지면에 담을 책을 선정하고, 수요일까지 책을 읽는다. 책 기자의 좋은 점은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책을 읽을 수 있다는 점. 영화나 공연 담당 기자처럼 시간표에 얽매이지 않지만, 그런 자유가 오히려 독이 되기도 한다. 일을 집에 가져가기 매우 용이하기 때문이다.


책은 대개 잘 읽힐 것 같은 도서가 아닌, 읽으면 좋을 ‘양서’를 선정한다. “요즘 같은 시기에 우리라도 이런 책 소개해야지”라는 심정으로, 자못 비장하게 책을 펼친다.


다만 여기에 함정이 숨어있다. 대개 문화 장르의 특성이 그러하듯 끝까지 보기 전에는 진가를 알기 어렵다. 읽으면 읽을수록 “또 낚였네”라는 한탄이 나올 수 있다. 이 경우 대개 본문과 다르게 보도자료가 “짜릿하고 감칠맛 나며 콕콕 머리에 들어오는”, 소위 ‘기사 되는’ 이야기의 외피를 지녔을 가능성이 크다. 선택지는 두 개다. 눈물을 머금고 끝까지 읽어 어떻게든 그림을 만들든지, 아니면 실패를 빨리 인정하고 다른 책을 잡든지.

그렇게 기사가 나와도 난관은 남아있다. 관건은 금요일 오후 5시30분에 열리는 가판 회의. 제목 관련 지적이 나오면 그나마 다행이지만, 기사 교체 결정이 내려지는 날에는 새 기사를 다시 채워 넣어야 한다. 그때의 심정을 저자는 “차라리 땅이 열려 이 자리에서 나를 삼켜버”렸으면 좋겠다고 토로한다.


이 외에도 저자는 남들은 알아듣지 못해 그 말을 쓰는 사람들을 끈끈하게 결속시키는 기자어를 소개하며 일반적 기자의 삶을 나열한다. 초년생 시절 ‘사쓰마리’(경찰서 출입 기자)가 돼 ‘하리꼬미’(경찰서에서 숙식)하며 ‘나와바리’(출입처)를 돌고 ‘선배’(님 자를 앞 붙임) 혹은 ‘데스크’(차장 이상급)와 기자 ‘야먀’(주제)를 논하는 삶... 특별히 수습 시절 타사 기자와 취재 품앗이한 내용을 보고했다가, 직접 취재한 게 아니라 팩트가 틀렸을 수 있다는 이유로 “한 번만 더 그런 짓 했다가는 광화문 사거리에 못 박아버린다”는 (지금껏 잊히지 않은) 선배의 충고(?)도 꺼내놓는다.


기자 생활이 궁금하다면, 주말 책면 기사가 나오기까지의 과정이 궁금하다면 읽어보면 좋을 내용을 담고 있다.


쓰는 직업 | 곽아람 지음 | 마음산책 | 220쪽 | 1만4500원




서믿음 기자 fait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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