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규제개혁위원장 "모든 경제규제 5년 일몰 적용..'모래주머니'화 제동걸 것"
[김종석 대통령 직속 규제개혁위원장 인터뷰]
"시혜성 규제 개혁 안돼..이관제관 모델로 가야"
기업 대기형 투자들 막지 않는 규제혁파에 역점 둘 것
[아시아경제 구채은 기자] “올해 예상되는 거시경제의 어려움은 우리가 자초한 게 아니다. 에너지 가격과 곡물 가격 급등은 통제할 수 없는 대외변수다. 이를 극복하는 방법은 내부적으로 비효율과 낭비 요인을 줄이는 것이고, 규제개혁도 그 부분에 초점을 맞출 것이다.”
김종석 규제개혁위원회(규개위) 민간위원장은 최근 서울 종로구 규제개혁위에서 진행된 아시아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역대급 경제위기 쓰나미가 밀려오는 현시점에서 금리나 재정정책은 한계가 있는 만큼 과감한 규제 혁신을 통해 기업의 낭비 비용을 줄여줘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해 8월 취임한 김 위원장은 여권 내 '경제통(通)'으로 국회와 학계 정부를 넘나들며 평생 규제개선 과제를 풀어왔다. 2004~2005년 한국규제학회 회장과 2014년 규제개혁위원회 경제분과 위원장 등을 역임했다. 공정거래위원회 정책평가위 민간위원장과 한국경제연구원 원장, 새누리당 시절 여의도연구원장 등을 거쳐 제20대 국회의원(자유한국당·현재 국민의힘)도 지냈다.
김 위원장의 취임 이후 위상과 권한이 높아진 규제개혁위는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1278개의 규제개선 과제를 발굴했다. 이 중 446개 규제 개선을 완료했다. 심의한 502건의 규제 중 61건의 중요 규제를 골라내 77% 이상의 개선과 철회를 권고했다. 규제신문고 제도도 활성화했다. 대통령을 의장으로 한 규제혁신전략회의와 총리 직속의 규제혁신추진단이 신설돼 의사 결정 속도도 빨라졌다.
김 위원장은 "진보정권은 기본 전제가 ‘시장은 불공정하고 기업은 탐욕스럽고 공무원과 정치인만 정의롭다’였기 때문에 시장의 잘못을 정부가 바로잡아야 한다는 시각이어서 규제 혁신에 별 관심이 없었다"면서 "윤석열 정부는 정확히 그 반대다. 민간 중심으로 경제 발전을 도모하는 것이 가장 큰 전제"라고 했다.
그는 "지금 생각해보면 타다가 양성화됐으면 오히려 택시 기사의 수요가 훨씬 늘었을 것"이라며 "택시 산업 자체가 팽창하는 것이었지만 규제가 막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타다뿐만 아니라, 이익집단의 압력에 굴복해 정치권이 영합한 문제들을 규제개혁위에서 극복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규제개혁위는 올해부터 신설되는 모든 경제규제의 경우 최장 5년의 일몰(재검토) 기한을 적용하고 주기적으로 정비할 계획이다. 경제규제가 한번 생긴 후 ‘모래주머니’처럼 굳어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 효력 상실형 일몰과 재검토형 일몰로 세분화해 일몰 여부를 더 밀도 있게 들여다보도록 했다. 김 위원장은 “한번 도입된 규제가 영속화되는 현상에 제동을 걸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민과 관의 줄다리기 방식이었던 기존의 ‘시혜성’ 규제개혁이 아닌 규제를 만든 장본인이 공무원들이 규제를 완화하는 방식으로 푼다는 계획이다. 김 위원장은 “민간은 관료와의 줄다리기에서 결코 이길 수 없다”면서 “규제개혁을 본업으로 하는 공무원 조직을 만들어 이관제관 방식을 갖추는 것이 규제개혁이 실질화되는 방향”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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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김 위원장과의 일문일답.
"文정권 '시장 불공정, 기업 탐욕, 관료만이 정의롭다' 전제부터 잘못돼"
올해 거시경제 상황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시기 규제개혁은 어떤 의미를 지니나.
중요한 의미다. 지금 겪는 어려움은 우리가 자초한 게 아니다. 에너지, 곡물가격 급등은 우리가 통제할 수 없다. 미국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이를 극복하는 방법은 우리 내부적으로 비효율과 낭비요인을 줄이는 것이다. 외부로 강요된 비용 상승요인을 내부에서 흡수해야 한다. 금리나 재정정책으론 한계가 있다. 그런 부분을 규제혁파를 통해 해결하는 것이다. 기업들이 겪을 수 있는 비효율과 낭비요인을 제거하도록 해주는 것이다. 규제혁신을 통해서 규제비용을 줄여주고, 못하게 막고 있는 사업의 길을 터줘야 한다.
윤석열 정부의 규제개혁의 차별화 지점은 무엇인가.
전 정권을 포함해 진보정권은 기본 전제가 ‘시장은 불공정하고 기업은 탐욕스럽고 공무원과 정치인만 정의롭다’였다. 시장의 잘못을 정부가 바로잡아야 한다는 시각이다. 그러다보니 규제혁신에 별 관심이 없었다. 윤석열 정부는 정확히 그 반대다. 민간 중심으로 경제 발전을 도모하는 것이 가장 큰 전제다. 헌법에 우리나라 경제는 민간에 경제상의 자율과 창의를 기본으로 하고 있다. 헌법 119조 1항(대한민국의 경제질서는 개인과 기업의 경제상의 자유와 창의를 존중함을 기본으로 한다)이 그렇다. 규제개혁도 이 원칙에 맞게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119조 1항을 말씀하셨는데, 2항(경제민주화 조항)은 어떻게 보나. 1항과 상충된다는 지적이 있어왔다.
경제민주화 조항이 과대해석되고 있다고 본다. 그 조항은 우리나라 경제의 균형발전을 언급한 것이다. 119조 2항 초안을 잡았고 1987년 개헌 당시 국회 헌법개정기초소위 위원장을 맡았던 현경대 전 민정당 의원은 민간중심경제로서 경제민주화를 의미한거라고 밝혔다. 그 전까지 대한민국은 관치경제였다. 따라서 한국의 경제질서는, 시장경제, 즉 민간의 경제상의 자유와 창의를 기본으로 하면서, 동시에 균형발전을 추구하는 정신을 갖고 있는 것이다. 규제개혁도 당연히 그런 방향이다.
읍소형, 시혜성 규제개혁으론 안돼..이관제관 모델로 가야
역대 정권에서도 규제개혁은 추진돼왔다. 늘 실패했고 시장은 내성이 생겼다는 비판도 있다.
규제개혁이 ‘읍소형’이었고 ‘시혜성’이었기 때문이다. 민간이 호소하고 규제하는 사람인 관료가 받아줄까 말까 하는 방식은 근본적으로 한계가 있다. 규제를 집행하는 관료가 ‘현장의 호소를 들어준다’는 식으로 접근해선 민이 관을 이길 수 없다. 그런데 윤석열 정부에선 규제의 필요성과 수단의 적정성을 규제하는 사람이 입증하도록 바꿨다. 대표적인 것이 규제심판부다. 민간의 관점에서 규제의 필요성과 수단의 적정성을 검증하도록 했다. 규제개혁위원회가 그래서 3분의 2가 민간인이다.
규제로 인해 어려움을 겪는 사람도 있지만 타다금지법, 대형마트 의무휴업 완화처럼 규제가 없어져 피해를 보는 사람들도 있다. 결국 갈등조정이 핵심이다.
지금 모든 사람이 없애야 한다고 주장하는 규제는 다 없어졌다. 남은 규제는 갈등형 규제다. 규제로 이익을 보는 주체, 규제를 집행하는 주체들의 생태계가 형성돼있다. 그러다보니 규제를 개선하는 건 갈등이나 저항을 불러일으킨다. 이해관계자들과 꾸준히 과학적 분석과 데이터를 기반으로 타협과 소통을 통해서 서로에게 이로운 윈윈 솔루션을 찾아내야 한다. 일방적으로 밀어부쳐서 할 때는 아니다. 소통과 타협으로 모두에게 이로운 해법을 찾아야 한다.
결국 반대하는 쪽의 일자리가 문제 아닌가.
지금 생각해보면 타다가 양성화됐으면 오히려 택시기사들이 수요가 훨씬 늘었을 것이다. 잘못된 판단이었다. 택시산업 자체가 팽창하는 거였는데 그것을 규제가 막은 것이다. 타다 뿐만이 아니다 이익집단 압력 굴복해서 정치권이 영합한 문제들이 있다. 그런 이슈들을 규제개혁위에서 극복해야 한다.
규제개혁과 관련해 국회가 걸림돌이 되는 부분은 없나.
우리나라의 불량규제들, 비현실적이고, 안지켜지는 규제, 사전규제 대부분은 의원입법에서 나온다. 정부 규제는 규개위 통과해야 해서 검증 절차를 밟는다. 하지만 의원 입법은 그런 절차가 없다. 그래서 의원입법도 규제영향 분석이 필요하다. 제가 국회에 있을 때 20대 국회에서 발의한 제1호 법안이었다. 당시엔 법안 통과에 소극적이었는데 현재 민주당, 국민의힘 모두 공감하고 법안이 발의돼있다. 이 법안 통과가 절실하다.
공무원들은 규제 개혁의 ‘객체’이자 ‘주체’인 딜레마가 있다. 규제를 놓고 부처간 대립도 심하다. 어떻게 해야 공무원 주도 규제개혁이 성공할 수 있을까.
규제 개혁을 전담하는 공무원이 규제 담당 공무원을 견제하게 하는 '이관제관(以官制官)' 시스템으로 풀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규제개혁위에 100명 넘는 상근 공무원들이 있다. 이 사람들의 일은 다른 부서에 규제를 사전에 통제하고 관리하는 것이다. 예산실이 다른 부처의 예산 통제하듯이 말이다. ‘규제의 품질 관리 책임은 바로 제조자인 공무원들에게 있다’고 늘 강조한다. 규제상품의 품질관리 책임은 공무원이 지는 거다. 공무원 주도의 규제개혁 성공 방법은 공무원이 규제개혁이 담당하도록 하면 된다.
올해 규제개혁 기업 대기형 투자들 막지 않는데 역점 둘 것
그렇다면 ‘규제’는 ‘혁신’과 상충하거나 완전히 반대되는 개념이라고 봐야 하나.
기업의 창의나 혁신을 촉진하는 규제도 많이 있다. 예컨대 지적재산권 보호나 공정경쟁 촉진, 독과점 남용 규제는 기업의 창의와 혁신을 도모한다. 다만 기본적으로 규제는 비용을 유발한다. 지키는 데 드는 비용과 누릴 수도 있는 사업과 상품의 소득창출 기회를 막는 기회비용이다. 이 두가지 규제비용 줄여서 기업하기 좋은 환경 만드는게 핵심이다. 규제개혁은 규제수단을 없애는 게 아니다. 규제수단의 품질관리 과정이다. 저수지 수질관리와 같다. 새로 들어오는 불량규제를 막고, 현존하는 규제 중에 불량규제화되거나 시대에 뒤떨어지는 규제를 준설해서 업데이트하는 것이다. 이 두가지 기능을 규제개혁위가 하고 있다.
신산업과 일자리 창출을 위한 규제혁신은 어떤 부문에 역점을 두고 있나.
지금 우리 경제가 빠르게 디지털화돼있다. 그런데 현재 규제의 대부분은 아날로그 시대 만들어진 규제다. 플랫폼 경제가 10여년전만 해도 없었다. 플랫폼 경제를 아날로그 규제가 발목 잡고 있었다. 그래서 신산업분야에선 네거티브 규제가 원칙이다. 할 수 있는 일을 정하는 것이 아니라 해선 안되는 일을 나열하고 나머진 무조건 허용하는 것이다. 바이오헬스, 메타버스, 로봇·문화 콘텐츠, 신재생 에너지 분야가 그렇다. 또 기업들 만나보면 대기형 투자가 많다. ‘이 규제 때문에 못하고 있다’는 얘기들이 나오는 규제들을 풀어나가려고 한다.
규제개혁위원장으로서 취임 후 가장 의미 있고 보람 있었던 일은 무엇인가.
법에 주어진 권능과 역할을 실질적으로 행사하는 것이다. 규제개혁위는 자문기구가 아니다. 행정규제기본법에 의해서 법상 위원회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 하에선 존재감이 없었다. 수많은 악성규제와 반시장적 규제가 도입됐다. 취임 후에 취약해진 규제혁신시스템 정비를 강화했다. 대통령과 총리의 규제혁신 의지가 강했다. 대통령주제 전략규제혁신회의가 만들어졌고 총리가 규제혁신추진단장을 하게 됐다. 규제개혁추진단은 민감한 덩어리 갈등규제를 이해관계자와 협의해서 해법을 찾는 일을 하고 있다. 규제신문고도 활성화했다. 앞으로 규개위에선 기존 규제에 대한 품질관리도 해나갈 것이다. 부동산 규제, 교육개혁, 노동개혁 등도 광의의 규제개혁이라보고 강력하게 추진해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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