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사 초음파 허용' 판결 시끌…재현되는 양방·한방 갈등
의협 등 기자회견·1인시위
대법원 규탄 수위 높여
"국민 생명과 건강에 심각한 위해"
한의계는 "획기적 전환점" 환영
진단기기 사용 법적·제도적 마련 요구
[아시아경제 이관주 기자] 초음파 진단기기를 사용해 의료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한의사에 대해 대법원이 무죄 취지로 사건을 파기환송한 것을 두고 의료계가 시끌시끌하다. 사실상 한의사의 초음파 기기 사용을 허용한 판결에 대해 한의사계는 환영한 반면, 의사·방사선사·임상병리사 등은 반발하며 집단행동에 나섰다. 고질적인 양방·한방 간 갈등이 재현되고 있는 것이다.
28일 의료계에 따르면 대법원은 지난 22일 전원합의체를 통해 한의사 A씨의 의료법 위반 혐의를 인정해 벌금 8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으로 돌려보냈다. A씨는 2010년부터 2012년까지 한의원에서 환자를 진료하며 초음파 기기를 이용해 진단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1심과 2심에서는 모두 유죄로 인정했지만, 대법원은 "한의사가 진단 보조 수단으로 초음파 진단기기를 사용하는 것이 보건위생에 위해를 발생시킨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이를 뒤집었다.
대법원 판결 후 의료계는 이를 두고 극명하게 갈라졌다. 대한의사협회는 즉각 성명을 내고 "각 의료직역의 축적된 전문성과 경험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면허의 경계를 파괴해 버리는 내용의 판결을 내린 것은 의료법상 의료인 면허제도의 근간을 뿌리째 흔드는 것"이라며 "그 결과 무면허 의료행위가 만연해 국민의 생명과 건강에 심각한 위해를 초래하게 될 것임이 불 보듯 자명하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의협은 의료인의 면허 범위를 보다 구체적으로 하는 의료법 개정에 나설 것을 국회와 정부에 요구했다.
이어 26일 의협과 대한방사선사협회, 대한임상병리사협회는 대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번 판결을 비판했고, 의협 한방대책특별위원회는 전날부터 릴레이 1인 시위에 돌입하는 등 반발 수위를 높이고 있다. 대한피부과의사회도 가세해 대법원 판결을 규탄했다. 이들은 성명에서 "이번 사안의 본질은 한의사가 본연의 업무 범위를 넘어선 초음파검사를 한 환자에서 2년여간 68회나 사용하고도 진단하지 못한 자궁내막암 2기 환자 입장에서 봐야 한다"면서 "10년이 지나 초음파 장비 자체의 위험도는 낮으니 누가 쓰든 상관없다는 식의 결과만 남긴 이번 판결은 앞으로 수많은 오진의 가능성을 남발하게 만든 매우 잘못된 판결"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반해 대한한의사협회는 대법원 판결을 환영하며 한의사들이 국민 건강을 위해 현대 진단기기를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법적·제도적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의협은 "지금까지 한의사에게 채워져 있던 현대 진단기기 사용 제한이라는 족쇄를 풀어줄 단초가 된 이번 대법원의 판결은 국민의 건강증진과 보건향상이라는 당면한 국가정책을 해결하고, 국민의 진료선택권을 보장하는 획기적인 전환점이 될 것임을 확신한다"는 성명을 냈다. 이어 의협 등이 집회를 연 날에는 논평을 내고 "국민건강과 권익은 뒤로한 채 본인들의 이익 추구에만 몰두하고 시대의 흐름에 역행하는 독불장군 양의계의 통렬한 자기반성을 촉구한다"도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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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사를 넘어 타 의료직역으로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대한조산협회는 "한의사는 물론 조산사, 간호사 등 다른 의료인에 대해서도 진단기기 이용에 합리적인 판단 기준이 제시될 수 있기를 바란다"며 "대법원 판결에 따라 한의사를 포함한 다른 의료인들이 각자의 학문 지식과 역량, 과학기술의 발전에 따른 현대 진단기기를 안전하고 합리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법적·제도적 장치가 후속 입법됨으로써 국민의 건강 증진과 의료 소비자의 선택권 보호에 기여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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