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여년 만에 금리 변동폭 상향…블룸버그 "글로벌 채권·주식매도 촉발 우려"
日 투자금 3조달러…美 주식·채권 보유액 2000兆로 美 GDP의 7.3%
네덜란드·호주에도 대거 유입…신흥국 시장 연쇄 파급 우려

3조달러 해외자금 ‘日 송환 쓰나미’ 예고…글로벌 금융시장 떨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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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권해영 기자, 이지은 기자] 양적 완화 정책의 마지막 보루였던 일본이 깜짝 발표를 통해 사실상 금리인상을 시사하면서 3조달러(3870조원)에 달하는 일본 자본의 상당수가 빠져나갈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됐다. 엔화 자금의 금리 변동 폭이 상향 조정되면서 이른바 '구로다 쇼크'가 올 수 있다는 전망이다.


블룸버그, 니혼게이자이 등 외신은 20일(현지시간)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 총재 발 쇼크가 시작됐다"며 "일본의 정책 변화가 글로벌 금융 시장에서 채권, 주식 매도를 촉발할 수 있다"는 전망을 앞다퉈 내놨다. 전날 일본은행(BOJ)이 금융정책결정회의를 열고 장기 국채금리 변동 폭을 종전 ±0.25%에서 ±0.50%로 확대하면서 나온 관측이다.

전문가들은 외신을 통해 일본은행이 10여년간의 기조와 달리 금리 변동 폭을 상향 조정하자, 이를 사실상 금리인상으로 보거나 향후 있을 금리인상의 전주곡으로 판단하고 이 같은 우려를 전했다. 초저금리의 엔화를 활용해 해외 자산에 투자하는 '엔캐리 트레이드' 자금을 청산하고 본국으로 자금을 회수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이들의 설명이다. 특히 일본 투자자의 자금이 많이 유입된 국가들일수록 일본은행의 통화 완화 기조 수정에 취약해질 수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전문가들의 의견을 인용해 "미국 투자자들은 이번 일본은행의 조치가 일본 기관 투자자들의 미국 국채 매도를 촉발시킬까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일본은 세계 최대 채권 보유국이며 해외 주식, 채권 시장의 '큰 손'으로 불리는 국가로, 이탈 가능한 자금은 3조 달러에 달한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은행, 연기금 등 일본 기관 투자자들이 해외 주식, 채권에 투자한 자금은 3조 달러를 넘어서는 것으로 추산되며 일본의 미국 주식이나 채권 보유량만 현재 1조5000억달러(약 1940조원) 이상으로 파악된다. 이는 미국 국내총생산(GDP)의 7.3% 수준이다. 여타 국가에도 일본 자금이 대거 유입됐다. 일본이 네덜란드 주식, 채권에 투자한 금액은 이 국가 GDP의 9.5%에 달한다. 호주(GDP 대비 8.3%), 프랑스(7.5%), 영국(4.6%), 벨기에(4.5%), 캐나다(4.1%)에도 일본 투자자들의 자금이 대거 투입됐다. 블룸버그는 "내년 4월 임기가 끝나는 구로다 총재를 이은 후임자가 금융 정상화의 길을 찾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신흥국을 포함한 자산시장에 연쇄적인 파급 효과를 불러일으킬 가능성도 적지 않다. 아미르 안바르자데 애시메트릭 어드바이저스 전략가는 "일본의 금리인상 허용으로 해외에 있는 일본 자금의 본국 송환 쓰나미를 보게 될 수 있다"며 "거대한 움직임의 변화"라고 말했다.


이미 구로다 총재의 발표 이후 금융시장은 출렁이고 있다.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는 3.7%로 3주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상승했다. 영국 10년물 국채(길트) 금리는 3.6%, 독일 10년물 국채(분트) 금리는 2.27%로 각각 0.1%포인트 올랐다. 블룸버그는 "구로다 쇼크는 출구를 향한 위험한 길의 시작일 뿐"이라고 진단하기도 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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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금융시장 우려에도 일본은행이 갑작스럽게 통화 완화 기조를 수정한 것은 그간 초저금리 정책이 심각한 엔저 현상과 물가 급등을 초래했기 때문이다. 일본은행은 그간 장기금리를 0~0.25%선으로 유지해 국채를 정해진 가격에 무제한으로 매입했는데, 이 정책으로 미·일간의 금리 격차가 벌어지면서 엔화 매도 압력이 압력이 커졌다. 이에 엔화 가치가 급격히 하락하면서 지난 10월에는 달러엔 환율이 심리적 마지노선인 150엔을 돌파하는 현상까지 벌어졌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원자재, 식료품 가격이 급등한 상황에서 사상 초유의 엔저 사태까지 맞물리자 일본 소비자물가는 지난 9월 들어 31년만에 3%대로 치솟았다. 이는 일본은행의 물가안정 목표치인 2%를 상회하는 수치다.


아울러 과도한 국채 보유고 또한 이번 통화 완화 정책 수정의 배경 중 하나로 꼽힌다. 일본은행이 10년물 국채의 금리 상승을 억제하고자 국채를 무제한 매입하면서 국채 보유 비율은 지난 9월 기준으로 50.3% 기록, 사상 처음으로 절반을 넘어섰다. 10년 전 일본은행의 국채 보유 비율은 10% 수준에 불과했다. 일본은행의 국채 보유 비중이 증가하고 국내외 금리차가 확대되면서 투자자에게 매력도가 떨어지는 현상이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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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일본은행에 재정 부담으로도 다가왔다. 일본은행이 금융기관으로부터 국채를 매입한 대금은 금융기관이 일본은행에 예치하는 당좌예금에 쌓여 왔는데 그 액수가 무려 470조엔(약 4590조원)에 이른다. 아사히 신문은 "금리가 1% 상승할 경우 2025년 일본은행이 금융기관에 지불해야 할 국채 원리금은 현재 현재 예상치보다 3조7000억엔(약 36조원)이 늘어난다"며 "일본은행이 채무 초과에 빠질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권해영 기자 roguehy@asiae.co.kr
이지은 기자 jelee042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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