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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구리 먹는 프랑스놈" 축구로 만나는 '천년 앙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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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년전쟁'은 예고편에 불과하다
잉글랜드-프랑스 축구 전쟁의 밤

영국인에게 최악의 모욕은?

"개구리나 먹는 프랑스놈들"




프랑스인에게 최악의 모욕은?

"쇠고기나 구워먹는 영국놈들"


<사진=로이터연합>

<사진=로이터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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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나라 간 국민감정이 좋은 사례는 찾아보기 힘들다. 그중에서도 영국(잉글랜드)-프랑스는 그 역사가 길고 내용도 다양한 '천년 앙숙'이다.


◆미식의 나라 프랑스 "고깃덩이나 먹는 영국놈들"

영국인과 프랑스인이 서로를 조롱하는 말의 키워드는 '음식'이다.

비옥한 땅에서 자라나는 식재료를 바탕으로 프랑스는 미식의 나라로 자리 잡았다. 프랑스인에게 형편없는 요리로는 영국요리가 세계 제일이다.


로스트 비프(Roast Beef)는 영국인이 사랑하는 음식이다. 다만 프랑스인에게는 조롱의 대상이다.


이들은 "커다란 고깃덩이를 그저 구워 소금만 쳐서 먹는 게 무슨 요리냐"고 한다. 그런 비하와 경멸을 담아 프랑스인은 영국인에게 '로스비프(rosbif)'라고 놀린다.

영국 가수 스팅은 "누가 뭐라든 당신답게 살아요(Be yourself no matter what they say)", "무시를 당하고도 웃을 수 있는 게 진정한 남자죠(It takes a man to suffer ignorance and smile)"라고 노래했지만, 그게 말처럼 쉽지만 않은가 보다.


영국인은 프랑스인에게 "개구리나 먹는 프랑스놈아!"라고 항변한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축구 경기장에서는 '개구리를 먹는 프랑스인'이라는 노래가 흘러나오기도 한다.


런던에 연고를 둔 축구클럽 아스널엔 한때 프랑스 선수가 많았다. 티에리 앙리, 로베르 피레스, 패트릭 비에이라, 플라미니, 올리비에 지루 등 세계적 선수들이 아스널에서 뛰었다. 아스널의 전성기를 이끈 아르센 벵거 감독도 프랑스인이다.


잉글랜드 중부 레스터셔 주 레스터시에 연고를 둔 레스터 시티 팬들에게 아스널의 '프랑스성'은 놀림의 대상이었다.


그들은 아스널을 상대할 때면 이렇게 노래했다.


"누가 개구리를 (경기장에) 내보냈냐, 누구냐, 누구냐 도대체 누구냐
(Who let the frogs out, who who who who)



영어와 프랑스는 국제언어로서의 위상을 놓고도 경쟁해왔다.


아그레망(agrement), 코뮈니케(communique) 등 익숙한 외교 용어 대부분은 프랑스에서 그대로 가져온 것들이다. 프랑스는 유럽의 대국이었고, 문화의 중심이었다.


프랑스어는 상류층의 언어로 기능했으며, 심지어 영국왕들도 한때는 프랑스어를 모어로 여기기도 했다. 외교언어에 프랑스어가 많은 것은 그 때문이다.


산업혁명 이후 영국의 국력이 급성장하기 시작하면서 프랑스어는 그 역할과 기능을 영어에 내주기 시작했다. 결정타는 1·2차 세계대전이다. 변방의 언어였던 영어는 이제 명실상부한 제1국제어다. 물론 지금 영어의 위상을 만든 것은 영국이라기보다는 미국의 영향이 크다.


서양에서는 중세 말에 기사들끼리의 마상창경기가 스포츠 형태로 남았지만, 실전에서 일기토를 벌이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고 알려져있다. (사진=위키피디아)

서양에서는 중세 말에 기사들끼리의 마상창경기가 스포츠 형태로 남았지만, 실전에서 일기토를 벌이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고 알려져있다. (사진=위키피디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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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6년간의 전쟁…그렇게 '영국인'·'프랑스인'이 됐다

이들은 칼과 활, 창과 방패를 들고 피비린내 나는 실제 전쟁을 벌인 전력도 있다.


'백년전쟁'은 가장 큰 사건으로 꼽힌다. 1337년부터 1453년까지 잉글랜드 왕국-프랑스 왕국이 무려 116년이라는 기간 동안 치른 전쟁이다.


이 전쟁은 역설적으로 양측이 국민적 정체성을 형성하는 계기가 됐다. 당시만 해도 국민국가란 개념은 사실상 희박했다. 잉글랜드는 전쟁으로 인해 섬에 갇히게 되었으나, 자연히 유럽 대륙과 거리두기를 하게 되면서 독자적인 경계를 구축했다.


프랑스도 마찬가지다. 프랑스를 구원한 것은 '오를레앙의 성녀' 잔 다르크였다. 그는 영국에 맞선 '프랑스인'의 상징이었고, 지금도 프랑스 애국주의의 상징이다.


나폴레옹 보나파르트를 무너뜨린 '워털루 전투'는 영국인의 영원한 자랑이다. 1815년 6월 벨기에 워털루 인근에서 벌어진 전투에서 나폴레옹이 이끄는 프랑스군은 1대 웰링턴 공작 아서 웰즐리가 이끄는 영국 주축 연합군에게 패배한다. 이 전투로 나폴레옹 전쟁은 완전한 종식을 맞았다.


프랑스 축구대표팀 킬리앙 음바페

프랑스 축구대표팀 킬리앙 음바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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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칼 대신 축구공…'천년 앙숙' 축구전쟁의 밤

이런 두 나라가 한국 시각으로 11일 오전 4시에 2022 카타르 월드컵 4강 진출을 놓고 결전을 벌인다.


8강 그 어느 경기보다 축구 팬들의 관심이 크다. 이미 영국 프랑스는 한바탕 총력전을 앞둔 분위기다.


다만 이 경기의 결과로 인해 그들이 실제로 서로를 더 증오하게 될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오히려 그들은 총칼을 대신한, 축구공을 통한 대리전쟁으로 각자의 국민적 통합을 강화할 가능성이 높다. 백년전쟁에서 그들이 서로의 정체성을 확인했듯이 말이다.




김동표 기자 letme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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