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니어트렌드]나만의 텃밭 가꾸면, 몸과 마음 건강 저절로 회복된다
AD
원본보기 아이콘

농촌은 낭만적이지 않다. 농업농촌 통계에 따르면, 2020년 농업의 순소득은 연간 1200만원이었다. 고령화와 인구 유출로 지방소멸이 촉진되고 있어 교통 및 시설 인프라도 부족하다. 기후변화로 사과는 강원, 단감은 대구로 과일의 출신지도가 바뀌는 것 같은 변화도 맞딱뜨리고 있다. 요령이 없는 초보 농사꾼이라면 더욱 도전적인 상황일 것이다. ‘귀촌의 맛’이란 책에서 30대부터 60대의 귀농한 작가들은 9가지 이야기들을 통해 "맙소사, 이렇게 힘든 줄 알았다면 귀촌 따위 꿈도 꾸지 않았을 거다"라며 잡초 뽑기부터 밭매기 등 일은 끊임 없이 생겨난다고 했다. ‘농사를 지으면 여유롭고 행복할 줄 알았어!’라는 책 속의 외침은 무럭무럭 자라나는 잡초에 묻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령화의 최전방 농촌에서 5060세대는 젊은이다. 시골을 ‘생활’로써 하려면, 일거리가 많다. 할일이 넘친다. 농촌에서 할 수 있는 것은 농작업 활동만 있는 것이 아니다. 식물을 기르고, 동물을 기르고, 웰빙 음식을 만들고, 농촌 문화를 만들 수 있다. 도시에서 마케팅이나 홍보를 했다면 마을 농산물을 온라인에 올려볼 수도 있을 것이고, 행정업무를 해봤다면 파손된 도로를 개선하도록 마을대표로 중앙정부에 정식으로 민원도 넣어 볼 수 있다. 오랜 기간 모아온 책으로 책방을 만들거나 장터에 나갈 때 어르신들을 태워 운전을 해주거나 공동체를 조직해 작업장을 만들어 볼 수도 있을 것이다. 그간 쌓아온 50년의 경험과 수십년의 경력을 바탕으로 체계적으로 할 수 있는 일들이다. 혹은 이제 막 시골살이를 처음해보는 청년 사이와 원주민들을 잇는 다리 역할은 어떨까? 해당 지역에 사는 사람들을 조직생활하듯 존중하면서 함께 지낸다면, 꽤 괜찮은 인생 3막을 펼쳐볼 수 있을 것 같다.

그런가 하면 치유농업도 있다. ‘치유농업법’에 따르면, 치유농업은 ‘국민의 건강 회복·유지·증진을 위해 농업·농촌자원과 이와 관련된 활동을 통해 사회적 또는 경제적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산업’을 말한다. 일반 농사와의 가장 큰 차이점은, 농사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건강의 회복을 위한 수단'으로 농업을 활용한다는 것이다. 치유 농업의 범위는 채소와 꽃 등 식물 뿐만 아니라 가축 기르기 또는 산림과 농촌 문화자원을 이용하는 경우까지 모두 포함한다.


강남의 실버타운을 견학한 적이 있다. 다양한 고급시설로 유명한 곳이다. 옥상에 공동체 텃밭 겸 정원이 마련되어 있는데, 7080세대 입소자들이 개인구역과 공동구역에서 고추나 상추를 심고, 꽃도 가꾸는 곳이다. 건물에서 인기가 가장 높다고 한다. 이 곳은 어르신들의 만성질환과 치매 완화에도 도움이 된다고 했다. 농촌진흥청도 6개월 동안 텃밭을 가꾼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생활변화에 대해 조사한 결과, 스트레스 및 우울 지수가 좋아졌고, 콜레스테롤이나 체지방률까지도 수치가 나아졌다고 한다. 이에 도시에서도 아파트 단지 내 자투리 공간에 실버텃밭 정원을 조성하고 있다.

치유농업으로 신체활동을 통해 몸 건강을 추구하는 것은 물론이고 식물을 기르면서 정서적 안정을 찾을 수 있다. 나도 할 수 있다는 자존감을 회복하고, 더 나아가 자신을 소중히 여기는 마음을 갖게 된다. 직접 체험을 통해 자연의 소중함을 알고, 작은 것들에 대해 사랑하는 마음을 갖게 되어 삶에 감사하게 된다는 것이다. 직접 농사에 참가하는 방식이 아니라 농촌의 자원을 향유하고 즐기는 것으로도 심신 치유 효과가 있다는 연구결과도 나왔다. 홍천에서 소방관을 대상으로 이틀간 명상과 약선 음식, 숲걷기 등을 진행했는데 수면, 감정조절, 소화 등 몸의 중요한 생리활동이 높은 수치로 좋아진 것이 그 예다.


치유농업의 선두주자는 유럽이고, 그 중 네덜란드가 가장 앞서가고 있다. 1970년대부터 생산량 위주의 전통적 농업 대신 농업이 주는 자연적 경관, 환경 보전, 휴식 등에 초점을 맞춰 케어팜(Care Farm)을 발전시켜왔다. 케어팜은 농업을 통한 다양한 활동과 돌봄 서비스를 결합한 것이다. 이용자는 치매 노인, 장기 실업자, 정신질환자 등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이다. 지방자치단체 복지과를 통해서 케어팜을 이용할 수 있고, 복지 바우처 예산으로 돌봄 비용을 지원해 운영을 돕는다. 네덜란드에는 1200개가 넘는 케어팜이 운영되고 있는데 농장 체험, 농산물 판매와 가공, 레스토랑 등의 특색 있는 프로그램을 통해 자체 매출을 내며 안정적인 수익구조를 만들고자 노력한다. 농장경영, 축산, 제조 등의 사업을 하는 케어팜도 있다.


이때, 접근성이 유리한 도시 인접 지역에 위치한 것도 특징이다. 도시농장인 ‘푸드포굿(Food for Good)’은 공원 부지에 조성돼 쉽게 방문할 수 있다. 농장 이용자들은 직접 먹거리를 키우고 적절한 노동을 하면서 에너지와 평안을 얻고 다시 사회로 돌아간다. 네덜란드의 케어팜은 다른 유럽지역으로도 확산됐다.


우리나라도 한국형 케어팜을 만들려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2020년 3월 ‘치유농업 연구개발 및 육성에 관한 법률’이 통과돼 2021년 3월부터 시행됨에 따라, 각종 치유농업 시설과 프로그램, 기술개발이 진행되고 있다. 그 중 실버세대 맞춤형 치유농업 프로그램은 보건복지부와 연계해 치매 관련 안심센터에서 활용될 예정이라고 한다. 또, 실무진을 육성하기 위해 치유농업사라는 국가자격증 제도도 만들어졌다. 지난 주말, 충남 제천에서 사회적 농업 심화 주제 워크숍에 참여해 케어팜, 퍼머컬쳐 등이 어떻게 현장에서 진행되고 있는지를 확인했다. 아직 초기여서 여러 개념과 용어가 혼재되어 있기는 하지만, 긍정적인 출발이다.


우리나라 노인 10% 이상이 가난과 질병으로 자살을 생각한 적이 있다고 한다. 치유농업의 목적은 더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추구하는 사람들과 돌봄이 필요한 사람들을 치유하는 것이다. 아직 걸음마 단계인 우리 치유농업을 시니어가 뛰어들어 적극적으로 가꿔나간다면 어떨까?

AD

이보람 써드에이지 대표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함께 보면 좋은 기사

새로보기

내 안의 인사이트 깨우기

취향저격 맞춤뉴스

많이 본 뉴스

당신을 위한 추천 콘텐츠

놓칠 수 없는 이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