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FA, 코소보 자극한 세르비아 징계 절차 착수

코소보 영토 세르비아 일부로 표기한 깃발 라커룸에 걸어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경기에 앞서 라커룸에 정치적 내용이 담긴 깃발을 내건 세르비아가 징계를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27일 영국 BBC에 따르면 FIFA는 조만간 관련 안건을 다루기 위한 징계위원회를 열 계획이다. 앞서 코소보 축구협회는 관련 사진을 입수하고 FIFA에 공식 항의했다. 문제가 된 깃발에는 코소보 영토가 세르비아 일부로 표기됐다. '(우리 영토를) 내줄 수 없다'라는 문구도 쓰여 있다. 세르비아 정부나 축구협회에서 한 일인지, 아니면 일부 선수의 돌발 행동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코소보는 수천 명이 숨진 내전의 아픔을 딛고 2008년 유럽, 미국 등의 승인 아래 독립했다. 세르비아는 인정하지 않고 자국 영토의 일부로 간주한다. 사이가 좋을 수 없는 두 나라는 최근 내재한 갈등이 폭발했다. 코소보가 이달 초부터 자국 내 세르비아계 주민들이 써온 세르비아 발급 차량 번호판을 코소보 발급 번호판으로 바꾸게 해서다. 3주간의 유예 기간이 지난 22일부터는 거부하는 운전자에게 벌금도 물렸다. 갈등은 지난 24일 유럽연합(EU)의 중재로 봉합됐다. 하지만 역사적 감정은 쉽게 가라앉지 않는 분위기다.

FIFA의 징계 예고에 세르비아는 강하게 반발했다. 이비카 다치치 세르비아 외무장관은 자국 방송과 인터뷰에서 "스포츠 기구에 국가로서 대응할 수 없다. 이번 일은 FIFA가 얼마나 위선이 심각한지 보여준다"고 밝혔다. 이어 "FIFA의 승인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FIFA는 지역적 성격의 회원을 포함한다"며 "유엔도 코소보를 국가로 인정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코소보는 2016년 FIFA와 유럽축구연맹(UEFA) 회원국이 됐다. FIFA는 두 나라의 긴장 관계를 고려해 월드컵 지역 예선에서 서로 맞붙지 않도록 미리 대진을 조정하고 있다.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