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 참사 현장 앞 인도에서 한 자원봉사자가 시민들이 두고 간 국화꽃과 추모 메세지를 정리하고 있다./윤동주 기자 doso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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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급증에 탈이 난 것 같다."


최근 이태원 참사 희생자 명단 공개 논란에 대해 민주당 관계자는 한마디로 이렇게 촌평했다.

한 인터넷매체는 얼마전 이태원 참사 희생자 명단을 공개했다. 희생자들이 ‘158’(명)이라는 숫자로만 추상화됐다면서, 익명 속에서 이태원 참사 파장을 축소하려는 것이 재난을 정치화한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러나 이같은 명단공개는 예상 밖 역풍을 몰고 왔다. 민주당 지도부 내에서도 수차례 희생자 명단 공개를 강조해왔던 터라 예상됐던 수순이긴 했지만, 문제는 ‘유족 동의 여부’와 ‘시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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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매체는 중상자 중 숨지는 이들이 계속 늘고 있다면서 선취합된 155명만 이름을 공개했다. 명단이 공개된 14일 기준, 희생자는 158명이다. 오히려 이들이 성급하게 명단을 공개함으로써 나머지 희생자들은 여전히 ‘그늘 속’에서 추모되도록 방치하게 된 꼴이다. 유족의 동의 없이 이뤄진 일방적인 명단 공개는 곧바로 여론의 질타를 받았다. 결국 ‘유족 측 의사에 따라’ 희생자 명단 중 10여명의 이름은 삭제하는 촌극마저 벌어졌다.


지하철 2호선에서 19세 외주업체 직원이 혼자 작업하다가 사망한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고, 신당역 역무원 스토킹 사건 등에서도 우리는 희생자의 이름을 알아서 애도하고 추모하진 않았다. 섣부른 명단공개가 ‘정쟁’을 일으킨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태원 참사는 분명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지켜야 할 의무가 있는 국가가 제 역할이 충실히 하지 않아 일어난 사고다. 정부 책임론에서 결코 벗어날 수는 없다. 하지만 유족들의 슬픔이 가시기도 전에 제3자가 자의적인 판단에 명단을 공개하는 것은 이와 다른 문제다. 동의 없는 일방통행은 또다른 이름의 폭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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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지도부 내에서 희생자 명단공개를 강조했던 민주당도 이번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는 처지가 됐다. ‘민주연구원 부원장이 문진석 의원에게 보낸 문자로부터 시작됐고, 이후 특정 매체에 의해 공개됐다(이원욱 의원)’는 자성의 목소리가 먼저 나올 때다.


오주연 기자 moon170@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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