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숲100세 힐링센터' 가보니

길성현씨(90)가 '생명숲100세 힐링센터'에서 인지재활 프로그램 훈련을 받고 있다./사진=변선진 기자

길성현씨(90)가 '생명숲100세 힐링센터'에서 인지재활 프로그램 훈련을 받고 있다./사진=변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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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변선진 기자] "이 정도면 내겐 식은 죽 먹기지!"


지난 25일 오후 3시께 찾은 경기도 동두천시노인복지관 '생명숲100세 힐링센터'. 센터 최고령인 길성현씨(90)가 태블릿PC로 단어의 글자를 기억한 뒤 실물 그림을 찾는 게임을 하고 있었다. 첫 게임에 나온 글자는 '무'·'오이'·'·당근' 세 단어. 길씨는 이들 단어를 기억하기 쉽게 외쳤다. 7~8초 뒤 15개가 넘는 여러 사물들 그림 사이에서 ·오이·당근을 각각 찾아내야 했는데, 길씨는 3초 만에 임무를 수행했다. 비슷한 형식의 10개 문제를 푼 후 모두 맞춰 점수는 100점. 길씨는 "무료로 치매 예방을 할 수 있다고 찾았는데 스트레스 해소에도 제격"이라며 "집에서 혼자 있는 것보다 10배는 더 즐겁다"고 했다. 옆에서 지켜보던 김선옥 선임 사회복지사는 “독거노인 사이에서도 고령이지만 어려운 기억 문제를 곧 잘 해낼 정도로 아직 정정하시다"고 말했다.

독거노인들의 치매 예방 놀이터 된 '생명숲100세 힐링센터'

생명보험재단이 운영하는 ‘생명숲100세 힐링센터’가 독거노인들의 치매 예방을 위한 놀이터가 되고 있다. 같은 그림 찾기·끝말잇기·기억하고 없애기 등 12개의 태블릿PC기반 인지재활 프로그램으로 어르신들의 단기 기억력을 이끌어내는 것이다. 국립중앙의료원 중앙치매센터에 따르면 2015년 62만5259명이던 65세 이상 치매 환자 수는 작년 92만4870명으로 47.9% 증가했다. 지난 4월 처음으로 65세 인구 900만 시대에 진입한 뒤 치매 환자는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돼 양질의 치매 예방 서비스 제공이 중요해지고 있다.


동두천시노인복지관 측은 "생명숲100세 힐링센터 어르신 36명의 인지재활 프로그램 사전·사후 검사 결과, 4월 넷째 주 평균 점수 64점에서 6월 넷째 주 73.9점으로 개선된 흐름을 보였다”고 밝혔다. 김 사회복지사는 "6개월 정도면 어르신들이 기억 게임을 완전히 습득하는 경향을 보였다"며 "새로운 기억 게임을 요청할 정도로 호응도도 높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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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숲100세 힐링센터는 이곳을 포함해 전국에 17곳이 있는데, 인지재활 프로그램 이외에도 요리교실·정리수납·음악교실·실버태권도·몸펴기운동 등 정서적·신체적 활동으로 사회적 고립감을 막는 프로그램도 진행되고 있다. 장재문 동두천시노인복지관 과장은 "사회적 고립감은 노년기 중증 치매로 이어질 수 있다"면서 "동년배들과 요리하고 즐기면서 사회생활을 이어나가고 자연스레 치매도 예방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4월 최호진 한양대 구리병원 신경과 교수 등이 대한치매학회지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코로나19 이후 신체 활동이 줄어든 치매 환자군은 증상이 66.7% 악화했는데, 이는 신체 활동을 이전과 같이 유지한 치매 환자군(42.3%)보다 24.4%포인트 더 높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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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로 이어지는 '사회적 고립감'…동년배들과 함께 극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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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르신들은 "여기서 우울·불안 등 사회적 고립감을 잊을 수 있었다"고 입을 모았다. 홍국현씨(86)는 "기억하고 없애기 게임을 처음엔 잘 하지 못했는데, 이제는 정답을 다 맞힐 정도"라며 "센터에 오는 날만 손꼽아 기다린다. 동년배들과 함께 있는 것 자체만으로 큰 위안이 된다"고 했다. 고영구씨(81)는 "11개월 전에 평생의 반려자가 세상을 떠나 잘못된 생각을 할 정도로 우울증을 심각하게 앓았다"면서 "센터에서 나와 같은 처지에 있는 독신자들이 서로 위로해줘 극복했다"고 알렸다.


변선진 기자 s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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