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액셀러레이터 '스파크랩' 허정주 팀장
"창업자의 경험·리더십이 투자 판단 근거"
"끈기 갖고 실행하는 진취적인 창업자가 성공"

"기업소개서 1년에 수천개"…스타트업 심사역이 들려주는 일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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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객관적으로 냉철하게, 보수적인 눈으로 투자금을 집행하게 되는 것 같아요. 앞으로 몇 년간은 정말 좋은 기업이 아니면 생존하기 힘든 시기가 올 겁니다."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AC, 창업기획자) 스파크랩의 허정주 팀장(30)은 초기기업에 대한 투자를 검토하는 심사역으로 일한 지 6년째다. 그는 "최근 투자 시장에 풀려 있는 현금 자체가 얼어붙었다"고 말했다. 지인 소개부터 이메일까지 다양한 통로로 투자 유치를 원하는 기업들이 보내온 회사 소개서가 접수된다. 그렇게 받은 소개서만 1년에 수천개씩 쌓일 정도다. 투자검토를 할 때는 사업 모델보다 해당 기업 대표가 지닌 면모를 더 많이 본다고 한다. 예비창업자들에겐 "이론과 실전은 다르다"며 "창업 생각이 있다면 무엇이든 시작해보고 부딪혀봐야 한다"고 제언했다.

2012년에 설립된 스파크랩은 초기 단계에 있는 스타트업들이 성장할 수 있도록 초기 투자 자금과 각종 자원을 제공하고,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자체 운용 펀드와 모태펀드 출자 사업인 '기술기업 첫걸음펀드'를 운영 중이며, 2015년부터 팁스(TIPS) 운영사로 선정돼 7년간 총 43개 기업의 팁스 선정을 이끌었다.


다음은 허 심사역과의 일문일답.

-투자심사역으로 일하게 된 계기는.

▲학생 때 벤처 분야를 공부한 건 아니다. 미국 존스홉킨스대학교에서 국제관계학을 공부했고, 이후 한국외국어대학교에서 통번역대학원에 진학했다. 프리랜서 통·번역사로 활동하던 중 스타트업 행사 통역을 맡게 됐는데 그때 벤처캐피탈(VC)에 대해 처음 알게 됐다. 2017년 중국계 벤처캐피탈(VC)인 IDG 캐피탈 한국지사의 심사역으로 입사했다. 그러다 초기투자에 매력을 느끼게 되면서 2019년 스파크랩에 합류하게 됐다.


-초기투자에 관심을 갖게 된 이유는.

▲업력이 길고 어느 정도 체계가 잡힌 회사는 숫자에 기반해 투자 여부를 판단한다. 재무적 뒷받침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보면 된다. 반면 7년 미만의 초기 창업기업은 사업이 다양한 방향으로 진행될 수 있고, 기업이 지닌 잠재력도 무궁무진하다. 심사역이 자율성을 갖고 활동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투자심사역은 무슨 일을 하나.

▲투자심사역이라는 직업에 대해 막연하게 느껴질 수 있는데, 업무는 크게 3가지로 나뉜다. 가장 중요한 업무는 투자할 만한 기업을 발굴하고, 투자검토를 하는 일이다. 이미 투자한 회사에 대해서 사후 관리를 하는 일도 빼놓을 수 없다. 마지막으로, 출자를 할 수 있는 LP(Limited Partner, 펀드출자자)들과 지속적으로 소통하고 펀드를 조성하는 업무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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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검토 업무에 관해 이야기해달라.

▲직접 기업을 찾아 나설 때도 있고, 회사 소개서를 전달받을 때도 있다. 지인 소개 등 다양한 통로로 받아보는 회사 소개서만 1년에 수천개다. 매력을 느낀 회사와 대면 미팅을 진행하는데, 하루에 대여섯곳을 연이어 만날 때도 있다. 어떤 회사인지 파악하고 투자를 해도 될지 여부를 결정하는 심사 업무가 기업당 짧게는 한두 달, 길게는 1년까지 이어진다.


-여성 심사역으로 일하는 건 어떤가.

▲금융권에 걸쳐있다 보니 남성 비율이 높은 건 사실이다. 하지만 최근 실무자급에선 여성들이 많이 유입되고 있다. 초기투자 쪽은 여성 심사역이 가져갈 수 있는 독자적인 영역이 있다. 예를 들어 속옷, 생리용품 등은 남자들은 착용해볼 수 없으니까(웃음) 남성 심사역들로부터 '공동으로 검토해보자'는 제안이 들어오기도 한다.


-하나의 펀드는 어떻게 운용되는가.

▲주요 목적이 정해져 있지 않고 다양한 기업에 투자하는 펀드가 있는가 하면, 주목적이 정해져 있고 절반 정도를 특정 분야에 집행하는 펀드도 있다. 한 펀드의 수명은 평균 8년 정도다. 절반은 투자 기간이고, 나머지 절반은 투자금을 회수하는 기간으로 보면 된다. 국내 벤처 생태계가 약 10년 전 시점부터 활성화됐기 때문에 요새 만기가 도래하는 펀드가 많은 편이다.


-최근 경기침체로 투자 시장에 찬바람이 불고 있다.

▲그렇다. 투자 시장에 풀려 있는 현금 자체가 얼어붙었다. 시장에 현금이 많다면 펀드 조성이 활발해지고, 투자를 집행할 '총알'도 풍족하기 때문에 많은 기업에 너그럽게 투자를 집행할 수 있다. 지난해가 그랬다. 시장에 돈이 많아서 기업 가치에 있어 인플레이션이 있었던 게 사실이다. 지금은 보다 객관적으로 냉철하게, 보수적인 눈으로 집행하게 되는 것 같다. 앞으로 몇 년간은 정말 좋은 기업이 아니면 생존하기 힘든 시기가 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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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 검토할 때 주안점을 두는 부분은.

▲오랜 기간 사업을 영위해온 회사라면 매출, 영업이익과 같은 숫자가 증명해줄 것이다. 그러나 초기 창업기업의 경우 단순히 매출지표로 회사를 판단하기는 불가능하다. 아무래도 그 회사의 대표가 지닌 면모를 많이 볼 수밖에 없다. 비즈니스 모델은 시장에 적합하지 않으면 피벗(pivot, 방향 전환)을 해서 바꿔나갈 수 있지만, 대표는 바꿀 수 없기 때문이다. 시장에서 나름의 경쟁력을 가진 대표라고 판단됐을 때 투자에 나선다.


-대표가 지닌 어떤 측면을 유심히 보는지.

▲지식이 많거나 똑똑한 것보다는 시장을 얼마나 이해하고 경험해봤는지를 중점으로 본다. 시장을 책으로 공부한 사람과 실제 경험을 통해 부딪쳐 본 사람은 다를 수밖에 없다. 대표의 리더십과 신뢰감도 많이 따지는 편이다. 창업 초기에는 대표 혼자서 기업을 리드할 수 있으나 회사가 성장할수록 자신의 매력을 활용해 인재들을 영입하고 그들과 지속해서 함께 갈 수 있어야 한다.


-투자 유치를 원하는 기업에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첫 미팅에 투자가 성사되지 않았다고 해서 포기하기보단 적극적으로 노력하는 의지를 보여줬으면 한다. 투자 검토는 적어도 1~3개월 소요되기 때문에 대표의 실행력을 중점적으로 본다. 다소 부족한 부분에 대해서 논리정연하게 입장 설명을 하거나, 최대한 개선할 수 있는 방법을 보여주면 좋을 것 같다.


-예비창업자에게 조언해준다면

▲이론과 실전은 다르기 때문에 창업 생각이 있다면 무엇이든 시작해보고 부딪혀봐야 한다. 하루가 다르게 세상이 변하고 있어서 최대한 빠르게 도전을 하고 시작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빠른 테스트와 실행력으로 가설 검증을 하고 변화를 해나가 적절한 비즈니스 모델을 찾는 게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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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의 목표와 계획을 말해달라.

▲업계에 들어온 지 이제 6년이고 아직 배우고 발전해나갈 부분이 많다. 초반엔 소규모 시드 투자를 하던 스파크랩도 이제는 투자 규모를 점차 키워가고 있다. 그만큼 투자한 기업들이 성장하는 모습을 보며 함께 성장하고, 후속 투자도 진행하고 싶다. 지속해서 펀드 규모를 키워나가면서 더 오랫동안 포트폴리오 사와 함께 하는 심사역이자 회사가 되길 바란다.


김보경 기자 bkly47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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