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혹 살인범들 잇따른 항소…가중 선고 가능성에도 판결에 불복
심신 미약·피해자와 합의 등으로 감형 목적
전문가 "항소심은 피고인 입장에서만 유리"
[아시아경제 유병돈 기자] 올해 2월 서울 양천구 목동 자택에서 부모와 형 등 가족 3명을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모씨(31)가 1심에서 징역 35년형을 선고받은 것에 불복해 17일 법원에 항소장을 제출했다. 서울남부지법 형사14부(부장판사 김동현)는 지난 13일 김씨의 선고공판을 진행하고 징역 35년형과 함께 10년간의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을 명령한 바 있다. 재판부는 "온전한 정신 상태가 아니었기 때문에 결과에 대한 100% 책임을 묻기는 어렵다"며 "심신미약으로 인한 감경을 법적으로 해야 한다"고 선처했다.
당초 검찰은 김씨에 대해 사형을 구형했는데, 재판부가 검찰 구형에 대한 의견을 묻자 김씨는 "사형인가. 알겠다"며 담담하게 답변했다. 재판 내내 당당한 모습을 보이면서 죄책감이나 반성의 기미를 보이지 않았던 김씨지만, 정작 1심에서 중형이 내려지자 양형이 무겁다는 이유로 항소장을 제출한 셈이다.
이보다 앞서 서울 강서구 등촌동에서 이사 비용을 마련하려 같은 아파트 이웃 여성을 살해한 혐의로 기소된 40대 남성 박모씨도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한 것으로 확인됐다. 박씨는 기초생활급여를 받으며 생활하다 모친이 사망한 뒤 서울 강서구 등촌동의 아파트에서 나가야 할 상황에 처하자 이사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평소 모친과 알고 지내던 이웃 A씨를 살해한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재판 과정에서 박씨는 "피해자가 집에 들어왔을 때 피고인은 몸을 숨겼는데, 살인 의도가 있었다면 굳이 피할 이유가 없었다"면서 "피고인은 피해자가 다시 나가길 바랐는데, 그러지 못하면서 안타까운 상황이 발생했다"고 우발적인 범행임을 지속적으로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피고인은 평소 이모라고 부르던 피해자를 살해했다는 점에서 이 사건 범행은 엄히 처벌할 수밖에 없다"면서 징역 27년형을 선고했고, 박씨는 1심 선고 이틀 만에 항소장을 제출했다.
필로폰을 투약한 상태에서 생면부지의 사람을 도로 경계석(연석)으로 폭행해 숨지게 하고 금품을 빼앗은 중국 국적 남성 최모씨(42)도 1심에서 징역 35년형을 선고받은 뒤 항소했다. 재판 내내 심신 미약을 주장했지만, 앞서 언급한 김씨와는 달리 재판부가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중형을 선고받은 데 따른 조치였다.
이처럼 살인 등 잔혹한 범죄를 일으킨 피고인들이 1심 선고에 불복해 항소하는 사례가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대부분은 최씨의 사례처럼 2심에서 심신 미약 여부 등을 다시 다투거나 피해자들과 합의를 거쳐 감형을 받는 데 목적이 있다.
그러나 항소심으로 간다고 해서 모두 감경을 받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 이별을 통보한 여자친구를 참혹하게 살해한 혐의로 1심에서 징역 23년을 선고받았던 조현진(28)의 경우 항소심에서는 징역 30년형으로 형량이 가중되기도 했다. 당시 항소심 재판부는 "원심의 형이 너무 가볍다"면서 원심을 파기하고 가중처벌을 제외한 유기징역 중 최고형을 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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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상훈 우석대 경찰학과 교수는 "항소심을 진행할 경우 대부분 감형이 되거나 형이 유지되는 수준에 그치고 있고, 형량이 가중되는 경우는 열에 하나가 될까 말까 한 수준"이라며 "피고인 입장에서는 항소심을 진행해서 손해를 볼 것이 없는 현재 우리나라 사법 체계에 대해 진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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