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러소노믹스’ 40일 만에 무너지나 … 英 총리, 사임 요구 직면
대규모 감세 정책 역효과로 파운드화 가치 급격히 하락
여야, 총리 교체 한목소리 … “쫓겨나거나, 물러나거나”
[아시아경제 김성욱 기자] 리즈 트러스 영국 총리가 취임 40일 만에 사임 요구에 직면했다. 선거 구호로 내건 감세정책이 영국 사회를 혼란으로 밀어 넣으면서 그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16일(이하 현지시간) 가디언 등에 따르면 영국 보수당 내 중진 의원들은 다음날 회동을 열어 트러스 총리의 실정에 대한 수습책을 논의할 예정이다. 영국 정치권 일각에서는 회동 이후 총리가 교체되는 수순만 남았다는 예측도 있다. 보수당 고위 관계자는 가디언에 "트러스 총리는 지금 출국장에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저항하다 쫓겨날 것인지, 스스로 물러날 것인지만 남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제1야당인 노동당에서도 '내각 불신임' 카드를 내밀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키어 스타머 노동당 대표는 최근 영국 정부의 감세 정책 발표 및 철회를 두고 "몇 주에 걸친 기괴한 혼돈"이라고 못 박았다. 또 그는 2024년 예정된 총선을 앞당겨야 한다는 입장을 피력하고 있다. 여야를 막론하고 트러스 정부의 책임을 요구하는 것이다. 이를 두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트러스는 기록적으로 빨리 좀비가 됐다"고 평했다.
이 같은 반응은 '트러소노믹스'의 종말과 연관돼 있다. 트러스 총리는 지난달 23일 430억파운드(약 69조원) 규모의 대규모 감세안을 내놓았다. 이를 통해 영국 경제를 살리겠다는 구상이었으나, 되려 파운드화 가치가 급격히 하락하는 결과를 낳았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달 27일 영국의 감세 정책을 두고 "인플레이션 시기에 대규모로 무차별적인 감세안을 내놓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중앙은행 통화정책은 긴축 기조로, 정부 재정정책은 확장으로 방향이 엇갈리는 것 또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보수당 내에서도 혼란이 커졌다. 지난 14일 트러스 총리는 정치적 동지였던 쿼지 콰탱 재무장관을 사퇴시켰다. 아울러 지난 경선에서 자신의 경쟁자인 리시 수낙 전 재무장관을 지지했던 제레미 헌트를 신임 재무장관으로 임명하는 결정을 내렸다.
재무장관 교체로 승부수를 낸 셈이지만 혼란은 가중됐다. 헌트 장관은 "트러스 총리의 결정엔 '실수들'이 있었다"며 "세금은 일부 인상될 것이고, 정부 지출은 삭감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감세가 핵심인 트러스 총리의 경제정책인 '트러소노믹스'를 전면으로 뒤집고, 이번달 31일 새로운 예산안을 발표한다는 계획이다.
더 타임스 등에 따르면 보수당의 한 고위 의원은 "트러스 총리는 헌트 장관을 내보낼 수가 없게 됐다"면서 "모든 걸 바꿔버려도 막을 수가 없고, 그렇게 하지 않으면 시장을 안정시킬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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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15일 로이터통신과 인터뷰에서 트러스 총리의 감세 정책에 대해 "그것이 실수라고 생각한 것은 나뿐만이 아니다"라며 문제의식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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