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고공행진에 '농기계'는 웃고 있다

대동 상반기 매출 28.2% 늘어…올해 1조4000억원 전망
TYM도 올해 처음으로 매출액 1조원 돌파 예상
원·달러 환율 1400원대…수출 비중 높은 농기계 환율 수혜

[아시아경제 곽민재 기자] 원·달러 환율이 1400원대를 웃돌며 우리 경제에 엄청난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지만, 농기계 기업들의 실적은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농기계 기업들은 원자재의 국내 조달 비중이 높은 반면 북미 등지의 수출이 연간 매출액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등 수출 비중이 높다. 더욱이 코로나19 확산 이후 북미 시장 점유율이 급성장하면서 환율 수혜를 톡톡히 보고 있다.

국내 농기계 제조 1위 기업 대동은 지난해 매출액 1조1798억원(연결기준)을 기록하며 회사의 70여년 역사상 처음으로 매출 1조원을 넘어섰다. 2019년 매출 8344억원, 2020년 8958억원을 기록한 것을 고려하면 코로나19 이후 오히려 실적 증가세가 두드러진 것이다. 올해 실적 증가세도 눈에 띈다. 대동은 북미 등 해외 각지에 트랙터 등을 활발히 수출하면서 올 상반기 매출 8142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28.2% 증가한 것으로 이 같은 추세대로라면 올해 연간 매출액은 1조4000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통상 수출 비중이 높은 업종은 환율 상승의 수혜주로 꼽힌다. 원화 가치가 떨어진 만큼 해외 현지에서 가격 경쟁력이 생기면서 매출이 증가하는 효과를 누리기 때문이다. 대동 관계자는 "목표 매출액과 영업이익 등 사업계획을 세울 때 기준환율을 보수적으로 잡는데 현재 환율은 이 수치를 상회한다"며 "최근의 실적과 관련해 환율 효과가 적지 않은 만큼 목표한 매출액을 초과 달성할 확률이 커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동의 지난해 수출 비중은 전체의 65% 정도인데 수출지역 중 북미지역이 차지하는 비중은 80%나 된다. 트랙터와 다목적 운반차 등을 주력으로 북미 시장에서는 20~60마력대 중소형 트랙터를 가장 많이 판다.

대동과 함께 국내 농기계 '빅2'로 꼽히는 TYM 역시 수출 호조와 환율 효과에 힘입어 사상 처음으로 올해 매출액 1조원을 돌파할 전망이다. TYM 매출은 2020년 7133억원, 지난해 8415억원을 기록했고, 올해는 상반기에만 6907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TYM은 트랙터, 콤바인, 이앙기 등 농업용기계 부문이 전체 매출 비율의 97% 이상을 차지하는 회사로 전체 매출액의 52%가량을 북미 시장에서 올리고 있다.

환율과 함께 코로나19도 농기계 시장에는 기회로 작용했다. 코로나로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면서 선진국에서는 취미로 농장을 가꾸는 ‘하비파머’ 인구가 늘었고, 이는 중소형 트랙터 수요를 견인했다. 북미에서 100마력 이하 트랙터 시장은 10% 이상씩 성장했고 이를 기회 삼아 공격적인 마케팅을 벌인 대동의 경우 트랙터 및 운반차 소매판매량을 지난해 2만2000대로 전년 대비 32% 확대하는 성과를 거뒀다.

곽민재 기자 mjkwak@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