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crypto asset)의 증권(securities)성’은 전 세계 금융당국과 가상자산 사업자, 투자자들에게 뜨거운 화두(話頭)다.
가상자산의 증권성은 미국의 ‘증권거래위원회(SEC) vs 리플(XRP)’ 소송이 관건이다.
리플은 리플랩스라는 회사가 개발한 국제송금용 코인이다. 한때 시가총액이 50조 원에 달하여 비트코인 다음을 차지하기도 했다. 60여개 국가가 리플을 거래 시스템에 도입했고, 미국 13개 은행에서도 사용할 수 있다.
2018년 리플 가격 폭락으로 손실을 본 투자자들이 손해배상금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SEC는 2020년 12월 “리플이 7년간 개인투자자에게 미등록증권인 리플을 판매하고 13억 달러의 이익을 취했다”며 리플과 공동창업자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해 현재 진행 중이다.
전 세계 금융당국은 왜 이 소송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을까.
미국 등 주요 가상자산 관련 국가들은 가상자산의 증권성을 규율하는 별도 법령을 입법하지 않았다. 대신 기존 금융 관련 법령에 가상자산을 포섭해 규제하는 방식으로 가상자산 투자자를 보호해 오고 있다.
따라서“리플이 증권인지 여부”를 결정하는 이 소송의 결과는 가상자산 시장과 당국의 규제 기준과 방향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이 소송에서 SEC가 승소하면 리플랩스의 판매수익 수조 원을 몰수하는 것은 물론 가상자산 규제는 전례 없이 강화될 것이다.
이 소송에서 리플의 증권성 여부를 판단하는 잣대는 ‘하위 기준(Howye Test)’이다. 어떤 거래가 투자계약증권인지 판단하기 위해 SEC가 적용하는 기준이다. 우리 자본시장법상 ‘투자계약증권’ 개념도 이 기준에서 가져왔다.
1946년 미국 연방대법원에서 ‘① 돈을 투자했나 ② 기업에 투자했나 ③ 투자자 자신 아닌 제3자의 노력으로 이익이 생겼느냐 ④ 이익을 볼 거라는 기대를 품고 투자했나’ 의 네 가지 기준으로 증권성을 판단하는 법리를 확립했다.
그러나 그 기준의 해석이 결코 쉽지 않다. 현재 리플 소송은 증거개시(discovery) 단계로 판결선고 시점과 소송 결과 모두 예측이 어렵다. 그러나 우리 금융당국은 이 소송 결과와 그에 따른 미국의 규제 방향을 참고할 가능성이 크다.
최근 전 세계적인 거시경제 지표의 악화와 가상자산 시장의 침체에도 불구하고 가상자산 시장은 다양한 형태로 발전하고 있다.
이미 구글페이와 애플페이를 이용해 가상자산 구매가 가능하고, 비자, 마스터카드, 페이팔은 가상자산 결제서비스를 시작하였다. 네이버, 카카오, 위메이드 등 국내 다수 기업들도 코인 발행이나 블록체인 플랫폼 사업에 뛰어들고 있다. 2021년 말 국내에 등록된 29개 암호화폐 사업자들 시가총액은 55.2조원으로, 실제 거래에 참여하는 이용자 수도 558만명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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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자산 시장을 건전하게 발전시키면서 선의의 투자자들을 보호하는 방법은 뭘까. 어떻게 해야 탈중앙화(decentralization)의 장막 뒤에서 영향력을 행사하고 이익을 얻는 자들에 대한 법적 책임을 명확히 할 수 있을까. 이 어려운 숙제를 풀 수 있는 해법을 SEC vs XRP의 판결에서 찾을 수 있다. 소송 결과가 무척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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