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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침없던 구리 값 급락세…경기 침체의 신호탄?

최종수정 2022.05.13 11:18 기사입력 2022.05.13 11:18

현물가격 지난달 이후 12% 내려…경기흐름 예측 지표
中 코로나 봉쇄 단기적 영향 커…저가 매수 기회 의견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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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민지 기자] 한 달 전까지만 해도 거침없이 오르던 구리 가격이 연중 최저치로 떨어졌다. 이에 따라 세계 경기가 움츠러들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구리의 경우 원유나 금과 같은 다른 원자재보다 정치적 영향이 덜하고 자동차, 건설 등 제조업 전반에 사용돼 경기 흐름을 예측할 수 있는 지표로 사용되기 때문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지금 당장 세계 경기가 불황에 빠지진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오히려 구리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조언했다.


◆ 구리 값 하락…2분기도 경기 반등 어려울 것= 13일 런던거래소(LME) 따르면 구리 현물 가격은 전 거래일 대비 3.72% 하락해 톤당 9018.50달러에로 거래를 끝냈다. 종가 기준 올해 들어 최저 수준. 그간 구리 값의 흐름을 보면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전염병 대유행)으로 크게 고꾸라진 이후 경기 활성화 기대감에 힘입어 강한 상승세를 보였다. 올 들어 지난 3월 말까지 상승률은 7%에 육박했다. 그러나 지난달 이후 12%가량 하락하면서 상승분을 모조리 반납했다.

제조업 전반에 사용되는 다른 비철금속들도 비슷한 흐름을 보였다. 알루미늄, 구리, 아연을 중심으로 6개(납, 니켈, 주석) 비철금속 선물 가격 지수화해 LME에서 산출하는 비철금속지수(LMEX)의 추이를 보면 지난달 1일부터 11일(현지시간)까지 지수는 5209.60에서 4474.50으로 약 14% 하락했다.


구리와 같은 비철금속의 하락 전환은 중국의 봉쇄 조치 영향이 컸다. 구리는 전기 자동차와 전기 제품에 필수적으로 사용되는 원자재로 최대 소비처는 중국이다. 코로나19 이후 경기 회복세와 중국 정부의 경제 부양 기대감이 구리 가격 상승을 부추겼지만, 예상과 다른 중국 정부의 행동이 구리 값을 끌어내렸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고(高)물가를 잡기 위해 22년 만에 기준금리를 한 번에 0.5%포인트 인상하는 ‘빅스텝’에 나서면서 경기침체 우려를 자극한 것도 부정적이었다. 구리는 달러와 역의 상관관계로, 빅스텝으로 달러 가치가 오르면 분모의 숫자가 커져 원자재 가치는 낮아진다. 김소현 대신증권 연구원은 "긴축정책이 강화되면 유동성 축소와 금리 상승으로 투자자금을 회수하려는 움직임이 강화될 수밖에 없다"며 "재고 보유에 따른 기회비용이 증가해 재고 현물 수요가 감소했고 선물 매수 포지션의 청산 압력도 높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구리 가격 하락이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 강해지면서 경기가 급속도로 나빠질 것이란 목소리도 높아진다. 일례로 지난 2008년 금융위기 때로 돌아가보면 구리가격 폭락은 금융위기의 전조 증상이었다. 당시 구리 선물가격은 2008년 6월부터 2008년 12월31일까지 61% 넘게 폭락했는데, 이 기간 미국 주택시장의 붕괴로 ‘리먼 브라더스’를 비롯해 주요 금융 기업들이 파산했고 이는 결국 미국발 글로벌 금융위기 방아쇠를 당기는 격이 됐다. 이듬해 미국의 1분기 GDP(국내총생산) 경제성장률은 -6.1%를 기록했고, 중국은 2008년 1분기 12%대의 성장률에서 2009년 1분기엔 6%대로 추락했다.


이미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은 중국의 2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4% 미만(1분기 4.8%)을 기록해 세계 경제의 발목을 잡을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주식시장도 부정적인 경기 흐름을 반영해 끝없는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나스닥지수의 추이를 보면 지난 4월부터 이달 10일까지 21% 넘게 급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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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리 값 단기 하락…매수 기회로 활용해야= 다만 증권 전문가들은 구리를 비롯한 원자재 가격 하락을 조정 국면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경기 확장 종료를 논하기엔 아직 이르다는 의미다.


가장 먼저 주목해볼 만한 점은 중국을 중심으로 한 하반기 경기부양 모멘텀이다. 중국 정부는 지난 정치국 회의에서 경제성장률 5.5% 달성을 위해 강력한 경기 부양책을 예고했다. 일부 외신 매체에 따르면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이 내년 미국을 앞서는 경제 성장률을 달성하도록 지시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대규모 인프라 투자로 글로벌 경기 회복에 동력을 제공할 것으로 전망된다. 황병진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의 도시 봉쇄는 단기 우려지만 장기적으로 중국의 강력한 경기 부양 의지는 1만달러를 하회한 구리 가격을 끌어올릴 것이기 때문에 투자 비중을 확대하는 것이 적합할 것"이라고 말했다.


과거 중국의 대규모 투자가 구리 가격에 반영돼 경기 부양을 끌어낸 사례도 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바닥까지 떨어졌던 구리 선물가격은 2009년 1월부터 2009년 12월까지 138%나 급등했다. 이 같은 상승세를 끌어낸 것은 4조위안 규모로 진행된 중국의 인프라 투자였다. 중국이 금융위기로 반토막 난 성장률을 끌어올리기 위해 자금을 투입하자 구리 가격이 반응한 것이다. 실제로 이듬해 중국의 GDP 성장률은 12%대로 상승해 전년동기(6%)대비 큰 폭의 오름세를 보였다.


경기 확장을 지지하는 또 다른 근거는 최대 소비처인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선진국의 탄탄한 소비 여력이다. Fed가 6월과 7월에도 빅스텝에 나설 것임을 시사하고 있지만, 극단적으로 전개되지 않는 한 미국 소비자의 구매력이 감소해 경제가 무너지는 상황이 나타나지는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김진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과거 긴축 시기와 달리 기업과 소비자들의 현금 유동성이 매우 풍부해졌으며 높아진 물가와 금리에도 소비가 둔화되고 있다는 징후가 감지되지 않고 있다"며 "미국의 주택 시황도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어 주택 가격의 하락 전환 가능성도 작다"고 분석했다.


한화투자증권 리서치센터도 "세계 경제는 아직 침체를 우려할 시기가 아니다"며 "코로나19 이전 대비 초과 저축 상황은 선진국 소비를 뒷받침하고 있고 낮아진 재고 부담은 투자와 고용 위축 가능성을 낮추기 때문에 중국의 경기 반등을 고려하면 하반기 경기 확장 기조를 보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민지 기자 mi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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