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서울시가 2040 도시기본계획을 발표했다. 앞으로 20년간 수도 서울의 모습을 바꾸게 될 최상위 지침이다.핵심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자동차보다는 사람 중심 ‘걷는 도시’에 대한 내용이다. 지상철도 구간을 지하화해서 단절된 이웃을 복원하고, 도시 각처에 있는 60여개 하천을 중심으로 개발하며, 걸어서 30분 이내에서 생활이 이루어지게 한다는 보행 일상권 구상 등이 ‘걷는 도시’로 향하고 있다. 다른 하나는 중심지 밀도를 높이고 주거를 허용하는 계획이다. 뉴어바니즘의 선구자라고 할 수 있는 미국 저널리스트 제인 제이콥스는 도시 경쟁력의 핵심으로 밀도를 꼽았다. 인재와 각종 자원이 모여 새로운 창발을 이루는 곳이 도시인데 분산과 탈집중을 강조하다 보니 도시의 장점이 흐려지고 고유의 공동체가 해체되어 여러 문제를 만들어냈다는 주장이다. 새 계획안은 세계 대부분 도시가 채택하고 있는 사람 중심 도시공간으로 전환한다는 측면에서 매우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하다.
시장의 반응 또한 긍정적이다. 특이한 것은 시장이 주목하는 것은 6개 큰 항목이나 그것이 향하는 방향이 아니라는 점이다. 작은 세부 항목 중 하나인 아파트 층수 제한 해제에 환호한다. 각종 전문가들이 해설하며 재개발·재건축의 활성화를 예언한다. 과연 그간 층수 제한이 아파트 공급을 가로막아왔던 것일까? 초고층 아파트가 서울을 구할 수 있을까?
우선 용적률을 올리지 않고 층수만 올리는 것은 사업성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고층건물은 외려 공사비를 급격하게 올릴 뿐이다. 둘째 높이 올리니 건물을 홀쭉하게 배치할 수 있어 녹지를 많이 확보할 수 있고 통경축을 만들 수 있다고 한다. 이 또한 현실과 다르다. 서울은 뉴욕이나 두바이와 다르다. 평지에 바둑판 모양의 정확한 도로망으로 계획된 도시와는 조건이 매우 다르다. 뉴욕이나 시카고 거리의 끝단은 강이나 호수를 향해 열려있지만, 서울은 구릉과 산지가 많고 도로도 굽거나 좁아서 통경, 즉 경치가 통하는 통로를 만들기에 적합하지 않다. 한강변 아파트가 초고층으로 지어지면 강을 따라 50층 높이의 답답한 장벽이 들어서게 되는 이유다.
셋째로 초고층 주거시설은 미국식 교외 단독주택단지를 수직으로 세운 성격과 효과를 갖는다. 이 때문에 필연적으로 자동차가 중심이 된다. 출근하거나 학교에 가거나 심지어는 장을 보기 위해서도 자동차로 움직여야 해서 이미 서구 여러 도시에서 고층 아파트의 부정적 측면과 폐해가 드러난 바 있다. 개인은 고층과 자동차에 고립되어 동네 상권은 무너지고 공동체가 해체되어 범죄율이 치솟게 된 것이다. 건물 대신 들어선 녹지에 일반 시민이 접근하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더구나 담장을 둘러치고 단지형으로 지어지는 서울의 현실은 고립과 불통을 강화한다.
여러 위원회를 통과해야 하고 공공기여 등으로 당장에 초고층 아파트가 우후죽순으로 실현될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다만 미래 서울에 대한 비전과 시장에 대한 혼란스러운 신호가 될 우려가 있다. 무엇보다 초고층 아파트 허용은 계획안의 다른 중요하고 긍정적 의제들과 충돌한다. 계획안 전체가 가리키는 사람 우선, 보행 도시, 그로부터 공동체를 회복하려는 소박하면서도 야심찬 계획은 퇴색하고 공허해진다. 도시계획은 선한 의도에도 결과가 다르게 나오기도 하며, 그 결과를 검증하는 데 수십 년의 시간이 걸리기도 하고 한 번 지으면 회복이 불가능하다. 지속가능한 삶의 터전이자 미래 세대에 유산으로 물려줄 공간을 만드는 일이다. 신중하기 바란다.
꼭 봐야 할 주요 뉴스
"돈 있어도 아무나 못 누린다"…진짜 '상위 0.1%'...
이경훈 국민대 건축학 교수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