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가뭄 빈번해지는데
조류 영향 연구는 부족
"폭염이 조류 생존·번식에 영향 가능성"

편집자주지금 먹으면 하나, 기다리면 두 개. 아이들의 선택을 지켜본 마시멜로 실험을 기억하시나요? 단순한 연구는 때로 삶을 보는 방식을 바꿉니다. 실험 데이터로 우리의 일상을 새롭게 읽어봅니다.

5월인데도 한낮 기온이 30도를 넘나들기 시작했습니다. 서울 낮 최고기온이 31도까지 오르면서 거리에서는 벌써 반소매 차림이 눈에 띄고, 양산을 펼치거나 그늘에 잠시 발걸음을 멈추는 사람들도 늘었습니다. 이제 막 초여름 들어섰는데도 때 이른 더위에 다가올 여름이 무섭기도 합니다.


사람은 더우면 에어컨이 있는 카페로 들어가 잠시 숨을 돌릴 수도 있고, 차가운 물 한 병으로 열기를 식힐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야생의 동·식물들은 다릅니다. 달아오른 아스팔트도, 뜨거워진 공기도 온몸으로 견뎌야 합니다. 특히 대부분 낮 동안 활동하는 새들은 내리쬐는 햇볕 아래에서 몸을 식힐 공간조차 마땅치 않습니다.

아시아경제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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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 폭염' 잦아지는데…조류 연구는 여전히 부족

과학자들은 폭염 속 새들의 생존을 둘러싼 경고를 내놨습니다. 극단적 폭염은 이미 새들에게 큰 위협이 되고 있지만, 정작 과학계는 그 피해를 제대로 측정할 지식과 방법을 충분히 갖추지 못했다는 겁니다.


스웨덴 룬드대 연구진은 최근 극심한 더위가 조류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연구에서 이같은 지식 공백을 지적했습니다. 연구진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폭염과 가뭄이 동시에 나타나는 극단적 기상 현상은 더 잦아지고, 강도 역시 강해지고 있습니다.

문제는 새들이 이런 변화에 잘 적응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라는 점입니다. 연구진은 세계 여러 지역에서 발생한 폭염이 조류의 집단 폐사로 이어지거나, 새들의 신체 상태를 장기간 악화시킨 사례가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단순히 더운 날씨를 견디는 수준이 아니라 생존과 번식, 개체군 유지까지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연구를 주도한 안드레아스 노르드 룬드대 생물학 연구원은 "포유류와 달리 새는 땅굴을 파거나 지하 공간으로 숨을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대부분의 새는 낮에 활동하는 데다, 고온을 피할 만한 공간도 제한적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연구진은 여기서 더 중요한 문제를 짚었습니다. 새들이 무더위에 취약하다는 사실은 알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방식으로 폭염의 영향을 받는지는 거의 모른다는 것입니다. 어떤 생리적·행동적 메커니즘이 열 스트레스를 줄이는 데 가장 중요한지, 그 기능이 종마다 어떻게 다른지에 대한 연구가 부족하다고 봤습니다.


기존 연구의 지역적 한계도 지적됐습니다. 지금까지의 조류 폭염 연구는 대부분 남반구와 사막 지역에서 이뤄졌습니다. 반면 유럽, 특히 북부 유럽처럼 비교적 서늘한 지역의 새들이 극단적 폭염과 지구온난화에 얼마나 견딜 수 있는지는 거의 알려져 있지 않습니다.


프랑스 파리 에펠탑.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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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유럽의 여름은 계속 뜨거워지고 있습니다. 지난해에는 스페인 남부 무르시아 기온이 48도까지 치솟는 등 유럽 전역에 '살인 폭염'이 덮치며 인명 피해도 잇따랐습니다. 영국 임페리얼 칼리지 런던과 런던 위생열대의학대학원의 과학자들이 실시한 연구에 따르면 지난해 6월23일부터 7월2일까지 10일간 스페인 바르셀로나·마드리드, 영국 런던, 이탈리아 밀라노를 포함한 12개 도시에서 약 2300명이 열 관련 원인으로 사망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번 연구는 또 습도에 대해 주목했습니다. 연구진은 습도가 새들의 열 내성, 즉 더위를 견디는 능력에 큰 영향을 미치지만 기존 연구에서는 거의 간과돼 왔다고 밝혔습니다. 같은 기온이라도 건조한 더위와 습한 더위는 몸에 주는 부담이 다릅니다. 새들에게도 이 차이가 생존을 가르는 변수가 될 수 있다는 겁니다.


나이, 수명, 건강 상태도 중요한 요인으로 꼽혔습니다. 어린 개체와 늙은 개체, 건강한 새와 이미 체력이 떨어진 새가 같은 폭염을 똑같이 견디지는 못합니다. 연구진은 이런 차이를 반영해야 실제 자연환경에서 폭염 피해를 더 정확히 예측할 수 있다고 봤습니다.

인간은 대비하지만…야생은 그대로 노출

이번 연구에서 연구진은 어떤 새가, 어떤 환경에서, 언제 과열로 고통받거나 죽음에 이를 수 있는지 계산하고 예측할 수 있는 이론적 모델을 제시했습니다. 또 폭염 피해를 분석하는 데 활용할 수 있는 '민감도 지표'도 제안했습니다.


올여름도 무더위가 예상된다고 합니다. 정부는 폭염 대비 노동자 건강보호 대책을 마련했는데, 여름철 체감온도 38도를 넘어 폭염중대경보가 발령되면 긴급작업 외 옥외작업 중지를 강력히 권고하기로 했습니다. 점점 더 강해지는 폭염 앞에서 인간을 위한 대응 체계는 구체화되는 모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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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동·식물에 대한 대응은 아직 걸음마 단계에 가깝습니다. 우리는 아직 더위가 동·식물에게 어떤 방식으로 작동하는지 충분히 알지 못합니다. 동·식물이 보내는 위험신호를 알아가는 것부터가 기후위기 대응의 시작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윤슬기 기자 seul9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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