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한-EU FTA' 협상 놓고 갈등
외교부, 尹정부 실세 기대 통상 쟁탈 '파워게임' 벌여

이번엔 통상 기능 놓고 충돌…여한구·윤성덕의 '15년 질긴 인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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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세종=권해영 기자] 차기 정부의 '통상정책 주무부처' 자리를 놓고 산업통상자원부와 외교부가 신경전을 펼치는 가운데 여한구 산업부 통상교섭본부장과 윤성덕 외교부 경제외교조정관의 15년 질긴 악연이 관가에서 화제다. 윤 조정관은 최근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지난 2013년 산업부에 빼앗긴 통상 기능을 되찾아야 한다는 외교부 논리를 대외적으로 설파하며 최전방에서 뛰고 있는 인물이다.


18일 관가에 따르면 여 본부장과 윤 조정관은 지난 2008년 한국-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에 함께 참여하면서 세부 협상 내용을 놓고 이견을 노출, 곳곳에서 충돌했다.

당시 윤 조정관은 주무부처인 외교통상부(현 외교부) FTA 협상 총괄과장(2007년 5월~2008년 12월)을 맡아 한-EU FTA 협상을 주도했다. 부처 간 이견을 조율하는 등 범부처 실무 총괄 역할 담당이었다. 여 본부장은 당시 지식경제부(현 산업부) FTA 팀장을 맡아 협상에 참여했다.


전직 외교부 공무원은 "여 본부장이 당시 지경부 논리를 강하게 주장하면서 협상장에서 윤 조정관과의 갈등이 매우 컸다"며 "그 때부터 둘의 관계가 굉장히 불편해진 걸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다른 정부 관계자는 "가뜩이나 둘의 사이가 좋지 않은 걸로 널리 알려져 있는데 이번엔 통상 기능을 놓고 또 다시 충돌하는 모습"이라며 "참 질긴 악연"이라고 했다.

고시 기수로는 윤 조정관이 선배지만 승진은 여 본부장이 빠르다. 윤 조정관은 1989년 23회 외무고시에 합격해 1992년 36회 행정고시에 합격한 여 본부장 보다 3년 먼저 공직에 입문했다. 그러나 직급은 여 본부장이 지난해 8월 내부적으로는 차관, 대외적으로는 장관급인 통상교섭본부장에 임명돼 1급(고위공무원단 가급·실장급)인 윤 조정관 보다 높다.


윤 조정관은 윤희숙 전 국민의힘 의원의 오빠이기도 하다. 윤 전 의원은 윤석열 제20대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해 정치에 입문하며 처음 만난 정치인으로 새 정부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을 걸로 예상된다. 외교통상부 2차관을 지낸 김성한 제20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외교·안보 분과 간사는 통상 기능의 외교부 이관을 주장하고 있다. 윤 당선인과는 초등 동창 사이다.


이 같은 이유로 일각에선 향후 정부 조직개편 논의가 윤 당선인 측과 직간접적으로 탄탄한 인맥을 갖춘 외교부에 우호적으로 흘러갈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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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관가 안팎에선 정권 교체기마다 반복되는 통상 쟁탈전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무역으로 먹고 사는 나라가 '정권 실세'의 입김을 바탕으로 특정 부처에 통상정책 기능을 뗐다 붙였다 해선 안된다는 지적이다. 통상 업무는 1948년부터 전통적으로 산업부가 주도해 왔는데, DJ(김대중) 정부 때인 1998년 외교부로 이관됐다가 2013년 다시 산업부로 옮겼다.


세종=권해영 기자 rogueh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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