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텔' 녹음 부스에서 작업중인 김태균.

'스토리텔' 녹음 부스에서 작업중인 김태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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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서믿음 기자] 명실상부 대한민국 대표 개그맨이자 라디오DJ인 김태균. 그는 올해로 16년째 라디오 DJ로 활약하고 있다. 청취율 1위 ‘두시 탈출 컬투쇼’다. 착하다는 소리를 많이 들었고, 실제로 착실했다. 16년간 단 한 번도 라디오에 지각을 한 적이 없다. 글을 읽고 쓰는 걸 좋아해서 군 시절 글쓰기에 매진해 에세이를 출간하며 작가 대열에 올랐다. 태교 일기로 ‘태교가 즐겁다’를 출간해 베스트셀러 작가 반열에 오르기도 했다. 그리고 이젠 남의 이야기가 아닌 자신의 이야기로 ‘이제 그냥 즐기려고요’를 펴냈다. 지난 10일 김태균의 아지트 ’빅바 랩‘에서 그와 마주했다.

김태균의 작업실인 '빅바 스튜디오', 이 공간에서 책 '이제 그냥 즐기려고요'가 탄생했다.

김태균의 작업실인 '빅바 스튜디오', 이 공간에서 책 '이제 그냥 즐기려고요'가 탄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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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는 남들이 모르는 강박에 시달렸던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그는 인생이란 프로그램에 DJ가 되어 허투루 살아가면 안 된다는 강박에 몰렸다. 늘 쫓기듯 무언가를 했고, 가만히 있는 순간조차 생각에 쫓겼다. “인정욕구의 기준이 타인”이었고 늘 부침에 허덕였다. 어릴 적 자전거를 훔쳤던 기억, 여관에서 머물렀던 이야기를 치부로 생각했고 늘 사람에게 “벽을 치고” 다녔다. “그런 삶을 들춰내지 못하는 강박”에 시달렸고, 이상하게 “작은 지적도 예민”하게 받아들였다. 적절히 분출했으면 다행이련만, 문제는 너무 “착했다”는 사실이다. 혼자 끙끙 앓았다.

'빅바 스튜디오' 한쪽에 마련된 애장품 코너, 어머니와 함께 찍은 사진이 인쇄된 쿠션이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빅바 스튜디오' 한쪽에 마련된 애장품 코너, 어머니와 함께 찍은 사진이 인쇄된 쿠션이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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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강박에서 탈출하게 된 건 10년 전 어머니의 죽음이 계기가 됐다. 일찍이 아버지를 여의고 아버지 역할까지 다하셨던 어머니의 부재는 많은 변화를 몰고 왔다. 소중하다는 말에 다 닮기 어려운 존재의 상실에 한동안 허탈감에 빠졌는데, 어느 순간 “내가 하고 싶은 걸 하고 살자”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들은 생각보다 내게 관심이 없다”는 생각도. 그랬더니 방송이 재미있어졌다. 그는 “사실 방송을 즐긴 건 8년 전부터”라고 고백했다.


부담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호기심 가득 안고 찾아온 방청객들의 기대는 육중했고, 방송을 듣고 누군가가 생사를 다시 생각하는 상황에는 숙연해졌다. “그 무게를 처음부터 알았다면 DJ를 시작하지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매일 조금씩 녹아든 일상이 지금의 삶을 이뤄냈다. 성실하게 인생과 마주한 결과였다.

지금도 강박에서 완전히 자유하다고 말하긴 어렵지만, “탈출하고 있는 중”이다. ‘가만 있으면 되는데 자꾸만 뭘 그렇게 할라 그래’가 가사의 전부인 가수 장기하의 노래(‘가만 있으면 되는데 자꾸만 뭘 그렇게 할라 그래’)처럼 그렇게 살고 있다고 했다.


글쓰기는 가만있는 방법 중 하나였다. 책을 집필하면서 처음에는 자신과의 직면이 수월하지 않았다. 원고를 보냈더니 출판사 사장님은 “글이 너무 좋은데 조금 더 깊이 있는 자신의 얘기를 해달라”고 요청했다. 뼛속까지 내려가서 쓰라는 말인데, 그게 너무 어려웠다. 집필을 포기할까 생각할 정도로... 하지만 결국은 해냈고, 지나고 보니 “그때 글이 많이 좋아졌다.” 책 첫 챕터에 실린 ‘여관 탈출’. ‘자전거 도둑’ 등의 이야기가 그렇게 탄생했다.

독자 반응이 뜨겁다 보니 최근에는 오디오북 서비스 업체 ‘스토리텔’에서 오디오북을 내놓았다. 꽤 긴 분량이었으나 부침은 없었다. 3일 동안 매일 2시간씩 6시간 만에 녹음을 끝마쳤다. 녹음 비하인드 스토리나 어려운 점은 없었냐는 질문에 김태균은 장난스런 미소를 지으며 “몇 번의 NG 외에는 별다른 점이 없었다”며 “워낙 잘 하니까요”라며 웃어보였다.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시기를 보내고 있다는 김태균. 이번 책 집필을 통해 자기와의 대화가 충분히 이뤄졌고, 삶의 많은 부분이 정리됐다. 그렇다면 컬투쇼와 같은 나이(만 16년)인 아들과 관계는 어떠할까.


프로게이머인 아들은 사춘기가 올 뻔 했으나 무사히 지나가면서 지금은 그야말로 화목한 가정을 이루었다. 여기에도 책 ‘이제 그냥 즐기려고요’가 일조했다. “아들은 책을 통해 아버지를 많이 이해하게 됐다”고 했다. 그때부터 대화가 통하기 시작했다. 말로 하기 어려우면 글로 쓰라고 했더니 “구구절절 처절한 장문의 글”로 자기고백을 하기도 했다. 그렇게 가족은 하나가 됐고, 그 어느 때보다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편하지만 무례하게 느껴지지 않게 선을 잘 지키면서” 컬투쇼를 이끌고 있는 그는 더 이상 바랄 게 없다고 했다. “행복의 기준은 자신의 필요를 인지하고 그 양을 채우는 것”이라고 하면서 자신은 이미 넘치는 행운을 얻었다고 감사했다. 책에서는 55세까지 일하고 그만 일하고 싶다고 했지만, 그건 자신이 결정할 일이 아니라고 했다. “청취자가 원하는 최후의 순간까지 최선을 다하고 싶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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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 하고 싶은 걸 나열했다. “글 쓰는 재미에 빠진 만큼 계속 집필 활동을 하고 싶다.”, “올해는 뮤지컬도 하고 싶다.”, “최근에 혼자 하는 스탠딩 콘서트 ‘혼서트’를 했었는데 그것도 계속 하고 싶다.”, “유튜브 방송 김태균TV 더 활성화 시키고 싶다. 아내가 택배를 많이 시키는데 그걸 몰래 언박싱하는 콘텐츠를 해볼까한다.” 분명 앞에서 ‘가만 있으면 되는데 자꾸만 뭘 그렇게 할라 그래’에서 깊은 감명을 받았다고 했는데... 이 사람 가만있지 못하는 사람이다. 그러면서 말한다. “내가 할 수 있는 한계를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 주제파악이 중요하다.(웃음).”


서믿음 기자 fait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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