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가을 나는 잘 아는 후배 기자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당시 법무부 장관으로 지명된 조국 서울대 교수에 대한 세평을 부탁하는 전화였다. 나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제자였다. 법대 재학시절 조국 전 법무부 장관으로부터 형법총론을 제외한 형법 전과목을 수강했다. 그의 수업은 정말 인기 있는 수업이었고, 타과에서 온 청강생까지 더해져 수업은 늘 만원이었다. 그를 정말 좋아했던 나는 후배 기자에게 “워낙 원칙론적인 분이니 청문회도 문제가 없을 것이고, 법무부 장관으로서 법과 원칙을 잘 지켜낼 것” 이라는 요지의 인터뷰를 했다. 하지만 통화를 끊고 곧바로 후배 기자에게 전화를 걸어 기사에서 내 인터뷰 내용을 삭제해 달라고 요청했다. 지금도 내가 그때 왜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왠지 그래야만 할 것 같았다.
그리고 모두가 아는 그 일, 이른바 ‘조국 사태’가 있었다. 그 일 이후 참 많은 사람의 삶이 달라졌다. 2022년 3월10일 새벽 대통령에 당선된 검찰총장 출신 윤석열 당선인도 그 일 이후 삶이 크게 바뀌었으리라 생각한다. 선거법 개정, 위성정당, 180석, 주택임대차보험법 개정 등이 숨 가쁘게 이어졌다. 집값에 이어 전월세값까지 폭등했다. 그때쯤 나는 처음으로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시작했다. 아마 그보다 1년 전 SNS를 시작했다면 나의 SNS 친구들의 정치 성향은 지금과 크게 다른 분들로 가득했을 것이 분명하다.
사건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현직 서울특별시장의 자살, 피해호소인 사태, LH 사태, 대장동 사태, 방역패스, 백신 피해사망자와 자영업자의 고통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끝없이 이어졌다. TV를 켜면 분명 지성으로 가득 찬 전문가들이 패널로 나와서 민생경제와 공정 그리고 정의와 인권을 논하는데 어떻게 된 일인지 국민의 삶은 점점 어려워져만 갔다. 그 과정에서 나는 참 많은 사람의 또 다른 모습을 보았고, 지금도 보고 있다.
너무도 작은 격차의 패배지만, 6월 항쟁에 비견되던 촛불집회 이후 고작 5년 만에 여당의 자리에서 물러나야 하는 현 집권당엔 그 이상의 충격으로 다가올 것이라 생각한다. 그래도 민주당은 아직 완전히 망했다고 볼 수 없다. 국회에서 절대다수인 180석의 의석을 여전히 가지고 있고, 대통령 선거에서도 고작 0.7% 차이로 석패할 만큼의 지지율도 남아있다.
지난 5년의 시간들에 대한 통렬한 반성과 성찰을 기반으로 기득권들이 살피지 못하는 사회적 경제적 약자를 위한 정당으로 거듭난다면 보수가 넘어낸 탄핵의 강보다는 좁아 보이는 시련의 강을 수월히 넘어갈 수 있을지 모른다. 이제 탄핵의 강을 넘어 새로이 출발하는 국민의힘 앞에도 그 어느때보다 넓은 분열과 갈등의 강이 놓여져 있다. 부동산과 저출산부터 시작해 무수히 산적한 문제들을 풀어나가며, 지역갈등을 넘어 세대와 성별갈등으로 확장된 국민분열을 해소하고 통합해 나가야 한다. 다행히 당선인은 첫 기자회견에서 “위대한 국민과 함께 통합과 번영의 나라”를 만들어 나가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단순히 한 정치세력이 아닌 우리 국민 모두의 앞에 놓인 이 넓은 고통의 강을 함께 넘어설 수 있는 새정부가 되길 진심으로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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