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초대석] "한국의 '페이팔' 찾아왔다…이젠 해외 스타트업과 경쟁하자"
실리콘밸리 투자 신화 '플러그앤드플레이(Plug&Play)
작년 12월 서울에 37번째 법인 설립
올해 최대 15곳, 평균 2억원씩 투자 계획
결과 좋으면 한국법인 자체펀드 조성
글로벌 매출 가능한 스타트업 만들터
[아시아경제 황윤주 기자] "한국의 ‘페이팔’에 시드 투자하기 위해 한국에 왔습니다. 첫 투자였던 페이팔의 수익률은 30배, 드롭박스는 1000배, 나스닥 상장을 준비 중인 ‘피스컬노트’를 포함해 지금까지 1600개의 스타트업에 투자했고, 성공률(기업가치 1000억원 이상으로 성장)은 10%입니다. 유니콘 기업만 29개에 달해요."
지난 8일 오후 서울 성동구 성수동에서 만난 데이비드 김 플러그앤드플레이(Plug&Play) 한국법인 대표이사가 아시아경제와 만나 먼저 한 말이다. 한국에서는 아직 낯선 ‘플러그앤드플레이’는 미국 벤처 액셀러레이터다. 실리콘밸리에서 투자 신화를 새로 쓴 액셀러레이터로 유명하다. 미국 언론은 플러그앤드플레이 본사를 ‘실리콘밸리에서 가장 운 좋은 건물’(the luckiest building)이라고 부르다. 플러그앤드플레이가 지난해 12월 서울에 37번째 법인을 설립했다. 이 소식에 스타트업 업계와 대기업이 먼저 들썩였다. 미국 유학 출신 창업자들은 ‘찍히면 뜬다’고 반겼다. 삼성전자, LG전자 등 주요 기업은 파트너십을 체결했고, 포스코는 본사 테크센터로 사람을 파견했다.
-한국에 법인을 설립한 계기가 있나.
△최근 몇 년 사이 국내 스타트업이 해외에 진출하는 경우가 많이 생겼다. 플러그앤드플레이 본사를 비롯해 일본 법인, 싱가포르 법인에서 투자 받는 사례가 있어 한국 스타트업에 관심이 높아졌다. 사이드 아미디 대표이사가 2019년 방한했을 때 국내 스타트업 엑셀러레이터 데모데이에 참석한 것이 결정적이었다. 수준 높은 스타트업이 예상보다 많았다. 또 국내 대기업들의 오픈 이노베이션 니즈가 많아졌다. 대기업들이 성장 동력을 스타트업과 함께 발굴하고 싶어한다. 마침 서울시도 벤처 생태계 조성을 위한 투자 의지가 강했다. 그렇게 2020년 서울시와 파트너십을 맺었다. 그러나 당시 박원순 전 시장이 갑자기 돌아가셨고, 코로나19로 인해 법인 출범이 늦어졌다.
-투자 이야기가 궁금하다. 투자 성공률은 얼마나 되나.
△지금까지 1600개 스타트업에 투자했다. 매년 200~250개 기업에 투자한다. 성공률은 10%로, 시드 투자 성공률 치고 높다. 유니콘 기업도 29개나 나왔다. 펀드를 조성하지 않고 아미디 대표가 직접 투자한다. 첫 번째 투자가 로지텍이었다. 구글은 출자기관(LP)을 통해 투자를 했다.
투자 성공률이 높은 이유가 있다. 투자 방식이 일반 엑셀러레이터와 다르다. 우선 공유오피스 사옥을 만들어 투자할 스타트업들에 사무실을 임대해준다. 두 번째는 스타트업 네트워크킹을 도와준다. 창업자 간 모임을 주선하고, 사모펀드, 기업형밴처회사(CVC), 벤처캐피털에 선보이는 행사를 정기적으로 마련하고 있다. 유니콘 기업 창업자 등 멘토와 만남도 정기적으로 진행한다. 그래서 우리가 투자한 스타트업들은 후속 투자 비율도 높다.
-올해 한국에서의 투자 계획이 궁금하다.
△최소 5개에서 15개 스타트업에 투자할 예정이다. 투자는 실리콘밸리 본사에서 직접 진행한다. 국내 스타트업이 해외에 진출하려면 해외 자본이 들어와야 한다. 좋은 결과가 나오면 한국 법인 자체 펀드를 조성할 계획이다. 국내 스타트업 투자를 확대해 해외 진출시키는 게 목적이다.
-스타트업 투자 규모가 평균적으로 얼마나 되나.
△한화로 약 5000만원에서 5억원 정도다. 기업당 평균적으로 1억5000만원 또는 2억원이다. 우리는 시드 투자자다. 상장을 앞둔 스타트업은 투자 대상이 아니다. 그래서 투자 규모가 작다.
-스타트업 대부분이 반짝 성공하고 사라진다. 무엇이 문제인가.
△창업자가 어떤 방향성을 갖고 경영할지 답을 찾지 못해서다. 메타버스(확장가상세계, 모빌리티 등 유망한 분야의 스타트업이 기업공개(IPO) 후 기업가치가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 창업자 대부분이 상장(엑시트)에만 모든 것을 쏟아붓기 때문이다. 상장 후 성장동력을 찾는 게 쉽지 않다. 상장한 스타트업 중 거품이 있다고 본다. 살아남으려면 전통적인 대기업과 협업을 통해 사업성을 강화하고, 새로운 고객 풀을 만들고, 해외로 진출해야 한다. 이건 스타트업 혼자 하기 힘들다. 스타트업이 도약하기 위해 필요한 지원을 시기적절하게 하는 것이 액셀러레이터의 역할이다. 한국 스타트업 생태계도 바꾸고 싶다.
-한국 스타트업 생태계를 바꾸고 싶은 이유가 있나. 국내 벤처캐피털 업계가 글로벌 투자사에 못 미치는 이유가 있나.
△최근 스타트업 기업에 투자금이 몰리고 있다. 투자자도 기관, 정부에서 개인으로 다양해졌다. 그래서 좀비 스타트업도 많다. 특히 정부는 스타트업 초기에 패키지로 지원하는데, 이를 노리고 악용하는 경우도 있다. 성장 동력에 자금을 사용하지 않고 다른 곳에 돈을 쓰는 식이다. 스타트업 옥석 가리기가 급선무다.
또 한국 벤처캐피털 업계 특유의 투자 문화와 방식도 조금 다른 것 같다. 큰 투자자가 들어가면 다른 투자사도 같이 들어오는 경우가 많다. 품앗이 투자도 있는 것 같다. 학벌 좋고 네트워크 강한 스타트업 대표가 투자를 잘 받고 엑시트까지 성공한다. 실제로 보면 실속 없는 경우가 있다.
엑셀러레이팅할 때 국내 스타트업끼리 경쟁시키는 문화도 바꾸고 싶다. 플러그앤드플레이는 국내와 해외 스타트업을 함께 경쟁시킨다. 해외 시장에서도 통하는 것이 중요하다. 유니콘 기업인 쿠팡이 미국 상장에 성공했지만 매출 대부분을 한국에서 올리고 있다. 글로벌 매출이 가능한 스타트업을 찾아야 한다. 반대로 해외 스타트업과 소통하고 그들을 국내 투자자에 소개할 때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 한국 엑셀러레이터는 이런 면이 약하다.
- 플러그 앤 플레이는 현재 삼성, LG전자, 한진그룹, 등 주요 기업과 파트너십을 체결했는데 실제 대기업과 스타트업 사이에서 어떤 역할을 하나?
△대기업과 스타트업을 연결해줌으로서 기업의 오픈 이노베이션을 도와주고 있다. 산업은행, 정부부처가 개최하는 데모데이와 다른 점이 있다. 유망한 스타트업을 선별하는데 그치지 않고 대기업과 스타트업이 협력하기 위한 전반적인 과정을 컨설팅한다. 최근 많이 언급되는 '애자일' 조직이 대표적이다. 대기업이 3개월 길면 6개월 동안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 필요한 스타트업을 연결해준 뒤 스타트업과의 협업, M&A, 전략적 투자 등 방향을 잡아준다. 무엇보다 우리는 글로벌 네트워크가 탄탄해 대기업에 전 세계 스타트업을, 전 세계 스타트업에 국내 대기업을 투자자로 소개해줄 수 있다. 플러그앤드플레이와 대기업이 공동으로 유망한 스타트업에 투자하기도 한다.
꼭 봐야 할 주요 뉴스
"검은 월요일에 줍줍 하세요"…59만전자·400만닉...
(대담=전필수 증권부장, 정리=황윤주 기자)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