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여성 결집이 '초박빙 대선' 만들었나…국힘도 "전략 돌아봐야"
제20대 대선, 0.7%포인트 차이 '초접전'
일각선 '이대녀' 결집 주 원인으로 지목
진중권 "20대 여성 대거 빠져나갔다"
국힘 내부서도 반성 목소리
"젊은 여성 소외감·배타적 감정 인식해야"
[아시아경제 임주형 기자] 제20대 대통령 선거에서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 '초박빙 승부'를 펼친 원인은 20대 여성의 결집인 게 아니냐는 시각이 나오고 있다. 이른바 '이대남(20대 남성 유권자)'에 집중해 온 국민의힘의 선거 전략이 여성층 유권자들의 반발을 불러온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개표가 완료된 10일 윤 당선인은 전체 유효득표의 48.6%인 1639만표를 얻었다. 이 후보는 1614만표를 얻어, 윤 당선인은 단 0.7%포인트 차이로 이 후보를 꺾고 대선에 승리했다.
윤 당선인과 이 후보의 표차는 단 24만7077표로, 지난 1987년 대통령 직선제 도입 이후 가장 적은 수준이다. 이전 최소 표차 기록은 제15대 대선 당시 김대중 새정치국민회의 후보가 39만557표로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를 이긴 때였다. 그만큼 이번 대선은 그 어느 때보다도 더욱 첨예한 갈등이 벌어졌다는 뜻이다.
일각에서는 선거 막판에 젊은 여성이 이 후보로 집결한 게 초접전의 원인일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전날 공개된 지상파 방송 3사(KBS·MBC·SBS) 공동 출구조사를 보면, 20대는 성별에 따른 지지율이 판이하게 엇갈리는 것으로 확인됐다.
윤 당선인의 20대 남성 득표율은 58.7%, 20대 여성은 33.8%로 집계된 반면, 이 후보는 20대 남성에서 36.3%, 20대 여성에서 58.0%를 기록했다. 결과적으로 20대 전체 득표율은 윤 당선인이 45.5%, 이 후보가 47.8%로 이 후보가 근소하게 앞섰다.
이와 관련,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9일 SBS 개표방송에 참여한 자리에서 "저는 (초접전 대선을) 예상하지 못했다. 방송에서 4.5%포인트 정도 차이로 (윤 당선인의 우세를) 예상했는데, 딱 까보니 0.6~0.7%포인트라 놀랐다"라고 말했다.
이어 "단일화 과정이 아름답지 못했고, 20대 여성들이 대거 빠져나갔다. 세계 여성의 날에 여성가족부 폐지와 성평등 예산을 빼서 사드(THAAD·고고도방어체계)를 사자고 하는 것은 현실적 공포로 다가왔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젊은 층 여성 유권자들은 이 후보를 지지하는 심정보다는, 윤 당선인과 국민의힘에 대한 반감이 더 컸다며 입을 모았다.
20대 여성 직장인 A씨는 "원래 이번 대선에서 민주당을 찍을 생각은 전혀 없었다. 공직자 성폭행 논란이 불거진 정당이 다 민주당이었는데 어떻게 뽑나"라면서도 "여성가족부 폐지를 공약으로 삼는 윤석열 후보와 국민의힘을 보면서, 윤 후보만큼은 절대로 대통령이 돼선 안 되겠다는 마음이 들더라"라고 토로했다.
정의당 지지자였지만, 이번에는 민주당에 '전략적 투표'를 했다는 20대 B씨는 "친구들 중에도 윤석열은 절대 안 된다는 의견이 많았다. 이재명 후보와 민주당을 지지하지는 않지만 이번에는 국민의힘을 막아야 한다는 심정으로 뽑아준 것"이라며 "그 정도로 국민의힘에 등을 돌린 여성 유권자가 많다는 뜻이다"라고 꼬집었다.
이번 대선에서 윤 당선인은 일부 여성계·시민단체 등으로부터 '반(反)여성적'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여성가족부 폐지 공약을 내거는가 하면, 국민의힘 대선 주자였던 지난해 8월에는 "페미니즘이 정치적으로 악용돼서 남녀 간 건전한 교제도 정서적으로 막는다는 얘기도 있다"라고 말해 논란이 불거졌다.
또 지난 2일 대선 TV 토론회에서는 '윤 후보가 생각하는 페미니즘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받자 "휴머니즘의 하나"라고 답해 다른 후보들로부터 비판을 받기도 했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이번 선거 전략을 재고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김재원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10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젊은 여성들, 20~30대 초반의 여성들에게 소프트하게 접근하는 노력이 부족하지 않았는가 그런 생각이 들었고, 이것은 선거 전략 과정에서도 한번 돌이켜봐야 될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라고 시인했다.
여성가족부 폐지 공약 재검토 가능성에 대해서도 "많은 논의가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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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당 윤희석 대변인은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과 인터뷰에서 "결과적으로 이대남, 이대녀라는 젠더 갈등 측면에서 이것을 더 도드라지게 했던 부분이 있었다고 인정을 해야 한다"라며 "저희의 본뜻은 그게 아니었음에도 결과적으로 젊은 여성이 가졌을 만한 어떤 소외감이라든지, 어떤 배타적인 감정에 대해 앞으로 배려해야 한다고 인식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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