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성기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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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2월 10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서는 민주당 이상헌 의원이 대표발의한 게임법 전부개정안 공청회가 개최되었다. 게임법 전부개정안은 게임산업 관련 다양한 내용을 포함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번 공청회에서는 확률형 아이템 확률 공개 법제화에 대한 논의가 주로 이루어졌다.


현재 국내 유통되는 다수의 게임이 수익모델로 채택하고 있는 확률형 아이템은, 보통 유상으로 랜덤박스를 구매할 기회를 제공하고, 정해진 확률에 따라 확정적으로 특정 아이템을 획득하는 방식이다. PC 온라인게임 위주에서 모바일 게임으로 플랫폼이 옮겨가면서, 확률형 아이템은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사업자들도 주로 사용하는 주력 수익모델이 되었다.

확률형 아이템 모델에서는 원칙적으로 특정 아이템의 획득 확률을 공개하고, 이를 바탕으로 소비자들이 구입 여부를 결정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이는 소비자로서의 게임이용자의 권리에 해당한다. 그런데, 현재는 이미 자율규제의 형태로 국내 게임은 대부분 확률을 공개하고 있고, 또한 확률을 허위로 표시할 경우, 표시광고법 등 관련 법령에 의해, 공정거래위원회에 의해 과징금 처분 등의 제재를 받을 수 있기 때문에, 법제화에 큰 실익이 없는 것도 사실이다.


이러한 점을 의식한 것일까? 이번 공청회에서는 게임법 전부개정안에서도 근거 규정의 존재 여부가 불확실하고, 실행가능성도 없는 ‘모든 게임에 대한 확률형 아이템 전수조사가 필요하다’는 등 기존보다 더 강력한 의견이 제시되었다. 확률의 공개와 그 확률의 검증은 전혀 다른 차원의 이야기인데도, 이를 같은 것으로 이해하는 것으로 보인다.

더 나아가 확률형 아이템을 채용한 게임의 개수를 고려할 때 ‘전수조사’는 불가능에 가깝다는 점에 대한 인식이 없을 뿐만 아니라, 세부적으로 확률을 어떻게 검증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도 없어 보인다.


게임물관리위원회가 발간한 ‘2021 게임물 등급심의 및 사후관리 연감’에 따르면, 2020년 한해 등급분류를 받은 게임은 총 984,834건이다. 물론 모든 게임이 확률형 아이템을 수익모델로 채택하고 있지는 않겠지만, 현재의 게임시장에서 주된 수익모델임을 감안할 때, 확률형 아이템의 채택 여부를 일일이 확인하고 확률을 검증까지 하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보아야 한다.


또한, 확률을 어떻게 검증할 것인가도 문제가 된다. 확률형 아이템이 확률대로 제공되는지는 실제 시행과 결과를 확인해야 한다. 그런데 하나의 게임에서 하루에도 확률형 아이템이 수십만 건 이상 구매가 이루어질 수 있기 때문에, 그 기록을 일일이 확인하여 확률대로 획득되는지 확인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또한 새로운 아이템이 등장하고 기존 아이템이 판매 중지되는 등 게임이용자의 니즈에 맞춰 확률형 아이템이 수시로 변화하는데, 이를 모두 검증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반대로 게임사업자는 자체적으로 이러한 확률 관련 정보를 제공하기도 하는데, 이에 대해 게임이용자의 신뢰도가 낮은 문제가 있다. 이를 극복하고 게임이용자가 게임사업자 제공 정보를 신뢰할 수 있게 하는 게 궁극적으로 게임이용자의 권리를 실질적으로 구현하는 방법이 될 것이다.


이러한 차원에서 자율규제는 의미가 있다. 정부가 나서서 법적으로 이를 모두 해결하려고 하는 것보다, 게임사업자가 자체적으로 대안을 마련하고, 중립적인 자율규제기구가 이를 감시하며, 때로는 기존의 표시광고법 등을 매개로 정부와 협력해 게임이용자에게 올바른 정보를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실상 불가능한 강제적인 확률 검증보다 자율적인 확률 공개와 이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게 하는 것이 결국 규제가 지향하는 목표를 효과적으로 달성할 수 있는 방법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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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성기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이관주 기자 leekj5@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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