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시스템의 실패"…'인종차별 항의 시위대' 2명 사살한 美 10대, 무죄 논란
인종차별 항의 시위대에 총격을 가해 2명을 살해한 등의 혐의로 기소된 카일 리튼하우스가 19일 무죄 평결을 받자 눈을 감은 채 울먹이고 있다. [이미지출처=AP연합뉴스]
[아시아경제 황수미 기자] 미국에서 인종차별 항의 시위대에 총을 쏴 2명을 숨지게 한 10대 청소년이 무죄 평결을 받았다. 이를 두고 비판론과 옹호론이 동시에 거세지는 가운데 당시 사건의 경위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20일(현지 시각)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전날 미 위스콘신주 커노샤 카운티 법원의 배심원단은 2건의 살인과 1건의 살인미수 등 모두 5가지 혐의로 기소된 카일 리튼하우스(18)에게 모든 혐의에 대한 무죄 평결을 내렸다.
12명으로 구성된 배심원단은 사흘 연속 이어진 심리와 이후 26시간의 논의를 거쳐 리튼하우스의 무죄를 결정했다.
이 사건은 지난해 8월 커노샤 카운티에서 흑인 남성 제이컵 블레이크가 경찰의 과잉진압 총격으로 중상을 입자 이를 계기로 항의 시위가 일어났을 때 발생했다.
당시 17세였던 리튼하우스는 지인을 통해 불법으로 구매한 AR-15 소총을 들고 시위가 벌어지고 있던 거리로 나섰다. 이후 그는 시위 참가자 2명에게 소총을 쏴 사망케 하고, 1명을 다치게 했다.
리튼하우스는 사건 발생 이틀 후 어머니와 함께 경찰에 출두해 자수했다. 그는 자신의 행위가 신변의 위협을 느낀 상황에서 정당방위였다고 주장했다.
리튼하우스는 "약탈과 방화로 시위가 격해지던 상황에서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 활동하던 중 시위자들이 자신을 때리며 총을 빼앗으려 하기에 어쩔 수 없이 총을 발사했다"고 했다.
반면 검찰은 그가 목표물을 뚫을 수 있도록 특수 제작한 ‘풀 메탈 재킷’ 탄환 30발을 총에 장착하고 있었다는 점, 총격사건 뒤 후회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으며 그날 밤 현장에서 사람을 쏘아죽인 유일한 사례였다는 점 등을 들어 그의 유죄를 주장했다.
이후 이 사건은 정당방위가 용인될 수 있는 범위, 총기 소유의 정당성 등 여러 쟁점을 둘러싸고 거센 논쟁의 대상이 됐다.
한편 리튼하우스에 무죄 평결이 내려지자 법원 밖에서는 상반된 반응이 펼쳐졌다.
희생자의 유족들은 "사법 시스템의 실패"라며 분노했다. 또 평결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10대 청소년이 총을 들고 거리를 활보하다 사람을 죽인 행위는 마땅히 처벌돼야 한다"며 백인 피고에게 관대한 시스템을 비판하기도 했다.
조나단 맥클레런 미네소타 정의연합 대표는 "전형적인 판결이 예상됐지만 우리는 희망을 품어왔다. 하지만 오늘 최악의 상황을 목격했다"며 재판부를 비판했다. 뉴욕과 시카고 등지에서도 평결을 규탄하는 시위가 이어졌다.
반면 리튼하우스를 영웅시하던 사람들은 그의 무죄 평결에 환호했다. 이들은 리튼하우스가 총기 권리와 법질서를 위해 일어선 영웅이라고 주장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좌파들이 재판에 증오를 불어 넣으려 애썼지만 리튼하우스는 자신의 방어에 성공했다"면서 그를 용감한 인물이라고 두둔하기도 했다.
미 매체들은 이번 평결로 미국 내 인종, 계급 간 갈등의 골이 더욱 깊어질 것이라 우려했다. 또 지지율 하락으로 고전하고 있는 바이든 대통령에게 또 다른 근심거리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민주당이 경찰개혁과 총기 규제에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는 바이든 대통령을 압박하고, 공화당은 평결을 근거로 정반대 목소리를 높이면서 사회 분열이 악화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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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대통령은 평결에 대한 취재진의 질문에 "배심원단이 말한 것을 인정해야 한다. 나는 이를 존중한다"고 짧게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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