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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장] 한 사람의 힘

최종수정 2021.09.23 12:19 기사입력 2021.09.23 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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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보라 성북구립미술관장

김보라 성북구립미술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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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곡 최순우(1916~1984)는 1962년 파리의 체르누스키 미술관에서 만난 앙드레 말로(A. Malraux·1901~1976)에 관해 언급한 적이 있다. 아시아 미술을 다루는 파리의 시립미술관인 이곳에서 ‘금동미륵보살반가사유상’을 비롯한 한국의 보물 153점이 전시되었는데 말로는 당시 전시를 주관한 문화부 장관이었다. 전시장을 찾은 그는 오랜 시간을 머물며 한국에서 온 수려한 작품들 속으로 깊이 빠져들었으리라.


대학시절 소설가로 처음 만난 앙드레 말로는 오히려 최근 들어 미술관에서 더 자주 접할 수 있는 행정가였다. 프랑스 지역 곳곳의 미술관을 다니다 보면 그의 이름이 자주 눈에 띈다. 그는 1959년부터 10년 동안 드골(Charles de Gaulle·1890~1970) 정권하에서 초대 문화부 장관을 지냈다. 말로는 문화부를 교육부에서 분리시켰는데 교육부는 예술을 가르치고 문화부는 예술을 사랑하게 만들어야 한다는 이유에서였다. 아울러 보다 많은 프랑스인들이 인류의 예술적 자산을 향유케 한다는 부서의 철학적 이념을 표명하였다. 머지않아 그는 수많은 화가들이 마음을 빼앗겼던 프랑스의 아름다운 자연에 예술적 가치를 더하기 시작했다.

프랑스 남부의 신비로운 마을 생폴드방스에는 샤갈(M. Chagall·1887~1985)이 영원히 잠들어 있다. 그는 이곳에서 마지막 20여년의 시간을 보냈다. 샤갈은 칼베르 노트르담 성당을 장식하기 위해 창세기 이야기를 그렸는데 교회는 작품의 일부가 선정적이라는 이유로 설치를 거부했다. 말로는 이 성서 작품들을 위해 미술관 건립을 제안했고 1973년 인근 도시 니스에 국립샤갈미술관이 개관하게 된다.


그는 국가 미술관 건립은 물론이고 프랑스 최초의 사립 미술관으로 거론되는 마그재단미술관 설립을 돕기도 했다. 이 미술관은 미로와 자코메티 등 거장의 젊은 시절에 제작된 작품들을 소장하고 있으며 그렇기 때문에 지금도 온 세계인들이 변함없이 사랑하는 미술관으로 존립하고 있다.


말로는 또한 문화예술을 위한 법제에도 관심을 쏟았다. 1966년 파리 그랑팔레에서 개최된 피카소 전시를 관람하면서 당시 여든 다섯을 넘긴 노 거장의 미래를 고민하기 시작했다. 이를 계기로 그가 발의한 예술작품 물납제도는 1968년에 제정되었다. 이로 인해 파리 피카소미술관 건립의 초석을 마련했고 향후 가치 있는 예술작품들이 국가에 귀속되어 미술관으로 공공화할 수 있는 기반을 구축하게 되었다.

말로의 시대는 문화예술이 성장하기 위한 토양을 갈고 씨앗을 뿌린 시기다. 그는 고속도로를 내는 예산이 있다면 그 대신 미술관을 짓도록 설득했다. 아울러 인류가 기억해야 할 예술가들이 잊혀지지 않도록 보호 장치들을 만들어냈다. 가장 중요한 것은 프랑스인들이 물질적 풍요와 편리보다는 문화적 자긍심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미래를 설계했다는 것이다.


프랑스 사람들이 문화를 사랑하게 만드는 것을 바랐던 그는 그 꿈을 이루었다. 그가 지켜낸 예술적 자산들은 수많은 사람들이 마음을 담을 수 있는넉넉한 그릇이 되었다.


요즘 우리는 점점 선거 패러다임과 마주하게 된다. 그런데 후보자들의 토론과 수많은 공약들 속에서 문화예술에 관련된 내용을 찾기란 쉽지 않다. 만약 언젠가 문화예술이 논의의 중심에 서게 된다면 얼마나 반가울지 상상을 해 보곤 한다. 늘 이맘때면 우리의 고귀한 예술을 보기 좋게 꽃피워줄 한 사람을 기다려 보는 것이다.


60년 전 유난히 크고 깊은 눈빛을 작품에서 떼어내지 못하며 최순우를 감동시켰던, 예술을 진정 사랑하는 그런 사람 말이다.


김보라 성북구립미술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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