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16살 여중생, 성폭행 등 피해로 괴로움에 극단적 선택
지난 12일 대법원 가해 학생들 유죄 선고한 원심 확정
유족 "판결문 하나로 상처 치유 안 돼"

A양의 아버지가 늘 몸에 지니고 있는 A양의 학생증. 지난 12일 있었던 대법원 판결일에도 함께였다. 사진=김소영 기자 sozero815@asiae.co.kr

A양의 아버지가 늘 몸에 지니고 있는 A양의 학생증. 지난 12일 있었던 대법원 판결일에도 함께였다. 사진=김소영 기자 sozero815@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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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소영 기자] "제가 아직 2018년에 있는데 가족들을 2021년으로 만들 수 있을까요?"


이른바 '인천 여중생 성폭행 투신 사건'으로 알려진 이 사건의 대법원 판결이 지난 12일 오전 10시15분 대법원 1호 법정서 열렸다. 이날 대법원은 피고인측의 상고를 기각하면서 2심 판결을 확정했다.

지난 2018년 7월 A양(당시 16세)은 3층이었던 자신의 방에서 투신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A양 사망 이후 과거 A양이 성폭행 등에 시달리다 극단적 선택을 한 것이라는 사실이 드러났다.


재판에 넘겨진 가해자는 총 3명으로, 다른 고등학교 학생이었던 B군(18)이 A양을 성추행, 동급생이었던 C군(16)이 이 사실을 알고 협박해 성폭행, C군이 당시 남자친구였던 D군(17)에게 알려 분노한 D군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성적 비방성 글을 올렸다.

지난해 2월 1심에서 위계 추행 혐의를 받는 B군은 장기 5과 단기 3년6개월, 강간 혐의를 받는 C군은 장기 6년 단기 4년, 명예훼손 혐의를 받는 D군은 징역 4개월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았다.


하지만 1심에서 실형을 선고 받아 구속된 B군과 C군은 무죄를 주장하며 항소했고, 지난해 10월 보석으로 풀려났다. 그리고 지난 5월 열린 항소심에서 B군은 징역 3년, C군은 징역 장기 5년에 단기 3년 6월, D군은 1심 형량을 유지했다. 이로써 B군과 C군은 다시 법정 구속됐다.


본지는 사건 발생 직후부터 지난 4년간 지속해서 후속보도를 이어가고 있다. 대법원 선고 직후 A양 아버지와 만나 그간 재판과정에서 있었던 고충과 남은 가족들의 삶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대법원 판결이 나온 지난 12일, A양과 남은 가족들이 받은 고통과 마음의 상처는 결코 판결문이라는 종이 한 장으로 해결되지 않았다. 다음은 유족(아버지)과 일문일답.


숨진 A양의 방. 사진=유족 제공

숨진 A양의 방. 사진=유족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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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인터뷰 이후 그동안 어떻게 지내셨습니까.

▲제 시간은 여전히 2018년도에 시계가 멈춰있는 상태예요. 최근에 와서 그 시간(2018년도)을 이제는 좀 연결해보려고 하고 있는데 누군가와 함께 있으면 그나마 얘기할 수 있는 여유가 생길 뿐이지, 또 혼자 있으면 정말 제 딸을 생각 안 할 수가 없어요. 여전히 혼자 있을 때는 눈물 나고. 계속 반복되는 생활인 것 같네요.


-그 과정에서 가장 힘드셨던 부분은 어떤 것이었나요.

▲제가 가장 뼈저리게 느꼈던 게 국가기관이 존속하는 이유에 대해 기본적으로 충실해 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많이 들어요. 경찰이 경찰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했기 때문에 그 피해에 대한 입증을 제가 스스로 하게 만들었고, 피해자는 저희 딸 하나로 끝날 수 있었음에도 거기에 매달리게 됨으로써 저, 경제적인 생활도 거의 못 했고요. 그리고 저희 가족들도 이 죽음이 어떻게 된 죽음인지도 모르는 채 서로 얘기도 꺼내지도 못하고 계속 가슴의 상처만 깊어지는 거거든요.


또 말씀드리고 싶은 게 변호인들의 태도가 정확하게 죄에 대해서만 다뤄주는 방향으로 바뀌었으면 좋겠어요. 재판 과정에서 피고인 변호사가 가정불화나 딸의 성적 문란함 등을 들어 인신공격을 했습니다. 이런 2차 피해가 너무 심했어요.


완전 저희 가족과 딸을 가정생활 제대로 못 하는 그런 사람으로 만들더라고요. 거기에서 반론을 하거나 소리를 지르면 재판장이 우리 딸에게 불리한 판결을 내릴까봐, 딸을 위해 참았습니다. 피고인의 무죄를 밝히기 위해서 그런 구태의연한 방법을 안 썼으면 좋겠어요. 사실 그런 부분 때문에 너무 상처를 많이 받았고….


피고인 인권이 중요하면 그럼 억울하게 죽은 피해자의 인권은 누가 챙겨줘야 하는지. 저는 그게 정말 불공평하다고 생각해요. 피고인들은 앞으로 미래가 창창하기 때문에 감형을 받는다고 하면 저희 딸은 미래가 창창하지 않아서 목숨을 스스로 끊은 게 아니잖아요. 그러니까 결국 살아있는 사람에게만 유리하게 적용되는 시스템인 것 같아요.


지난 2018년 7월 인천 미추홀구의 한 중학교에서 성폭행 등에 시달리다 아파트 3층 방에서 스스로 뛰어내려 숨진 A(16)양. 사진=유족 제공

지난 2018년 7월 인천 미추홀구의 한 중학교에서 성폭행 등에 시달리다 아파트 3층 방에서 스스로 뛰어내려 숨진 A(16)양. 사진=유족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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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적 판단에 마침표를 찍은 오늘, 아버님의 심정은 어떻습니까.

▲한편으로는 (재판으로) 저희 딸 억울한 게 좀 그래도 알아줬구나 그런 생각과 함께, 그럼 뭐해 딸이 되돌아오는 게 아닌데. 이 공허함이 사실 어떻게 할 수가 없더라고요. 이런 판결문 하나로 그런 가슴 속 깊은 상처라든지 이런 것들이 치유는 안 되는 거죠. 민사를 하든 형사를 하든 우리 딸이 다시 온다면 얼마든지 하겠어요. 근데 그 부분들은 채워지지 않는 거고.


-계속 달려오시던 싸움이 끝나면서 그 빈자리가 더 크게 느껴지리라 생각됩니다.

▲네 그럴 수밖에 없죠. 저도 그 부분을 감당해보려고 노력을 하고 있는데 모르겠어요. 지금 두 번째 제가 전진해야 할 것은 행정소송이기 때문에 지인들도 대부분 쉽지 않을 거라고 얘기를 하고.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를 차근차근 해야 할 것 같은데 이 부분 끝나고 나면 그때 제 공허함이 더 많이 밀려올 것 같아요. 아직은 제가 긴장을 푼 건 아니라서.


-지난 인터뷰 때 '딸을 되돌려 놓는 것' 하나만을 바라신다던 아버님이 말씀이 기억에 남습니다.

▲둘 중 하나죠. 되돌아오거나 제가 만나러 가거나. 그 과정에서 저도 어떻게 될지 잘 모르겠어요. 상처가 난 자리에는 흉터가 남잖아요. 아무리 새살이 돋아오르더라도. 흉터를 어떻게 최대한 가려야 할지도 잘 모르겠고. 사실 사건 초기부터 계속 정신과 의사선생님이 입원치료를 받으라고 했었거든요. 그런데 저도 제 감정을 잘 모르겠고 제 부인도 그렇고 아들도 그렇고 남은 사람들이 어떻게 뭘 해야 할지 잘 모르겠어요. 저는 달려갈 앞길이 있다고 생각해서 당분간은 더 갈 텐데 가족들을 제가 또 봐야 하잖아요. 사실 자신이 없어요. 삶의 의미가 없어져서…. 예전에는 아이들 어느 정도 성장하고 독립할 때까지 내가 건강해야겠다는 생각으로 건강을 많이 챙겼는데 (지금은) 사실 건강을 챙길 이유가 있나? 이런 생각도 들고. 삶의 의욕이 없어진 게 가장 큰 문제인 것 같아요.


-딸이 가장 생각날 때가 언제이신가요.

▲일상생활에서 불러보면 늘 딸이 있었어요. 저희 딸이 집안에서 가장 첨단기기를 잘 다뤘기 때문에 핸드폰에 문제가 있으면 "아빠 이것 좀 해줘" 하면 딸이 언제든 다뤄줬고, 지금은 할 수 있는 사람이 한 명도 없어요. 이건 아주 단적인 예시고, 정말 하나하나 저희 딸이 있었던 흔적 이런 것들을 제가 못 벗어나는 게…. 가족들은 빨리 벗어나게 하는 게 맞는 건지 아니면 버티고 있는 게 제 욕심인지 아직 이런 생각이 많이 들어요.


-가족들끼리는 쌓인 서로의 상처에 대해 충분한 대화를 나누셨는지요.

부분을 빨리 풀어야 하는데 그동안 힘든 거를 잘 말을 안 했거든요. 얼마 전에 아들과 단둘이 여행을 다녀왔는데 (얘기를) 전혀 못 했어요. 말을 못 꺼내겠더라고요. 원래 그 해(2018년)에 가족이 다 같이 여행을 가려고 계획 중이었어요. 제가 그때 한 2년 동안 바빠서 여행을 못 하고 휴가를 못 갔었는데 (이 일이 있고) 그렇게 아들만 데리고 갔다 왔어요. 이걸 앞으로 어떻게 풀어야 할지 저도 잘 모르겠어요. (아들에게) 누나가 무슨 일을 당해서 어떤 일이 됐다고만 무미건조하게 얘기를 해야 할지, 거기에 아빠가 어떤 심정이기 때문에 이런 이야기까지 해야 할지. 이렇게 되면 그대로 그 감정이 아들에게 (감정이) 전이가 될 것 같아서…. 제 감정이 전달이 안 될 수 없다고 생각을 해서 지금처럼 어느 정도 모르는 게 낫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제 분노의 감정이 다 고스란히 가서 아들 또한 분노심을 계속 가질까봐 걱정이죠.


-앞으로의 계획은 어떻게 되시나요.

▲이제 행정소송에 돌입하려 합니다. 다시 시작해봐야죠. 이번에는 변호사님들을 많이 만나보고 어떻게 접근해야 할지도 들어보고(할 예정입니다). 어떻게 제가 제 삶을 위해서 정상적으로 복귀할 수가 있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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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양 아버지의 목에는 항상 A양의 학생증이 걸려있다. 그는 "항상 마트 같은 곳 갈 때 딸이 같이 가주고 그랬거든요. 지금은 직장에서 화장실 갈 때도 늘 메고 있어요"라고 말했다.


김소영 기자 sozero815@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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