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비판에도 언론중재법 처리 강행하는 與
[아시아경제 오주연 기자] 2014년. 직장 내 갑질 기사를 썼다가 고발당했다. 명예훼손으로 언론중재위원회, 형사고소에 이어 3000만 원의 민사소송도 걸렸다. 취재원 공개 요구도 받았다. 승소로 끝이 났지만 현재 여당이 추진하는 언론중재법 개정안이 그때 시행돼 있었다면 어땠을까. 최대 5배의 징벌적 손해배상이 제기될 것을 염두에 두고 취재 및 기사 작성을 해야 했을 것이다. 명예훼손으로 1억 5000만 원의 소송에 걸릴 수 있다는 위험 부담을 안고, 갑질 이슈를 자유롭게 취재할 수 있었을까.
더불어민주당이 8월 강행 처리를 밝힌 언론중재법 개정안에는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가 담겼다. 정의당마저 반대하고 나서자 지난 12일 수정안을 발표하며 한 발 물러선 모양새를 보였지만 조목조목 뜯어보면 여전히 독소조항은 남았다.
먼저 ‘고위공직자, 선출직 공무원, 대기업의 임원 등은 징벌적 손해배상 청구를 할 수 없도록 적용에서 제외하겠다’는 수정안은 당사자가 아닌 가족, 친지, 회사 관계자 등이 우회적으로 제도를 악용할 소지가 있다. 또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는 자가 고의중과실 추정의 주체임을 명확히 해 입증책임의 모호함을 없애겠다’고 한 것은 실질적으로 일반 시민들이 입증 책임을 지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결국 정치·경제 권력자들이 이용하게 될 텐데 그들이 기사 팩트체크(확인)를 위한 취재원 요구 시 이제는 취재윤리가 아니라 ‘법’에 따라 응해야 할 수 있어 취재활동이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는 여전하다. 낙인효과가 발생할 수 있는 ‘열람차단청구권’은 표시 조항을 삭제하겠다지만, ‘열람차단청구권’은 유지하겠다는 것인지 분명한 설명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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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논란 속에도 민주당은 언론중재법을 8월 국회에서 반드시 처리하겠다는 입장이다. 급하게 처리하려다 보니 내년 3월 대선을 앞둔 정치권에서는 구설이 붙는다. 쟁점법안일수록 오래 걸려도 충분한 합의 후에 진행해야 탈이 없다. 입맛대로 개정하는 법안에 정권에 따른 누더기법이 되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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