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헌 논의 시작되면 이슈 블랙홀, 靑 국정운영에 부담…21대 국회, 개헌 논의에 적기 평가도

[아시아경제 류정민 기자] 한국 정치의 숙원 사항인 '1987년 체제 종식' 문제가 다시 변곡점을 맞았다. 더불어민주당 압승으로 귀결된 제21대 총선은 범여권이 개헌선(200석)에 육박하는 의석을 차지하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오는 5월30일 시작될 제21대 국회의 최대 관심사 중 하나는 개헌이지만 청와대는 신중한 입장이다. 개헌의 당위성과 무관하게 국가 현안과 정치 현실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포석이다.

제21대 국회 의석 분포를 보면 민주당 163석, 더불어시민당 17석, 열린민주당 3석에 정의당 6석, 무소속 1석(이용호 의원)을 포함하면 정확히 190석이다. 개헌에 우호적인 10명의 의원만 추가하면 이론적으로는 헌법 개정도 가능한 수준이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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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행 헌법은 1987년 개정된지 33년이 지났다. 정치·사회·경제적인 변화를 고려할 때 시대 변화에 맞게 헌법을 바꿔야 한다는 점은 여야 정치인들이나 정치학자 등이 공감하는 대목이다. 문재인 대통령도 2018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4년 중임제 도입과 권력 분산 등을 뼈대로 한 개헌안을 내놓은 바 있다. 다만 개헌의 시기와 방법, 추진 주체의 문제를 고려할 때 2018년과 2020년의 정치 상황은 다를 수밖에 없다.

문 대통령은 올해 1월14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개헌은 우리 정치구조, 우리 사회를 더 근원적으로 바꿔내려는 저나 우리 정부의 철학 같은 것이 다 담긴 것"이라며 "(지방선거 때 함께 개헌하려던 것이) 무산된 것은 대단히 안타까운 일"이라고 말했다. 특히 문 대통령은 "이제 다시 개헌에 대해 대통령이 추진동력을 가지기는 어렵다고 본다"고 선을 그었다.


문 대통령의 임기는 이제 2년 정도 남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대응 등 국가 현안에 대응해야 하는 데다 밀린 국정 과제 처리를 위해서는 빠듯한 기간이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현재는 코로나19 위기와 관련한 비상한 대응을 하고 있는 시기"라면서 개헌 추진 여부에 대해 말을 아꼈다.


청와대 입장에서 개헌 이슈가 부담스러운 것은 다른 주요 현안을 모두 빨아들이는 '블랙홀'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박상철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 교수는 "청와대가 (정치적으로) 힘이 없을 때는 개헌론을 이야기 하지만 잘 나갈 때는 굳이 얘기하지 않는다"면서 "쟁점이 개헌논의로 가게 되면 대통령 국정운영에 방해가 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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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박 교수는 "190석이라는 의석을 고려할 때 개헌은 언제든지 나올 수 있는 활화산으로 봐야 한다"고 진단했다. 박지원 민생당 의원도 20일 KBS 라디오 '김경래의 최강시사'와의 인터뷰에서 "문 대통령이 촛불혁명 완결을 위해 개헌을 추진하리라고 본다"고 내다봤다.


새로운 국회가 출범하면 신임 국회의장이 개헌 의지를 밝히는 게 관행처럼 이어져오고 있다. 국회 차원의 개헌 논의기구가 만들어져도 좀처럼 결실을 보지 못하는 이유는 이해관계 조정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권력 구조 개편은 여야 정당과 차기 대선주자에 따라 인식이 다르고 같은 정당 의원끼리도 생각이 다른 게 현실이다. 개헌이 이뤄지기 위해서는 정치 유불리 계산에 대한 균형이 이뤄져야 한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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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개헌의 불씨가 살아 있다고 보는 전문가가 많은 이유는 2020년이라는 시기의 정치적 특성과 관련이 있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당장의 정치적인 유불리를 떠나 한국 민주주의와 국가의 장래를 위해서는 지금이 개헌 논의의 적기라고 본다"면서 "내년으로 넘어가면 대선이 눈앞으로 다가오는 데다 민심이 어떻게 변할지 모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류정민 기자 jmryu@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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