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K-금융 현주소]①틈새에서 핵심으로…은행권 '선점 경쟁' 사활 걸었다
장기 체류 외국인 200만 시대
거래 잦고 충성도 높아…핵심 고객층으로 부상
특화점포 확대 넘어 신용대출, 자산관리까지
외국인 고객 서비스 진화…지방은행도 가세
"외국인 고객은 한번 거래를 트면 장기간 거래를 이어가고, 주변 지인까지 소개해줄 만큼 충성도가 높은 고객입니다. 장기 체류 외국인이 많이 늘었는데, 특히 비숙련 외국인 근로자와 유학생이 많아 사회초년생 비중도 높아요. 청년들이 시중은행을 더는 선택하지 않는 상황에서 청년층 유입까지 늘릴 좋은 기회죠. 저희로서는 외국인 고객 확대를 마다할 이유가 없어요."
한 시중은행 담당 임원은 은행권이 외국인 고객을 핵심 고객군으로 인식하기 시작한 이유를 이같이 설명했다. 기반고객 확보가 은행권, 특히 시중은행의 최대 과제로 떠오른 가운데 외국인 고객만큼 적절한 타깃이 없다는 얘기다.
핵심 고객층 된 외국인…은행권이 주목하는 까닭
21일 법무부에 따르면 올해 3월 말 기준 국내 체류 외국인은 총 283만3333명으로 1년 전(약 272만명)보다 4.1% 늘었다. 이 중에서 90일 이상 한국에 머문 장기 체류 외국인은 216만6955명에 달한다. 같은 기간 10만명 이상 늘어 증가율(5.2%)이 전체 증가율을 상회했다.
체류 유형도 다양해졌다. 재외동포(56만명)와 비숙련 근로자(35만명) 비중이 여전히 가장 높은 가운데 국내에서 오래 일하며 장기 체류가 가능한 숙련기능인력(E7)으로 전환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E7 자격의 외국인은 올해 3월 말 기준 8만3284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21.9%나 증가했다. 은행으로서도 장기 수익 기반을 확보할 수 있는 외국인들이 늘고 있는 셈이다.
이러한 체류 증가와 유형의 다변화 외에 외국인의 금융거래 특성도 은행권이 외국인 고객을 주목하게 된 배경으로 꼽힌다. 외국인 고객은 본국이 따로 있는 특성상 해외 송금과 환전이 주기적으로 발생하면서 내국인보다 금융거래가 활발하다. 처음 계좌를 튼 은행과 장기간 거래를 이어가고, 신뢰가 쌓이면 상품 권유 및 가입도 상대적으로 수월하다.
코로나19 전후로 송금 패턴에도 변화가 감지된다. 과거에는 큰 금액을 한 번에 보내는 경우가 많았다면 코로나 이후 모바일 뱅킹이 늘면서 소액을 여러 번 송금하는 경우가 늘었다. 은행으로서는 금융 거래가 늘수록 수수료 확대에 도움이 된다. 은행권 관계자는 "중국인이나 베트남 외국인 근로자 중에는 국내 주식투자를 문의하는 고객도 부쩍 많아졌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영업 전략 재편 나선 은행권, 서비스의 진화
은행권의 고객 유입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국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외국인 고객 수는 올해 4월 기준 699만3367명으로, 2022년(약 609만명)보다 14.7%(약 90만명) 증가했다. 최근 외국인 고객을 공격적으로 늘린 전북은행까지 포함하면 717만3367명으로, 이미 700만명을 돌파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은행권에서는 단순 송금·이체 서비스를 넘어 상품군을 재정비하는 것은 물론 비금융 서비스까지 확대하는 등 영업 방식을 재편하는 모습이다.
오프라인 채널도 늘고 있다. 국내 5대 은행의 외국인 근로자 특화점포는 현재 36곳으로 집계됐다. 이 중 하나은행이 17곳으로 가장 많다. 은행권 전체로 보면 지난달 말 기준 43곳까지 확대됐다. 일요일에도 문을 여는 영업점도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신한은행은 올해 상반기에만 4곳(부산·대구·인천·광주)을 일요 영업점으로 전환할 계획이다.
오프라인 채널도 다양해지고 있다. 우리은행은 지난 1월 외국인 고액 자산가를 타깃으로 한 프라이빗뱅킹(PB) 영업점을 제주도에 개소했다. 제주도에 투자이민을 온 외국인 자산가가 늘고 있다는 점에 집중해 이들을 선점하기 위한 전략적 접근이다. 영업점에는 중국어 전공자 또는 중국 국적 직원을 전략 배치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중국어 전문 상담이 가능한 데다, 차별화된 공간으로 프라이버시를 존중받고 있다는 피드백을 다수 받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외국인을 타깃으로 한 서비스도 다양해지고 있다. 체류 기간이 길수록 국내에서 자산을 모으고자 하는 외국인들의 수요가 늘면서 은행권은 일제히 적금 상품을 출시했다. KB국민은행 역시 올해 상반기 중 외국인 전용 적금을 출시할 예정이다. NH농협은행은 외국인 전담 상담 체계인 'NH글로벌위드 데스크'를 구축하고, 38개 언어를 지원하는 인공지능(AI) 실시간 통·번역 솔루션을 지난해 10월 경기 안산·화성, 인천에 도입했다.
신용대출로도 상품군을 넓혔다. 국내에 입국하는 과정이나 정착 초기 들어가는 목돈을 지원하고 이를 통해 수신고객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이다. 신한은행과 전북은행이 한도를 5000만원까지, 농협은행도 3000만원까지 확대하는 등 가장 적극적이다. 이 외에 우리은행은 지난해 11월 인천 미추홀구에 외국인 전용 휴식·문화공간인 우리 글로벌 라운지를 열어 일요일에는 한국어 교실을 운영하는 등 은행권은 서비스의 영역을 비금융으로까지 확대하고 있다.
"안 뛰어든 곳이 없다"…지방은행까지 가세
최근 들어서는 지방은행도 외국인 유입 경쟁에 가세했다. 은행권 관계자는 "비숙련 근로자의 경우 지방 중소기업이나 농어업의 계절 근로자로 국내에 입국하는 경우가 많다"며 "비수도권 인구가 가파르게 줄고 있는 상황에서 유일하게 늘고 있는 것이 외국인 근로자"라고 말했다.
가장 공격적으로 외국인 고객을 유입하고 있는 곳은 전북은행이다. 전북은행의 외국인 고객 수는 2022년 6만6000명에서 올 4월 18만명까지 확대됐다. 이는 신용대출 수요와 맞물려 수신 고객이 늘어난 영향으로 파악된다. 부산은행 역시 외국인 활동 고객 수가 2023년과 비교해 지난해 말 기준 34.2%가 늘었다. 같은 기간 부산지역에 거주하는 외국인이 4만9090명에서 6만929명으로 24.11% 증가한 것과 비교하면 고객 수가 크게 확대됐다.
금융 서비스와 오프라인 채널도 확대 추세다. 부산은행은 외국인 고객의 의사소통을 지원하기 위해 2024년부터 현재까지 외국인 서포터즈를 운영하고 있다. 올해는 3월부터 14개 영업점에 15명을 배치해 9개 언어 통역을 지원하고 있다. 경남은행의 경우 10년 이상의 베테랑 외국인 직원 3명을 외국인 서포터즈로 활용하며 의사소통을 지원 중이다. 광주은행은 상반기 중 서울에 외국인금융센터를 신설하는 등 오프라인 채널 저변을 넓힐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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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예전에는 외국인 고객에 관심을 두는 은행이 많지 않았는데 요즘은 모든 은행이 뛰어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기민 기자 victor.le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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