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藥국가]⑮검찰 "컨트롤타워 시급…늦으면 둑 터진다"
■ 4장. 변곡점에 선 마약수사
성두경 인천지검 강력범죄수사부 부장검사
'대한민국의 관문' 인천은 마약류 차단의 최전선으로 꼽힌다. 이곳을 사수하는 수사팀은 최근 고민에 빠졌다. 오는 10월부터 더는 마약류 범죄를 수사할 수 없기 때문이다. 범죄에 통합 대응할 수 있는 컨트롤타워를 세워 검찰이 축적한 수사 역량을 계승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성두경 인천지검 강력범죄수사부 부장검사(연수원 38기)는 지난달 29일 인천 미추홀구 인천지검에서 진행한 인터뷰에서 "기존에 검찰이 확보한 마약 수사 역량을 이어받을 컨트롤타워를 신속히 구축해야 한다"며 "이런 부분이 지연되면 한두 달 가까이 수사 공백이 발생할 수 있는데, 간신히 막고 있는 둑이 터져버리면 마약류 사범이 단기간에 폭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성 부장은 마약류 범죄에선 해외 상선을 잡기 위한 국제 공조가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대검찰청 주도로 2012년 아시아·태평양 마약정보조정센터(APICC)를 세웠고 동남아시아 10개국을 가입시켰다"며 "수사관을 상호 파견해 신속한 정보 교환이 가능하도록 체계를 구축했다"고 설명했다. 이런 시스템이 수사권 조정 이후로도 공백 없이 이어져야 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그는 "마약류 범죄는 국경을 넘나드는 세계적 문제로, 이 같은 초국가 범죄에 대응하려면 개별 국가의 역량이 아닌 전 세계적 협력이 필요하다"며 "검찰이 10년 넘게 잘 활용해온 APICC 시스템 기반의 신뢰·협력 관계를 계속 이어가면서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성 부장은 "국내에 유통되는 마약류 대부분은 해외에서 밀반입되고 있고 인천에는 인천국제공항이 있어 대한민국의 관문 역할을 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특히 "인천에서 검거되는 밀수입 사범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며 "압수되는 마약류의 양도 상당하다"고 했다.
인천지검은 전국 검찰청 중 마약류 범죄에 대한 국제 공조수사가 가장 활발한 지검이다. 연평균 30~40건의 공조가 이뤄진다. 2024년 4월에는 필로폰 20㎏ '통제배달' 과정에서 태국 파견관이 파악한 발송지를 태국 마약청과 신속히 공유해 태국 현지에서 헤로인 22㎏을 추가 적발하고 발송책까지 검거했다. 통제배달은 유입 단계에서 마약류를 발견했을 때 내용물을 바꾸거나 비운 채로 최종 목적지로 배달되도록 유도하는 합법적인 함정수사 기법이다. 성 부장은 "마약 거래의 비대면·익명화 특수성 때문에 통제배달 등 특수 기법을 많이 사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마약류 범죄가 폭증하는 반면, 솜방망이 처벌이 내려지고 있다는 지적에는 치료와 재활을 강조했다. 사범 상당수는 기소유예 처분을 받거나, 기소돼도 절반은 집행유예를 받고 있다.
성 부장은 "과거보다 마약을 쉽게 접할 수 있게 되면서 10~20대 사범이 증가했는데, 대부분 호기심이나 주변의 유혹으로 한두 차례 접했다가 후회하는 사범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런 경우에는 처벌보다 재활의 기회를 주는 게 사회 복귀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의지가 강하다면 조건부 기소유예가 필요하다"면서도 "의무를 잘 이행하는지, 준수사항을 어기진 않는지 면밀히 살펴 재활 의지가 보이지 않으면 엄벌에 처한다"고 덧붙였다.
성 부장은 마약류 범죄를 수사하면서 어느 한 기관이 아닌 범정부 차원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을 절실히 느꼈다고 했다. 기관 간 협동과 공조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점을 체감했다는 것이다. 그는 "검찰의 역량과 노하우가 사장되지 않도록, 수사기관들의 역량을 결집할 수 있는 '마약청' 등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며 "입법 논의가 원활하게 이뤄지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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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취재팀|장희준 오지은 박호수 이지예 박재현 기자
구채은 기자 faktu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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